굿은 인류가 만들어 낸 최고의 종교의식이다. 알타이산맥에서부터 일본까지 이 안에 있는 나라들이 형식은 다르지만 굿을 해왔다. 굿을 진행하는 사람을 사모(Shaman)라 하는데 풍이족의 어머니라는 뜻이다. 풍이족의 어머니는 곧 신녀神女를 말한다. 굿을 할 때가 되니까 근화가 들고 있는 청동팔주령에서 감응이 오기 시작하였다.   

“사대요희와 명성황후께서 이숙 씨의 몸에 거처할 곳을 마련해 달라고 하십니다.”
 
근화가 감응신령에게 말하였다.
 
“그대의 몸을 빌려주어야 하겠다.”
 
감응신령이 이숙에게 말하였다. 
 
“저의 몸에 홍타이지皇太極 황제(1592.11.28.~1643. 9. 21.)께서 들어와 계십니다.”
 
이숙이 난감해 하였다. 받아들이기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었다. 
 
▲ 인형에 망자의 혼 받기. 인형이 받은 혼을 망자 쿼크의 홀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홍타이지 황제가 상주하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작년에 고강동 천제단에서 천제를 지낸 이후에 한국 땅에 오시면 제게 빙의하였다가 갑니다.”
“빙의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여신을 찾고 있습니다.”
“여신을 찾았느냐?”
“찾았습니다.”
“그가 누구냐?”
“하백녀입니다.”
 
하백녀라면 무진년에 단군왕검이 제2비로 맞아들인 비서갑의 따님이었다. 그는 소도에서 신모로 일하다가 단군왕검의 부름을 받고 조선의 신모가 된 분이다.
 
“여신을 찾았는데 왜 네게 빙의해?”
“여신을 알현하려면 제 몸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앞으로 이곳에 사당을 지어 사당에 안치하도록 할 것이니 그때까지만 모시도록 하라.”
 
감응신령이 당부하였다. 
 
“내게도 굿상을 받을 수 있게 해 주시오.”
 
비류 쿼크가 비류 노숙자가의 입을 통하여 말하였다.
 
“그대가 가지고 있던 비류의 원한이 풀렸는가?”
 
감응신령이 물었다.
 
“절반만 풀렸습니다.”
“아직도 절반이 남았어?”
“마고 할머니가 살 풀고 고 풀어야 다 풀린다고 했습니다.”
“사모야. 네가 풀 수 있느냐?”
 
감응신령이 근화에게 묻는다.
 
“혼 받을 인형을 준비하고 살풀이할 수건과 고풀이할 고를 준비했으니 풀 수 있습니다.” 
“오늘 굿에 쓰려고 인형 6개를 가져왔습니다.”
 
혁거세 선생이 말한다. 혁거세 선생과 근화가 혼 받을 상을 차렸다. 상에는 음식이 든 그릇을 놓았다. 
 
“살풀이와 고풀이를 시작하겠습니다.”
 
내가 말한다. 혁거세 선생이 이숙과 마주 보며 1번으로 혼을 받을 매희 인형을 들고 앉았다. 이숙의 몸에서 홍타이지 황제의 쿼크가 몸 밖으로 나왔다. 근화가 청동팔주령을 흔들며 방울 소리를 이숙의 머리 위로 쏟아내었다.
 
“매희 쿼크가 들어가십니다.”
 
근화가 외쳤다. 나의 아우라에서 매희 쿼크가 나왔다. 홍타이지 황제 쿼크가 매희 쿼크를 데리고 매희 인형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온다. 혁거세 선생이 매희 인형을 들어 근화에게 준다. 근화가 인형을 들고 그의 몸에 대었다가 혁거세 선생에게 준다. 매희 쿼크가 인형에서 나와 이숙의 머리로 들어간다. 이숙이 빙의가 된 것이다. 혁거세 선생이 인형을 왼편에 내려놓는다.
 
▲ 청나라 홍타이지 황제 때의 굿. (淸代 乾隆 36년(1771) 발간. 『祭祀全書巫人誦念全錄』) 복장이 우리나라 작두굿의 무복과 거의 같다.
 
“달기 쿼크가 들어가십니다.”
 
근화가 소리친다. 혁거세 선생이 2번으로 혼을 받을 달기의 인형을 상 위에 세운다. 근화가 청동팔주령을 달기 인형의 머리 위로 두른다. 달기 쿼크가 홍타이지 황제의 안내를 받아 달기의 인형으로 들어간다. 혁거세 선생이 달기 인형을 들어 근화에게 준다. 근화가 달기의 인형을 이숙의 몸에 대었다가 혁거세 선생에게 준다. 달기의 쿼크가 이숙의 가슴으로 들어간다. 혁거세 선생이 달기의 인형을 매희 인형 곁에 놓는다.   
“포사 쿼크가 들어가십니다.”
 
근화가 소리친다. 혁거세 선생이 3번으로 혼을 받을 포사의 인형을 상 위에 세운다. 근화가 청동팔주령을 포사 인형의 머리 위로 두른다. 포사 쿼크가 홍타이지 황제의 안내를 받아 포사 인형으로 들어간다. 혁거세 선생이 포사 인형을 들어 근화에게 준다. 근화가 포사 인형을 이숙의 몸에 대었다가 혁거세 선생에게 준다. 포사의 쿼크가 이숙의 복부로 들어간다. 혁거세 선생이 포사의 인형을 달기 인형 곁에 놓는다.  
 
“여희 쿼크께서 들어가십니다.”
 
근화가 소리친다. 혁거세 선생이 4번으로 혼을 받을 여희 인형을 상 위에 세운다. 근화가 청동팔주령을 여희 인형의 머리 위로 두른다. 여희 쿼크가 홍타이지 황제의 안내를 받아 여희 인형으로 들어간다. 혁거세 선생이 여희 인형을 들어 근화에게 준다. 근화가 여희 인형을 이숙의 몸에 대었다가 혁거세 선생에게 준다. 여희의 쿼크가 이숙의 왼쪽 팔로 들어간다. 혁거세 선생이 여희 인형을 포사 인형 곁에 놓는다. 
 
“명성황후 쿼크가 들어가십니다.”
 
근화가 외쳤다. 혁거세 선생이 5번으로 혼을 받을 명성황후 인형을 상 위에 세웠다. 근화가 명성황후 인형 머리 위로 청동팔주령을 두른다. 명성황후 쿼크가 홍타이지 황제의 안내를 받아 명성황후 인형으로 들어간다. 혁거세 선생이 명성황후 인형을 들어 근화에게 준다. 명성황후 쿼크가 이숙의 오른팔로 들어간다. 혁거세 선생이 명성황후 인형을 여희 인형 곁에 놓는다. 
 
“비류왕 쿼크가 들어가십니다.”
 
혁거세 선생이  6번째로 혼 받을 비류왕 인형을 상 위에 세웠다. 근화가 비류왕 인형 머리 위로 청동팔주령을 둘린다. 비류왕이 홍타이지 황제의 안내를 받아 비류왕 인형으로 들어간다. 혁거세 선생이 비류왕 인형을 들어 근화에게 준다. 비류왕 쿼크가 이숙의 왼쪽 다리로 들어간다. 혁거세 선생이 비류왕 인형을 명성황후 인형 곁에 놓는다. 이로써 이숙은 6분의 조상 쿼크를 자기의 몸에 좌정시켜 공동 시부신상尸婦神像이 되었다. 살아있는 여자가 위패의 원형인 제사용 신상이 된 것이다. 
 
“고생했다.”
 
감응신령이 치하하였다. 이제 6궁의 쿼크를 제단 앞에 세운 위판에 모시고 제사를 지내야 할 차례였다. 제사 준비를 하는 동안 쉬기로 하였다. 그동안 너무나 많은 일을 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할 수 없는 일,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경험한 것이다.
 
“앞으로 칠궁과 같은 사당을 하나 지어서 5분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지낼 수 있게 해 드려야 합니다.”
 
내가 대통령에게 건의하였다. 
 
“6궁을 어디에다 짓지요?”
“대통령궁에요. 칠궁 곁에 6궁을 나란히 만들면 좋겠습니다.” 
“칠궁 곁에! 그러면 영빈관을 6궁으로 개조해야 하겠군요.”
“그렇게 하는 것이 괜찮습니다.”(계속)
 
 
▲ 소설가 노중평
 

1985년 한국문인협회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정선아리랑>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천지신명>, <사라진 역사 1만년>, <마고의 세계> 등 30여 권을 저술했다. 국가로부터 옥조근정훈장, 근정포장, 대통령 표창장 등을 받았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원, 한민족단체연합 공동고문, 한민족원로회원으로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