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청원군 은적산 정상에 있는 단군성전 정문 역할을 하는 홍살문(사진=윤한주 기자)

지난 14일 단군왕검이 하늘에 오른 날, 어천절을 맞아 은적산(恩積山, 충북 청원군 강내면)을 찾았다. 단군성전이 산 정상에 있다니 어떠한 모습일까? 기대가 됐다.

단군문화유적은 대표적으로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 태백산 천제단, 구월산 천제단 3곳이 있다. 그런데 제단이 아니라 산 정상에 성전을 조성한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선도 vs 불교

은적산에 가려면 충북대학교 병원 앞 로터리에서 가경동 택지개방지구를 지나 연정, 궁현으로 이어지는 길을 나선다. 이어 고속전철이 다니는 고가철도가 나타나고 그 아래는 은적산에 오르는 포장길이 보인다. 포장길은 산 정상에 있는 단군성전까지 이어져 있다. 차를 타고도 갈 수 있다는 말이다. 등산로를 따라 15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 은적산 정상에 오르기 전에 만난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장승부부(사진=윤한주 기자)

산은 해발 208m 높이로 비교적 낮다. 단군성전 앞에서 서쪽으로는 미호천 건너편 조치원과 오송지역이 보인다. 동북쪽으로는 부모산이, 동남쪽으로는 팔봉산 능선이 보인다.

지난 2월 성전을 다녀온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박사)는 "주위를 내려다보면 시야가 확 트인 주변 환경이 아름답다"라며 “이곳이야말로 단군성전이 입지할만한 ‘명당’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명당이라고 하니 사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알겠지만 전국의 명산과 명당은 불교가 차지하고 있다. 선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단지 부처를 모신 대웅전 뒤로 산신각(혹은 삼성각)에서 선도의 흔적이 있을 뿐이다. 이는 선도와 외래 종교인 불교가 부딪친 결과다.

▲ 지난 2006년 충북국학운동시민연합과 최덕규 명지법률사무소장의 기증으로 청원군 단군성전 건립된 천부경비이다. 옆으로 홍익문과 단군상이 보인다(사진=윤한주)

박성수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태초에 신교 즉 단군교가 있었고 다음에 불교가 들어왔다. 단군이 주신(主神)이고 부처는 객신(客神), 손님 신이 된다. 두 신은 한동안 서로 힘겨루기를 하다가 결국에 가서는 싸움을 멈추고 서로 손을 잡고 공존공생하게 되었는데 이것을 신불습합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군문화를 사찰 변두리가 아니라 주인 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감회가 새로웠다. 

단군묘는 단군왕검의 무덤?

성전 앞은 해학스런 장승 부부가 인포메이션 역할을 한다. 돌로 쌓은 솟대를 지나면 3개의 문이 기다린다. 홍살문, 배달문, 홍익문이 그것이다. 문을 지날 때마다 선계(仙界)로 한 걸음씩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단군성전은 홍익문 안에 있다. 매년 어천절과 개천절에 단군 제례를 유교식으로 올린다. 최근에는 1월 1일 해맞이 행사도 열리고 있다.

성전의 역사는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되면서 시작됐다. 독립운동가 김재형 선생(金在衡 1890~1966)이 청주 일원의 인사들과 뜻을 모아 단군봉찬회를 조직한다. 이듬해 국조단군환검지비와 애국지사 충혼비를 세우고 제사를 지냈다. 현재 위패와 영정을 모신 단군성전은 1974년 군비보조를 받고 건립된 것이다.

▲ 충북 청원군 은적산 단군성전 뒤에는 단군묘가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흥미로운 것은 단군성전 뒤편에 있는 단군묘다. 성전을 방문한 사람들 중에는 단군묘가 있는지도 모르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잘 살펴볼 일이다.

국조단군청원청주봉찬회(회장 김영교)에 따르면 1985년 홍익문을 건립하고 10년만인 1995년에 단묘를 설치했다고 한다. 북한의 단군릉처럼 단군왕검의 무덤일까? 그러나 김 회장은 “진묘가 아니라 가묘(假墓, 시신이 없는 묘)”라고 말했다.

박성수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사당이 청원군에 있다”라며 “그 지역이 단군신앙이 강한 편”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단군성전 좌우는 단군석상과 천부경비가 있다. 마치 좌청룡과 우백호처럼 명당의 기운을 잡는 듯 했다.

석상은 1999년 민족정신회복 충북지부에서 홍익문화운동연합과 단군정신선양회 협찬으로 건립됐다.

이날 어천절 대제는 단군성전에서 진행했지만, 제물은 단군석상과 단군묘 2곳에도 똑같이 마련됐다.

▲ 개국성조 단군상이다. 이날 어천절을 맞아 천제상이 차려졌다. 밑의 글은 홍익인간 이화세계(사진=윤한주 기자)

천부경비는 지난 2006년 충북국학운동시민연합과 최덕규 명지법률사무소장의 기증으로 건립했다.

당시 김재욱 청원군수는 “천부경은 유구한 우리 역사와 함께 한 민족혼의 상징”이라며 “정체성의 뿌리로서 민족 주체성의 근본으로 삼아야 할 위대한 문화유산”이라고 말했다. 천부경비는 전국에서 2번째로 건립된 것이다.(클릭)

현재 성전이 있는 은적산 정산 3,600평은 청원군이 소유하고 봉찬회가 위탁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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