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단군을 말이여. 고등학생들이 역사를 배운다는데 단군이 없어. 안타까운 거여. 우리나라가 오천 년 역사라고 하는데 언제부터 인지도 모르고 있어. 환웅이 곰과 호랑이 마늘을 주어서 곰과 결혼해 단군을 낳았다고 하는데, 그런 게 과학적으로 인정이 돼요? 이렇게 가르쳐야 해요. 곰을 숭상하는 부족의 딸과 호랑이를 숭상하는 부족의 딸을 21일 동안 정신수양해서 그중에 곰 부족의 딸이 환웅하고 결혼해서 단군을 낳았다고 말에요.”

육재동 증평단군봉찬회장(73)은 단군이 신화가 아니라 역사라는 사실을 청소년에게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 육재동 증평단군봉찬회장이 단군전 홍살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단군지킴이로 사는 이유?

봉찬회는 관내 초등학생들을 3년에 걸쳐 80명씩 단군전에 초청했다. 그러나 생각만큼 호응이 높지 않았다. 육 회장은 “단군은 우리의 조상이 아니라고 식민사관 교육을 해서 그렇다.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교사나 학생 모두 단군인식이 국사 교과서의 짧은 분량만큼이나 단편적이라는 뜻으로 들렸다.

경북 선산에서 태어난 육 회장은 3살 때부터 충북 음성에서 살았다. 결혼 후 증평군으로 왔다. 33년 동안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했다. 봉찬회를 알기 전까지 단군에 관해 활동한 이력은 없었다.

육 회장은 "11년 전 김재성 전 회장(13~14대)과의 인연으로 단군봉찬회에서 사무국장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 회장에 이어 15대 회장에 선출됐다. 임기는 3년이다. 지난 2013년 정기총회에서 16대 회장으로 연임됐다.

육 회장은 매일 단군전 주위를 청소한다. 그동안 문을 자주 열지 못했던 이유 중에는 몰지각한 사람들의 행태가 있었다.

"관리자가 없으면 지저분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여름에 (단군전에) 와서 술 먹고 그래요. 1년에 100개 술병을 주었어요. 혹시 화재가 날 수 있어서 문을 닫아놓아요. 그러면 (사람들이) 담을 넘어요. 거기서 술판이 벌어져요."

매일 술병을 줍고 청소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재밌어서 한다”라고 대답한다. 또 “우리 국조를 모신다는 그 자부심이 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단군전 행사는 1년에 2번뿐이다. 단군이 승하한 어천절(3월 15일)과 개천절(10월 3일)이 그것이다. 반복적인 일이지만 군민과 함께하는 행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국학기공, 택견 등 관련 단체를 초청해 축하공연을 펼친다. 올해는 음악인도 초청해 연주회를 가질 계획이다.

▲ 육재동 증평단군봉찬회장이 역사공원화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육 회장은 봉찬회와 가까운 부지에 단군회관을 건립하는 것이 숙원사업이라고 밝혔다. (사진=윤한주 기자)

단군회관 건립을 향한 ‘꿈’

현재 단군전은 역사공원화 사업 중이다. 그물을 쳐놓고 외부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단군전 앞에 있던 집들도 철거됐다. 군과의 손실보상금 협의가 마무리됐다고 한다.

전국 단군전 가운데 지자체에서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사업하는 경우는 드물다.

증평군에 따르면 36억원(국비 70%, 도비 9%, 군비 21%)을 들여 단군전 일대를 역사공원화 한다고 밝혔다.

올해 6월 완공예정인 1차 사업은 단군전 주변 5324㎡ 가운데 2827㎡(53.1%)를 역사공원으로 조성, 잔디광장을 비롯해 주차장 10면, 화장실, 황토 포장, 조경 등을 만든다.

이 사업은 홍성열 군수가 지난 2010년에 출마하면서 내건 공약이다. 군은 공원을 역사교육의 장이자 주민의 쉼터로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육 회장은 "단군전이 후세에게 역사교육의 장으로 물려줄 가치 있는 문화유산으로서 지역 주민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서는 역사공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육재동 증평단군봉찬회장이 단군전에 들어가기에 앞서 홍익문(弘益門)을 가리키고 있다. 문은 태극문양으로 되어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그는 공원 부지중에서 단군 홍보관을 갖춘 회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장소도 봐두었다. 봉찬회와 가까운 부지다.

“숙원사업이에요. 1층은 식당 겸 휴게실로 만들고 2층은 회관으로 만들어서 관리사를 둘 것입니다.”

국학원을 비롯한 많은 단체로부터 단군 자료를 갖출 계획이다. 또 국학강좌도 열고 싶다고 밝혔다. 이는 주민들이 단군전을 자주 찾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다.

증평군 향토유적 1호인 단군전은 홍익인간 이념과 경천숭조의 사상을 기리기 위해 1948년 건립됐다. 66년 만에 역사공원화 사업과 단군회관 건립이 증평단군전의 역사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