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은 한식이었다. 성묘객들은 산소를 단장하고 제사를 지냈다. 온 가족이 모여 조상님을 기리고 제사 음식을 나눠 먹는 모습은 명절임을 실감케 한다. 우리나라 한식은 설날과 추석, 단오와 함께 4대 명절이다.

그런데 김씨, 이씨, 정씨라는 문중을 넘어 더 거슬러 올라가면 어떠할까? 반만년 전에 고조선을 건국한 단군왕검을 만난다. 그의 제삿날은 한식과 가까운 음력 3월 15일(양력 4월 14일)이다.

단군 기념일 중에 개천절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더구나 법정공휴일이다. 하지만 단군의 죽음을 기리는 어천절(御天節)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어천(御天)이란『주역』의 '때로 여섯 용을 타고 하늘을 난다[時乘六龍以御天]'에서 나왔다고 한다. 단군이 승천한 날을 기념한다.

그런데 단군의 죽음에 대해 선도사서(仙道史書)는 2가지 표현을 쓴다. 붕어(崩御)와 조천(朝天)이 그것이다.

전자는 임금의 죽음을 나타낸다. <단군세기>를 보면 “(단군께서) 그 해(경자년 93년) 3월 15일 봉정(蓬亭)에서 붕(崩)하시니 만성(萬姓)이 모두 단기(檀旂)를 받들며 조석으로 앉아서 경배하고 추모하였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붕이란 무너질 붕으로 천자의 죽음을 말한다. 붕이나 붕어라고 표현한다.

후자는 선도성인(仙道聖人)의 죽음이다.

<규원사화>를 보면 “아사달에 들어가 기거하다가 10월에 신이 되어 하늘에 오르니(化神朝天), 세상에 있은 지 무릇 210년이요 임금의 자리에 있은 지 93년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선도수련으로 깨달은 성인이 죽은 이후 신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지자체에서  어천절 행사를 치른다. 한 세기 전만 하더라도 국가적인 행사였다.

이승만 상해임시정부 대통령은 어천절 기념식 석상에서 찬송사(讚頌詞)를 통해 단군 황조의 뜻을 계승하겠다고 간곡히 다짐했다. 당시 찬송사는 독립신문 1921년 4월 20일 자에 실렸다.(클릭)

서울 현정회와 천안 국학원은 지난달 양력으로 어천절 행사를 개최했다. 음력은 남산제례문화원과 단군봉찬회, 대종교 등에서 지낸다.

남산제례문화원은 오는 14일 충무로 한옥마을에서 10시 30분에 어천절 축제를 연다니 국내외 관광객에게 단군의 홍익정신을 알릴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은 단군성전이 있는 곳에서 주민과 함께 어천절을 지낼 계획이다.

고향 산소에 내려가지 못하더라도 누구나 조상님을 마음으로 추모한다. 하물며 어천절을 직접 참석하지 못하면 마음이라도 기리는 것은 후손된 도리(道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