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산 단군제례를 찾아서

“외국인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우리에게 당신의 정체성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를 명쾌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정체성은 우리의 본 모습이라고 할 때 우리의 본 모습은 하늘에는 북두칠성이 있고 땅에는 백두산과 삼각산, 지리산, 한라산이 있으며 임금에는 단군이 있고, 나라에는 고조선이 있다 하겠다.” - 김현풍 초대 강북문화원장(전 강북구청장)

서울강북문화원은 1997년 이후 매년 솔밭공원(우이동)에서 단군제례를 통해 민족 정체성을 알리는 ‘삼각산축제’를 개최한다.

삼각산은 북한산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름이 잘못됐다는 것이 강북문화원의 주장이다.

<북한산역사지리(김윤우 편저·범우사)>에 따르면 ‘북한산이란 산명은 본래가 산 이름이 아니라 백제 건국 이후 한강 이북 지역을 일컫던 지역명’이라고 한다.

특히 조선총독부의 고적조사위원이었던 금서룡(今西龍)의 보고서 <경기도 고양군 북한산유적 조사보고서>에서 삼각산이 북한산으로 불린 것도 원인이었다. 이후 북한산이 본명처럼 돼 버린 것은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을 모른 채 1983년도에 이 지역을 주변의 도봉산과 함께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묶어 이름을 지었기 때문이다. 이후 북한산으로 불리게 됐다.

산은 인수봉(810.5m), 백운봉(835.6m), 만경봉(800.6m) 세 봉우리가 삼각뿔 모양으로 나란히 붙여진 이름이다. 산의 모양이 웅장하여 예로부터 서울의 진산(鎭山)으로 추앙받았다.

김선풍 한중대학교 전통문화학부 석좌교수는 “삼각산이라고 불렀다고는 하나 3신 곧 환인․환웅․단군을 모신 우주산이기 때문에 삼각산으로 비정하기도 한다”라고 이색적인 주장을 내놨다.

김 교수가 발표한 <삼각산의 역사적 맥락과 단군제례>라는 논문을 보면 “삼각산의 삼성암(三聖庵)은 1872년(고종 9년)에 신도 고상진(高尙鎭) 선사가 수행처로 찾던 중 이곳이 ‘적정처(寂靜處)’라는 독성님의 현몽을 했다고 창건하여 ‘소란야(小蘭若)’라고 하였다고 하나  삼성의 3이 백운봉, 인수봉, 만경봉을 관장하는 신”이라고 밝혔다. 삼각산의 삼신이 삼성암에 모셔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삼각산 축제에서 단군제례의 기원을 구월산 삼성당에서 찾고 있다.

김희오 동국대학교 명예교수는 <단군숭배의식에 관하여>라는 논문에서 “삼성제례는 조선시대 황해도 구월산 삼성당에서 국가적으로 치러졌지만, 일제가 한민족의 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구월산 삼성사를 파괴하여 제례가 중단되었다”라며 “이 제례를 되살리기 위해 조선왕조실록 등 문헌자료를 검토하고,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 제례를 복원한 것”이라고 밝혔다.

 

▲ 2012년 삼각산 축제(제공=강북문화원)

강북구민의 구심점 vs 종교계의 반발

그렇다면 삼각산 축제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을까?

김현풍 초대 강북문화원장에 따르면 일본의 마쓰리를 보면서 지역문화축제의 하나로 삼각산 축제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갈수록 우리의 고유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것도 그 이유였다.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의 정체성을 찾고 외국인들에게 우리 것을 알릴뿐만 아니라 지역경제까지 발전시킬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그런데 삼각산축제에는 삼각산을 대표하는 어떤 특별한 행사가 필요했다. 강북구 주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고 삼각산 축제를 문화관광축제로서 자리매김하는 데에 필요한 강력한 구심점이 필요했다.”

이때 노중평 회장(현 역사천문학회장)은 단군제례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단군제례가 삼각산 축제의 대표행사가 되겠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종교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무녀까지 초대되어 ‘굿판’을 벌인다는 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예산을 지역사업에 사용해도 모자랄 판국에 돈을 들여 무녀까지 불러와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나는 종교인들의 불만을 충분히 이해했다. 제사나 굿에 대해 그들이 그렇게 민감하게 보이는 것은 그들 종교의 교리에 입각해서 볼 때 충분히 이해할 만 했다. 그러나 단군제례는 단순히 어떤 종교의식이 아니었다. 단군제례 복원의 의미는 우리 민족의 뿌리를 잊지 말고 우리의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자는 데에 있었다. 즉 종교가 아닌 문화로 접근하고자 했던 것이다.”

1997년 11월 2일 서울 삼각산 도선사길 소귀천계곡 휴식공원에서 삼각산축제 단군제례가 처음으로 열렸다. 제례는 우이동의 도당신, 지금으로 말하면 강북구의 신에게 단군제례를 올린다는 의미의 도당올림을 시작으로 단군제례, 살풀이, 뒤풀이 순으로 진행됐다. 올해로 18회를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