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가 인정했다. 지난해 10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2차 세계문자올림픽'에서 한글은 문자의 기원과 구조, 유형, 결합능력, 독립성, 응용력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27개 언어 중 1위인 금메달을 받았다.

 세계적으로 그 우수성이 공인된 한글에 대해 저명한 석학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76, 미국 UCLA대학)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세계 언어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면 그것은 무조건 한글이 되어야 한다."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칭찬을 하자면 사흘 밤낮을 꼬박해도 모자라다. 더군다나 요즘 같은 IT 시대에 한글은 가독성과 작성이 간단하여 더 주목받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것이 있다. 한글이 있기도 훨씬 전부터 우리 선조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우리말'. 우리는 과연 우리 '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세종대왕 한글 반포 567주년 한글날(10월 9일)을 맞아, 한글 탄생 훨씬 이전부터 한민족과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우리말'에 담긴 철학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말 속에 담긴 행복의 비밀 세 가지를 풀어본다.
 

<우리말의 비밀>, 우리말에 행복의 열쇠가 숨어있다고?

 지난 3월 한 권의 책이 발간되었다. 바로 <우리말의 비밀>(이승헌 저, 한문화 출간)이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부제가 눈에 띈다. '행복의 열쇠가 숨어있는 우리말의 비밀'. 과연 매일 말하고 듣고 쓰고 읽는 우리말에 어떤 비밀이 있기에 그 안에 '행복의 열쇠'가 있다는 것일까.

 시작은 우리 '얼굴'에서부터 비롯된다. <우리말의 비밀> 저자인 이승헌 총장(글로벌사이버대)은 얼굴에 대한 전혀 다른, 놀라운 해석을 풀어냈다.
 

 "'얼굴'은 바로 '얼'이 드나드는 '굴'이라는 뜻이다. 얼이 무엇인가? 바로 정보다. 우리는 얼굴의 눈 코 입 귀로 하루에도 수만 가지의 정보를 받아들인다. 이 얼굴을 영어로 하면 '페이스(Face)', 일본어로 하면 '카오(かお, 顔)', 중국어로는 '안면(顔面)'이다. 모두 얼굴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그 말 속에 정신이 담긴 것은 바로 우리 한국말 뿐이다."

 우리가 가진 정보가 드러나는 곳이 바로 얼굴이다. 어떤 정보를 갖고 있느냐, 즉 어떤 생각을 주로 하고 어떤 사람들과 교류하느냐에 우리 얼굴의 모양이 좌우된다는 것이다. 제아무리 값비싼 화장품을 바른다고 한들, 큰돈을 들여 성형수술을 한들 인생이 바뀌지는 않는다.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힘은 관상이 아니라 얼, 그 사람이 가진 정신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 <우리말의 비밀>의 저자 이승헌 총장이 지난 9월 3일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2013 율려콘서트'에서 관객에게 '얼'의 의미에 대해 전하고 있다. [사진=임선환 객원기자]

 <우리말의 비밀>이 전하는 첫 번째 행복의 열쇠는 바로 '얼굴'이다. 얼이 드나드는 굴의 모양새에 신경 쓰기 보다는 '얼' 자체를 살리면 생김새와 상관없이 누구나 '환한 얼굴'이 될 수 있다는 것.
 

 두 번째 비밀은 한민족의 인생에서 찾을 수 있다. 한민족은 태어나 나이가 들면서 아기에서 어린이, 어른 그리고 어르신에 이르는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나이'만 많다고 해서 '어르신'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우리말의 비밀>의 저자 이 총장은 한민족만의 삶의 단계를 이렇게 풀어낸다.

 "한민족의 '얼의 민족'이라고 한다. 얼이 어린 사람을 어린이, 얼이 큰 사람을 어른, 얼이 커져서 신(神)과 같이 된 사람을 어르신이라 한다. 그저 나이가 들어서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신'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삶을 살아갔던 것이 바로 한민족이다.
 더 많은 경제적 풍요나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 진정으로 바른 정신, 즉 얼을 차린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한민족이 추구한 삶의 목적이다. 이보다 더 위대한 가치는 없다."

 어린이가 자라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열매가 영글듯 얼이 알차게 익는 과정을 보낸다는 것이다. 어른이라는 말 역시 그 자격과 책임이 이미 우리말 속에 깃들어 있다. 늙은이가 아니라 어르신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혜를 갖추어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우리말의 두 번째 비밀은 여기에 있다. 어린이, 어른, 어르신이라는 말만으로도 사람이 어떻게 살고 죽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 비밀은 우리말, 그 중에서도 '숫자'에 숨어있다. <우리말의 비밀>은 숫자에 담긴 세 번째 비밀의 실마리를 한민족의 고대 경전 '천부경(天符經)'에서 찾는다. 여든한 자의 한자로 이루어진 '천부경'에는 1부터 10까지의 숫자가 반복되어 등장한다. 길지 않은 경전에서 반복되는 숫자의 숨은 뜻을 아는 것이 관건.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에 담긴 우리 고유의 숫자말의 뜻을 해석해내니 놀라운 보물이 드러났다.

▲ [제공=한문화멀티미디어]

 한민족의 숫자말은 나무 한 그루의 삶에서 온전한 우주의 질서와 생명의 이치를 풀어내어 만들어졌다. 언어학적인 분석이라기보다는 자연의 이치를 그대로 따르면서 말의 원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총장은 이를 두고 우리 숫자말의 우수성이 발현된 것이라 했다.

 "숫자는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이치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에 이해되고 약속된 말이다. 숫자 속에 이치가 담기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이다. 홀씨 하나가 땅에 떨어져 움을 틔우고 땅에서 자라올라 열매를 맺고 세상을 아우른 뒤 다시 씨앗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우리 숫자말에 담겨있다.
 자연의 이치를 살피고 그 이치에 따라 스스로 돌보면서 다른 생명과 세상도 귀하게 돌보는 마음으로 사는 것. 이 이상의 도(道)가 없다."


 민족의 말은 정신이며 글은 생명이라고 한다. '글'이라는 생명에 깃든 '말'이라는 정신이야말로 민족의 정체성과 가치를 드러내는 가장 확실한 요소라는 것이다.

 10월 9일 한글날이 올해로 567주년을 맞이했다. 한글의 우수성을 더욱 빛내는 우리말의 가치에 대해서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말에 숨어있는 참뜻을 알고 나니 삶을 살아가는 큰 열쇠를 손에 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