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세종대왕을 떠올린다. 한자를 모르는 백성들을 가엽게 여겨 만든 우리말, '훈민정음'을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잘 따져보면 '훈민정음'은 '글'이다. 글은 '말'이 있기에 가능하다. 말이 글에 우선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우리말의 어원은 무엇일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글학자 강상원 박사는 1일 국학원(원장 장영주)이 주최한 학술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 한글학자 강상진 박사가 1일 국학원이 주최한 '개천절 기념 학술회의'에서 발표하고 있다.

 "민족의 역사, 민족의 언어는 학자들만이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역사의 주인인 전 국민이, 그 말을 쓰는 우리가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동안 중국과 일본에 의해 완전히 박살이 난 한민족의 문화를 되살려야 한다. 일제에 의해 우리말의 어원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 삶을 제대로 사는 길이다."

 일흔을 넘긴 노학자는 "민족의 학문, 국학(國學)은 온 국민이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며 열변을 토해냈다. 그리고 우리 말의 어원에 대해 놀라운 내용을 발표했다. 바로 우리 말, 그 중에서도 전라도 경상도 함경도 등지에서 쓰는 사투리가 동서양 언어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강 박사는 사단법인 국학원이 단기 4346년 개천절을 기념하여 개최한 제29회 국학원 정기학술회의에서 첫 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서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한민족 문화의 우수성'을 주제로 10월 1일 오후 1시 30분 국립 고궁박물관(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학술회의에는 1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강 박사는 "우리 민족의 언어가 동서양 언어의 뿌리가 되는데 이 점을 알아낼 수 없도록 중국과 일본이 우리 역사는 물론 언어까지 모조리 박살냈다"며 "우리 말의 어원을 찾아내지 못하도록 그 기원과 우수성, 의미를 다 흐트러뜨리고 왜곡시켜 놓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강 박사는 평생을 거쳐 우리 말 어원 찾기에 매진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우리 말이 불경(佛經)을 전하는 범어, 즉 산스크리트어의 뿌리라는 것. 강 박사는 "법화경을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우리 말의 원형이 남아있는 전라도(거시기, 해부러)와 경상도(밥 묻나), 함경도 등의 토속 사투리가 산스크리트어에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고 했다. 강 박사는 이에 대한 내용을 책으로 엮어 지난 2000년 미국에서 발간했다. 세계 각국 주요 대학 도서관에도 저서를 비치해두었다고 했다.

 이는 단지 '언어'에서 그치지 않는다. 역사에서도 그 증거를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다. 강 박사는 "일제가 한민족의 강역을 한반도나 만주에 제한시킨 역사를 가르쳤지만, 실상 우리 민족은 히말라이 언저리에서 시작되었다고  『삼국지』<위서동이전>이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석가모니를 '인도사람'이라고 한 것도 일본, 중국이 한민족의 맥락을 끊어버리려고 한 짓"이라며 "옥스포드 사전 509페이지에 '단군'은 석가모니의 조상이라고 나와있다"고 강조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지 60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그 어원을 정확히 밝히지 못하는 것 역시 "일본이 고대 산스크리트어의 원형이 되는 우리 말 위에 일본 문법을 뒤집어 씌웠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일흔을 넘긴 그는 지금도 하루에 대부분의 시간을 어원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강 박사는 "어원 연구는 할 짓이 없어서 하는 게 아니다. 20년 간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들어왔더니 기독교 같은 종교가 판을 치고 있었다. 민족 정신, 역사, 철학은 사라지고 외래 종교만 남았다. 한국 사회가 제정신을 잃고 썩어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이 민족을 살리기 위해, 민족혼에 숨결을 불어넣기 위해 어원 연구를 한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강 박사는 "조국의 평화와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우리 민족 역사와 언어 속에 숨어있는 한민족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며 "이를 세계 만방에 알려 한민족의 자존심과 긍지를 살리는 데 여러분들이 앞장서주기를 바란다"며 발표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