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재미교포 3세들 중에는 우리말을 전혀 못 하는 이들도 상당수라고 한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게 200년 미국사는 훤할지라도 반만년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를 애쓰지 않고 절로 알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태평양 건너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한민족의 생일, 개천절 경축행사를 하게 된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미국의 정신과 철학,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한인사회에 널리 만물을 이롭게 하여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했던 국조(國祖) 단군왕검의 홍익(弘益) 정신을 전하고 싶었다. 아니,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었다고 말하고 싶다.

 첫 개천절 경축행사가 열린 것은 한반도가 월드컵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이지만, 단군의 '홍익' 정신에 공감하고 이를 한인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LA국학 활동가와 회원이 십시일반 마음을 내어 코리아타운 내 한 초등학교 강당에서 행사를 개최하였다.

▲ 2012년(단기 4345년) 개천절 행사 당시 한민족의 선도무예인 '천부신공' 공연을 선보이는 국학회원들. 한인은 물론 미국인들도 함께 천부신공 공연을 선보여 행사에 참석한 많은 한인과 언론으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왕다운 원장은 "개천절 행사 때 꼭 천부신공 공연을 하는데 그 이유는 한인 1.5세, 2세, 3세들에게 천부신공을 통해 천부경과 홍익의 사상을 전하기 위함"이라며 "개천절 행사에 천부신공을 시범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뿌리와 정신을 알아 자랑스러운 한민족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사진제공=LA국학원]

 하지만 해가 갈수록 '이정도로는 안 된다'는 마음이 커졌다. 활동가와 회원들 역시 "개천절은 한인 전체가 알아야 하는 중요하고 귀한 행사"라며 마음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염원을 모아 최근에는 LA국학원만이 아닌, 한인 전체, 코리아타운의 공식행사로 진행하고 있다. 개천절 경축행사는 LA한인회와 LA국학원이 공동주최로 이뤄지며 매 행사에는 한인회장과 총영사를 비롯해 한인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모인다. 이 자리에서 꼭 국학강좌를 열어 60년이 아닌, 반만년에 이르는 한민족의 역사와 그 찬란한 문화에 대해 함께 소통하고 또 알아가는 시간도 갖는다.

 개천절 경축행사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국학운동의 선구자인 이승헌 총장(글로벌사이버대)과 이수성 전 총리(국학원 명예총재)가 LA를 찾아 '한민족 얼찾기'를 주제로 강연회를 진행했다. 지난 9월 26일에는 개천절을 맞아 박석재 박사(천문학)를 초청해 천문학으로 한민족의 정체성을 풀어보는 세미나를 열었다.

 변화를 체감한다. 최근에는 코리아타운과 가까운 글렌데일시(市)에 '평화의 소녀상(위안부상)' 제막식이 열리는 등 역사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역사와 뿌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해온 국학 활동이 교포사회의 다양한 활동에서 드러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지난 12년을 한결같이 '홍익하자'는 마음으로 걸어왔다. 우리의 DNA에 아로새겨진 한민족의 철학과 역사를 앞으로도 널리 전하고자 한다. 코리아타운이 '홍익타운'이 되는 그 날까지. 

 

 

LA국학원장 왕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