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사를 안 지내는 집이 늘어나고 있다. 종교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바쁘고 번거롭다는 이유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 수와 제사를 지내는 횟수가 줄어든 것은 꽤 오래된 이야기다.

 가장 가까운 조상의 제사도 간편하게 혹은 최소한의 제사만 지내는 요즘,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는 것은 언뜻 들으면 먼 나라 이야기만 같다. 하지만 '천제(天祭)'는 먼 나라가 아닌 바로 이 땅, 이 민족의 가장 귀하고 높은 수준의 문화유산이었다면 믿겠는가.

 

 국학원과 한민족기념관은 2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상고, 고대시대 속 제천문화 복원을 위한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이번 학술회의에는 한국 상고사, 국학 관련 인사들과 시민 100여 명이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다. 한민족의 상고사와 고대사 속 펄떡거리며 살아있는 제천문화의 증거와 그 흔적들이 발표될 때마다 장내에는 시민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개회사를 한 장영주 국학원장대행은 "고구려에서는 어린아이가 죽어도 '천손(天孫) 아무개의 묘'라는 비문을 남겼다. 이런 문화를 가진 고구려가 통치자만 '천자(天子)'라 칭한 중국의 소수민족일 수 없다"며 "우리 선조들은 하늘로부터 모두가 그 귀함을 받아 백성이 곧 나라의 근본, 기틀이라고 가르쳤다"고 했다.

 장 원장은 "이것이 바로 '천심(天心)', 하늘의 마음을 가르치는 문화를 갖고 있었다는 증거로 <참전계경>에도 나온다"며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하늘의 마음이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로 펼쳐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장영주 국학원장 대행(좌), 성배경 서울국학원장(우)

 성배경 서울국학원장은 "한민족 제천문화의 맥이 끊어지면서 수천 년 동안 어둠의 시간을 지나왔다"며 "오늘이 바로 그 어둠을 밝히는 날"이라며 환영사를 전했다.

 성 원장은 "오늘 학술대회가 발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 속으로 스며들어서 우리 젊은이들이 자신이 단군의 후예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나와 민족과 인류를 살리는 시대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제천문화 복원을 통해 우리의 정신문화유산의 가치를 바르게 세워나가자"고 강조했다.

 학술대회는 환웅시대의 하늘 인식과 제천문화의 뿌리 (임재해 안동대 교수), 복식과 예술로 본 고조선 제의문화(박선희 상명대 교수), 제천의식과 삼신(박용숙 동덕여대 전 교수), 신라 '나얼' 제천 유적에 나타난 '얼' 사상(정경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교수) 순서로 발제가 이뤄졌다. 진행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 김광린 교수가 맡았다.

 참석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발표는 바로 박선희 교수의 '복식과 예술로 본 홍산문화와 고조선 제의문화'였다. 4대 문명에 앞서는 문명으로 주목받고 있는 홍산문화에서 발굴된 다양한 장신구와 복식 형태를 근거로 한민족의 제천문화를 증명해냈다.

 박 교수는 "고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종교'로, 정치보다 우선하는 대단히 중요한 내용"이라며 "그 형식이나 행태를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무덤에서 출토되는 다양한 장신구, 의복형태"라고 설명했다.

▲ 박선희 교수(왼쪽에서 두번째)가 청중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 교수는 "홍산문화 유적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보면 강원도와 평양에서 출토되는 것과 재질, 양식이 동일하다. 이는 명백히 홍산문화가 고조선의 문화, 한민족의 문화라는 증거"라며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할 가장 확실한 증거를 바로 복식, 예술에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임재해 교수는 건국시조들의 탄생설화와 나라명, 호칭 등을 통해 한민족이 얼마나 하늘과 가까운 민족인지 밝혀냈다. 박용숙 전 교수는 천문학적인 측면에서 우리 민족의 제천의식을, 정경희 교수는 신라 '나얼' 유적지를 중심으로 한민족의 천손문화와 얼 문화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학술회의는 국학원 제27회, 한민족기념관 제3회 정기학술회의였다. 국학원과 한민족기념관은 국학을 주제로 다양한 학술회의 및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