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차 단군기원 4345년 임진 5월 임자 삭초오일 병진 본주거민 유학 모 감소고우…."

알듯 모를 듯 한문 축문을 하늘을 향해 읊고 이어 풀어쓴 축문을 올린다.

"단기 4345년 임진 5월 초5일에 본 고을에 사는 유학 모는 사직社稷의 신전神前에 감히 고하나이다.
엎드려 생각건대 예로부터 건국함에 먼저 왕궁을 세우고 다음으로 사직단을 세워 국가와 존망을 함께 하였나이다.

사신社神은 토지를 관장하여 국토를 보호하고 직신稷神은 곡식을 관장하여 오곡을 무성케 하니 만약에 사직이 없다면 어찌 살 수 있으리오.

위로는 중앙정부로부터 아래로는 지방에 이르기까지 사직단을 세워 제사를 지냄은 백성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엎드려 원하건데 비바람이 순조로워 농사풍년을 이루고 나라의 태평과 백성이 편안하고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이에 단오절을 당하여 목욕재계하고 삼가 생폐牲幣의 제수를 마련하여 경건한 마음으로 고사를 올리오니 신께서는 그 뜻을 살피시어 기꺼이 흠양 하옵소서."

 광주사직대제추진위원회가 24일 오후 5시 광주광역시 사직공원 사직단에서 단기 4345년 광주사직대제를 봉행하면서 하늘에 이 축문을 올렸다.

▲ 광주사직대제추진위원회는 24일 오후 광주사직공원 내 사직단에서 단군기원 4345년 사직대제를 봉행했다.

이날 광주 양림동 한울타리 풍물패가 풍물길놀이로 사직의 신에게 대제 봉행을 알리고 하늘과 땅에 고했다.

제단에는 촛불을 두 개를 밝히고 쌀, 보리쌀, 밀, 차, 수수, 서숙, 미나리, 배추, 무, 어포, 파, 당근, 쇠고기, 부추, 곶감, 밤, 흰소금, 대추, 배, 호도, 은행, 돼지고기, 떡을 한 상 가득 차렸다.

 

이윽고 집사들이 배석하고 제복을 갖춰 입은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이 홀을 들고 제단 옆으로 서자 제가 시작된다. 이날 초헌관은 최용호 광주남구청장이다.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 순으로 절을 하고 물러난다.

▲ 광주사직대제

집례가 하는 말, 요즘 듣기 어려운 한문투라 얼른 알아채지 못한다. 쉽게 다시 풀이한다.

"제관 4배, 모든 제관은 절 네 자리를 하세요. "
"배拜"
"흥興"
...
"배拜"는 절을 하라는 의미요, 흥興은 일어나라는 뜻이다.  "절 하세요, 일어나세요. 절하세요, 일어나세요…" 네 번 한다.

 

이 사직대제는 광주사직대제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광주광역시, 광주시의회, 광주남구청, 남구의회, 광주시교육청, 문화관광체육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국조숭모회, 배달문화선양회, 광주향교, 민족정기선양회, 광주한민족생활문화연구회, 광주민속박물관회, 홍익희망포럼, 남구사회복지협의회, 사장봉사회, 518기념재단, 전교조광주지부 등이 후원했다. 

▲ 24일 광주사직대제에서 제관이 축문을 불살라 하늘로 날려보내고 있다.
▲ 광주사직대제 제관과 집사들.

 광주시작대제추진위원회 황일봉 위원장은 "지난 세월 참혹한 일제식민지 시대를 생각하면 부귀영화, 돈과 명예도 국가와 민족이 없이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며 " 사직제를 복원하여 오늘 네 번재 대제를 봉행하며 희박해져 가고 있는 우리 민족의 역사의식을 깨워보고자 사직제의 1부 행사를 독도수호기원제로 2부 행사에서는 독도수호를 염원하는 축하공연과 청소년 장기자랑을 준비하였다"고 말했다.

특히 황 위원장은 "모든 분들에 오늘 행사를 통해 잊혀져가는 전통문화와 함께 민족의 소중함과 민족의 얼을 되살려 나만 좋은 것이 아니라 함께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홍익정신이 사직제를 주관하는 참뜻이라 생각하면서 많은 참여와 격려를 부탁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직(社稷)은 고대 농경사회에서 유래한 제의(祭儀)로 토지의 신과 곡식의 신에게 국가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던 원시 공동체의 제사에서 비롯되었다.

삼국시대에는 고구려 고국양왕 391년에 처음 국사(國社: 사직)를 지었다는 기록이 있고 신라에서는 783년(선덕왕 4년)에 처음으로 사직단을 세웠다. 고려는 991년(성종10년)에 사직단을 세워 사직에 제사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천지인에 대한 국가의제례로천제(원구제 圓丘祭), 사직제, 종묘제가 있었다. 그 중 사직제는 토지를 관장하는 사신(社神)과  농작의 풍년을 좌우하는 곡식의 신인 직신(稷神)에게 드리는 제례로  궁중제사 중 대사(大祀)에 속하여 사직대제라고 한다.

유교를 국시로 한 조선시대에는 왕실의 조상신에게 제사를 드리는 종묘제례(宗廟祭禮, 중요무형문화재 제56호)와 함께 국태민안을 기원했던 중요한 의식이었다. 또 사직은 국가의 주권을 상징하는 정신적인 지주이기 때문에 한 나라를 세우면 정부 주도로 사직단을 건립하고 국가와 민생의 안전을 기원하는 제를 올렸다.

이러한 사직대제는 매년 2월과 8월, 그리고 동지와 섣달 그믐날 밤에 거행되었는데 1908년(순종2년) 일제의 강압으로 폐지되었다. 광주 또한 일제강점기에 시련을 겪으며 민족문화말살정책에 의해 사직대제가 철폐되었다. 1972년 광주시가 사직동물원을 설치하면서 팔각정 자리에 있던 사직제단마저 철거되었다.

▲ 광주사직단 안내판

그후 사직동물원이 우치공원으로 이전되고 사직단 복원을 염원하는 광주시민들의 요구에 의해 사직단이 복원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사직단 옛터가 아닌 아랫자락 화장실 앞 후미진 곳에 젯상도 없는 사직단만 설치하는 데 그쳤다.

국조숭모회 최기영 회장을 비롯한 시민들이 1994년 사직대제를 복원하여 향사를 하였으나 광주시의 무관심으로 1997년을 끝으로 사직대제가 중단되었다.

2008년 배달문화선양회의 주관으로 국조숭모회, 광주향교, 민족정기선양회와 함께 사직대제 재복원에 착수, 2008년 8월30일 사직대제 봉행을 시작으로 오늘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