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천재 학자, 다산이 말하는 자녀교육?

“너희들은 망한 집안의 자손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잘 처신하여 본래의 가문보다 훌륭하게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기특하고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는가. 왜 집안이 망해도 잘 처신하는 길은 오직 독서 뿐이다라고 말하겠는가. 독서는 인간의 제일가는 청사(淸事)로서 호사스런 집안의 자제라 해서 그 진미를 맛보게 해주는 것도 아니고 아주 외딴 시골 자녀들에게도 그 오묘한 이치를 터득시켜 주지는 않는다. 반드시 사환가(대대로 벼슬하는 집안)의 자제로서 어려서 얻어들은 견문도 있는데 중년에 재난을 만난 너희들 같은 아이들이 진정한 독서를 할 수 있다.”

유배생활 18년 동안 500여 권을 저술한 다산 정약용이 두 아들(학연學淵, 학유學游)에게 보낸 편지에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 힘써야 하고 자기를 갈고 닦아 집안을 일으켜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는 것으로 제일 강조된 것은 독서였다.

김영 인하대 교수는 9일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열리는 ‘다산 정약용 탄생 25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참석해 다산의 독서론과 저술법을 주제로 발표한다.

‘다산 연구의 새로운 모색’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는 총 6개 분과 25편의 논문이 발표되며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 한국한문학회, 한국실학학회가 공동으로 주관한다.

김 교수는 미리 공개한 발표문에서 다산의 독서법은 조선조의 유학자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자기를 닦고 남을 다스린다는 수기치인(修己治人) 독서관에서 조선조 유학자들은 수기치인의 개념을 존심(存心)은 출세지본(出治之本)이라고 하면서 통치자의 주관주의적 수신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피치자의 교화로 이해하는 데 반해, 다산은 현실의 주체적 인식이라는 관점에서 경전을 재해석한 결과 수기치인의 개념을 실천적인 방향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즉 다산은 독서의 목적을 현학적인 지식의 습득이나 입신출세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삶의 문제와 역사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독서를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 다산은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자기의 문제의식 내지 주견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을 마구잡이로 그냥 읽어가는 것은 아무리 많이 읽어도 소용이 없고 오히려 읽지 않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책을 읽어 가다가 중요한 개념이나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여러 가지 서적들을 참고해서 세밀하게 연구함으로써 그 책의 근본 뿌리를 캐내어야 한다.

외국이 아닌 우리나라 책부터 읽어라!

실학의 집대성자 다산은 대체로 두 계열의 책을 읽으라고 말한다. 한 계열은 자기 몸을 바르게 갈고 닦는 데 필요한 책들이고 다른 한 계열은 세상을 바로잡는 데 필요한 책들이다.

이 중에서 주목되는 것은 다산의 민족주체의식으로 조선시대 양반 사대부의 독서 자세를 비판하는 대목이다.

“근래 수십 년 이래로 한 가지 괴이한 논의가 있으니 이건 동방문학東方文學(중국에 대해서 우리나라 문학이라는 뜻)을 아주 배척하는 일이다. 여러 가지 우리나라의 옛 문헌이나 문집에는 손도 대지 않으려 하니 이거야말로 병통이 아니고 무엇이냐. 사대부 자제들이 우리나라의 옛 일들을 알지 못하고 선배들이 의론했던 것을 읽지 않는다면 설사 그 학문이 고금을 꿰뚫고 있다 해도 저절로 소홀하고 거친 것이 될 뿐이다.”

김영 교수는 “다산은 당시 조선현실이라는 주체적 입장에 서서 제현상을 인식하려 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역사책이나 문헌과 문집들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다산이 시를 쓸 때에도 중국의 고사나 시구를 인용하지 않고 우리나라의 글들에서 뽑아낸 것도 이와 같다. 실제 다산은 “나는 조선인이므로 즐겨 조선시를 짓겠노라(我是朝鮮人, 甘作朝鮮詩)”라고 선언하면서 실제의 詩作에서 순수한 우리 말 또는 지방색 짙은 방언을 구사해서, 2,500여 편의 시를 남겼다.

참가비 무료
문의) 031-579-6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