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병원 소아정형외과 심종섭 교수
매듭병원 소아정형외과 심종섭 교수

소아 휜다리는 보호자들에게 꽤 흔한 걱정거리다. 특히 아이가 걸을 때 다리가 O자 형태로 벌어져 있거나, 반대로 X자 형태로 무릎이 붙은 채 발목이 벌어지는 모습을 보면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을 두고 주변에서는 “크면 괜찮아진다”고 하지만,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성장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생리적 휜다리와 병적인 휜다리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O자형 다리를 갖고 태어난다. 이는 뱃속에서 웅크린 자세로 자궁에 오래 머물렀기 때문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보통 만 2세까지는 O자 다리가 유지되다가, 만 3세에서 5세 사이에 X자형 다리로 변하고 초등학교 입학 무렵인 만 6~7세 정도가 되면 성인과 유사한 곧은 다리 형태로 정리된다. 이처럼 일시적인 휜다리는 정상적인 성장 과정에서 충분히 교정된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시기를 지나서도 다리 형태가 바르지 않거나, 점점 더 심해지는 경우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도 여전히 무릎 사이가 지나치게 벌어져 있다면 단순한 생리적 문제로 보기 어렵다. 다리의 정렬이 비정상적인 경우 무릎, 고관절, 발목 등 주요 관절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게 되며, 시간이 지나면 성인기에 관절염 같은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휜다리 유형도 다양하다. O자형 다리는 흔히 오다리라고 부르며, 똑바로 섰을 때 무릎 사이가 벌어지는 형태다. 반대로 X자형 다리는 무릎이 붙은 상태에서 발목이 벌어지는 것으로, 엑스다리로 알려져 있다. 안짱다리는 걷는 자세에서 발끝이 안쪽을 향해 걷는 걸음걸이를 말하며, 대부분 대퇴골이나 경골이 안쪽으로 회전하면서 나타난다. 이러한 보행 이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허리 통증이나 골반 비대칭, 척추 측만증 같은 전신의 체형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초기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성장판이 아직 열려 있는 소아기에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도 교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보통 만 10세 이전에는 생활 습관이나 자세 교정만으로도 상당한 개선이 가능하다. 그러나 휜다리의 각도가 심하거나, 통증·보행 이상·근육 긴장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면 보조기 착용이나 운동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이 시기를 놓치게 되면 이후에는 비수술적 치료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오다리, 엑스다리, 안짱다리를 가진 아이들 중에는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결국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크면 좋아진다”는 말만 듣고 기다리다 치료가 늦어지기 쉬운데, 뼈가 어느 정도 굳은 뒤에는 수술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어 주의해야 한다. 단순한 정형외과 진료와 달리, 소아 정형 분야는 성장 패턴과 골격 발달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소아 휜다리로 고민하고 있다면 전문성을 갖춘 소아정형외과를 찾아야 한다.

만일 안짱걸음이나 팔자걸음, 걸을 때 한쪽 다리를 자주 끌거나 무릎이나 종아리에 통증을 호소한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기록을 남겨 소아정형외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동영상이나 사진을 활용해 아이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면 진단에 많은 도움이 된다. 초등학교 3학년을 전후로 휜다리 교정 효과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이 시기를 전후해 한 번쯤은 소아 정형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든 아이가 자라면서 다리가 곧게 펴지는 것은 아니다. 정상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꾸준히 관찰해야 한다. 휜 다리는 단지 외관상의 문제만이 아니라 아이의 평생 관절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이므로 성장기 초반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글: 매듭병원 소아정형외과 심종섭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