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간이식 환자 중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나 관리 체계가 미흡하여 국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72건에 불과했던 국내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 간이식 건수는 2022년 295건으로 4배 이상 늘었다. 현재 뇌사자 간이식 환자 10명 중 4명이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이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증가하는 알코올성 간질환 간이식 수요에 비해 관리 시스템이 매우 부족하다. 반면 미국과 유럽에서는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의 간이식에 대해 엄격하고 표준화된 관리 체계를 이미 갖추고 있다. 이식 전에는 최소 6개월 이상 금주와 중독 치료 프로그램 참여를 의무화하고, 사회적 지지체계와 정신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평가한다. 이식 후에는 의료진, 사회복지사, 중독 전문가가 함께 협력하는 다학제적 시스템을 통해 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지속적 상담과 모니터링이 이뤄진다. 이러한 체계는 환자의 장기 생존율을 높이고 재이식 가능성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식 전 금주 확인 및 중독 치료 참여 규정이 병원마다 다르고, 국가 차원의 표준화된 관리 프로토콜이 없다. 이식 후 관리 역시 체계화되지 않아 환자 음주 재발률은 최대 49%에 달하며, 이는 이식 장기 손상 및 생존율 저하, 심각할 경우 재이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대한간이식학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 의사 전문가 단체인 한국중독정신의학회 및 국가기관인 중독관리센터와 긴밀히 협력해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 간이식 표준 관리 프로토콜 개발을 추진 중이다. 2024년 상반기 세미나에서는 ‘My Liver 수호대’라는 이름으로 시범사업이 발표됐다. 이 사업은 이식 전 3개월 간 금주 프로그램 이수 및 주 1회 중독관리센터 방문, 금단 증상 치료 병행, 이식 후 1년간 지속적 모니터링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환자·보호자 교육과 의료진 및 코디네이터의 중독 관리 교육도 함께 계획돼 있다.
하지만 학회에서는 전문가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단체는 인력과 재무적 제약 속에서 움직여야 하고, 국가기관인 중독관리센터는 행정적·운영적 지원의 한계가 존재한다.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의 간이식은 단순한 수술을 넘어 장기적 관리와 다학제적 협력이 필수적인 영역이다. 대한간이식학회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최전선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국민 건강과 환자 생명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책임 있는 대응과 제도적 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의료계에서는 이제는 국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전문가 단체(대한간이식학회, 중독정신의학회)와 국가기관(중독관리센터) 간의 협력 체계 구축을 지원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 간이식 관리에 대한 국가 표준 프로토콜 마련 ▲중독 치료와 재발 방지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인력과 예산 지원 ▲지속적 데이터 축적 및 정책 개발 ▲사회적 인식 개선 및 교육 캠페인 추진이 시급하다.
대한간이식학회 관계자는 “의사 전문가와 중독관리센터 등 국가기관의 협력만으로는 시스템 구축에 한계가 있으며, 이는 단순한 의료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보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