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핌(FIM)은 일상 속 보이지 않는 움직임과 변화를 감각해 내기 위해 순간의 빛과 형태를 시각화하는 두 작가 김재현, 오연진의 이인전《파도가 쉬는 순간(When the Wave Rests)》을 5월 1일부터 선보인다.
김재현 작가는 기억이나 공기, 빛, 온도와 같은 감각이 남기는 미묘한 잔상을 화면 위에 축적하고 기록하는 회화적 실천을 탐구한다.
김재현은 주변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과 변화의 흔적을 회화로 기록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작품은 특정한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쌓이고 흘러가며 만들어내는 감각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층층이 쌓인 기억과 같이 그의 화면에는 빠르게 사라지는 빛의 흔적, 공기 중에 머무는 습도, 미세하게 변하는 색과 형태들이 각기 다른 시간성과 속도로 뒤섞인다. 이러한 회화적 접근은 고정된 이미지 속에서도 지속적인 움직임을 암시하며, 우리가 평소 지나치던 감각들을 환기하고, 이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오연진 작가는 사진의 감광과 인화 과정 속 우연적 요소를 수용하고 조형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이미지의 생성과 매체의 경계를 실험한다.
작가는 사진의 물리적·개념적 경계를 확장하며, 빛과 감광 재료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미지가 형성되는 방식을 탐구한다. 그는 빛과 물질이 맺는 관계를 기록하거나 조형적으로 변형하는 방식을 통해, 사진 이미지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시간성과 공간성을 내포한 물질적 존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실험한다. 작가의 작업은 투명성, 층위, 우연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사진의 개념을 재정의하는 과정에서 회화, 조각 등 다른 매체와의 관계성을 확장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이미지의 구조를 낯설게 바라보게 하고, 감각과 지각 사이의 간극을 재고하도록 유도한다.

이번 《파도가 쉬는 순간》전시는 이들이 제시하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지나쳐온 섬세한 감각을 되새기고, 익숙한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를 제안한다.
장민지 핌 쿠레이터는 ‘전시서문’에서 이번 전시를 이렇게 소개한다.
“《파도가 쉬는 순간》은 표면적으로 정지된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움직임을 탐구한다. 김재현은 시간과 감각의 축적을 통해 보이지 않는 흐름을 회화적으로 드러내고, 오연진은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미지의 경계를 허문다. 두 작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변화와 흐름을 다루지만, 궁극적으로 우리가 지나쳐온 세계를 되새기고, 일상 속에서 놓치기 쉬운 섬세한 감각의 흐름을 인식하고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전시장에서는 김재현의 유기적인 색과 형태가 기억의 단편들을 엮어가듯 흘러가고, 오연진의 사진은 빛과 물질의 교차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우연성을 드러낸다. 순간이 지나고, 새로운 순간이 만들어지는 그 사이에서, 우리는 빛과 색이 겹치고 형태가 해체되었다가 다시 조합되며, 시간의 흔적이 물질로 변하는 과정을 마주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익숙한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김재현 작가는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프랭크 모어 인스티튜트에서 회화과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오연진 작가는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전문사를 졸업했다.
김재현, 오연진 작가 2인전《파도가 쉬는 순간(When the Wave Rests)》은 6월 7일까지 FIM(서울특별시 용산구 유엔빌리지길 11, 2 층)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