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입구매거진' 표지(평면). 이미지 입구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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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인문 철학 잡지 《입구매거진》 2호 ‘고독과 공존 사이’가 출간됐다. 《입구매거진》은 마음챙김, 명상, 인문, 영성 등의 주제를 바탕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한 이야기를 담아 소개하는 잡지다.

이번에 출간한 《입구매거진》 2호는 ‘관계’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철학·영성적으로 풀어 담았다.

《입구매거진》 오현성 디렉터는 “타인과의 관계에 매몰된 인간도, 타인으로부터 고립된 인간도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이 이번 호 발행의 취지다”라고 밝혔다.

이번 호의 주제인 ‘고독과 공존 사이’는 베스트 셀러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의 저자 강용수 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원이 쓴 수록 글 제목과 같다.

《입구매거진》는 '고독'한 개인이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이루는 '공존'은 어떻게 가능하며 '적절한 거리두기'와 같은 관계의 기술들이 최선의 답변인지 고독과 공존을 탐구한다.

잡지 '입구매거진' 표지(입체). 이미지 입구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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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스무 개의 글로 꾸민 《입구매거진》 2호는 삶의 태도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담은 ‘관계와 삶’, 주제를 깊이 들여다보는 ‘철학과 영성’ 그리고 자기 내면을 살피는 ‘마음챙김과 명상’으로 나눠 구성됐다. 스페셜 자료로 작가이자 예술가인 ‘라안티 쿠마르-라오’의 글 <세상의 중심에 있는 강>이 실렸다.

한윤정 생태전환 매거진 《바람과 물》 편집인은 <종교를 넘어 영성으로>에서 영성 개념의 역사적 변천과 오늘날 탈종교적·초종교적 맥락에서 영성이 갖는 의미를 살핀다. “20세기 후반기 영성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을 이룬다. 과거 종교나 비의적 전통에 종속되었던 영성이 세속적 맥락으로 옮아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제국의 종말, 피식민지 국가들의 독립, 민족문화의 정립과 문화상대주의, 계급·젠더·인종에 따른 차별 철폐 운동, 글로벌화 등 광범위한 문화적 변화 속에서 과거로부터 내려온 종교적·사회적 정체성과 가치 체계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이 더는 전통 종교를 자신의 영적 추구를 위한 적절한 창구로 보지 않고 새로운 자기 지향의 원천을 찾았다. 그러면서 ‘영성’은 자아와 삶의 궁극적인 목적을 탐구하는 대안으로서 종교를 대체하게 되었다.”

종교를 대체하고 세속 속에 들어온 “영성은 학문과 이론의 영역뿐만 아니라 현실사회와 직업 세계의 여러 영역과 결합함으로써 가치를 재발견하고 실천 방식에 변화를 불러온다. 보건의료, 예술, 스포츠, 도시계획, 경제 그리고 옷·음식·여행 등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영적 변화가 감지된다. 보건의료에서 영성은 질병의 개념과 치유 과정을 재구성한다. 환자를 단순한 임상적 증상이 아닌 유기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심리적 측면을 돌봄으로써 회복이나 불치의 고통에 대응한다.”

이처럼 “현실사회와 직업 세계 전반에 걸쳐 영성이 결합하는 추세는 문명의 회전축이 바뀌는 증거이기도 한다. 과학과 이성의 시대가 지나가고 신비와 영성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인간은 왜 영성에 끌리는 것일까?

영성은 “인간은 생물학 그 이상의 존재”임을 보여준다. 지구에 출현한 생명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 끝에 탄생한 인간은 ‘우주의 마음’으로 일컬어진다. 단순히 생명을 영위하거나 감각을 만족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의 의미와 가치를 질문하며, 나아가 자신을 둘러싼 더 큰 세계와의 접속과 통합을 추구한다. 존재자로서 자신을 정화하고 초월적 존재에 헌신함으로써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능력과 지혜를 얻고자 하며, 그런 지혜를 삶의 원리로 삼아서 좀 더 성숙한 인간이 되고자 노력한다. 그렇기에 영성은 인간의 육체적·정신적·심리적 측면을 포함하면서도 이 전체를 통합해 주는 가장 풍부한 인간성의 표현이다. 자신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로부터 얻는 자양분을 통해 생명과 삶을 기를 수 있다는 믿음과 염원은 인간을 더욱 선하고 강인하게 해준다. 그리고 얽매임 없는 자유와 자비로운 사랑, 궁극적인 평화를 선물한다.

나아가 영성은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다.

영성은 또한 고립된 개인에서 벗어나 연결된 존재로서 인간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인간의 온전한 삶이란 자아 몰입이나 자기만족을 넘어 다른 존재와 맺어진 필연적인 관계를 깨달음으로써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우리가 경험하는 신비를 개인적 삶의 방식으로 제한하기보다는 사회에서의 행동으로 표현하는 데 필요한 창조성과 상상력을 제공해 주는 것도 영성의 몫이다. 개인화된 영성을 넘어 사회적 삶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공공의 행위와 권력의 사용에 정의를 질문하는 영성은 좋은 공동체를 만들고 공공선을 추구하는 종교의 목적과도 통한다.

《입구매거진》 2호의 표지는 '고독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무인카페(Automat)'로 꾸며졌다. 주변을 의식한 듯 한껏 꾸민 채로 홀로 앉아 있는 여인의 모습은, 타인의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면서도 고독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커피잔을 들어 올리고 있지만, 정작 관심은 다른 곳으로 향해있는 우리의 일상을 떠올리게 한다.

《입구매거진》 오현성 디렉터는 “관계에 지쳐 고독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공존의 숙명을 거스를 수는 없다.”라며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살아가는 현시대의 단상을 다채롭게 담았다. 나를 이해하고 새로운 삶의 입구로 가는 나침반이 되길 희망한다”라는 출간 의도를 밝혔다.

《입구매거진》 2호 ‘고독과 공존 사이’는 온·오프라인 서점을 통해 구매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