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오는 5월 25일 오후 5시 한국춤 역사의 맥을 잇는 뜻깊은 공연이 펼쳐진다. 이애주 한국전통춤회와 서울남산국악당 공동기획한 <법열곡(法悅曲)-마음 하나에 펼쳐진 우주>공연이다.
벽사 한영숙 선생이 1971년 국립극장에서 ‘승무접속무’라는 이름으로 올려 동시대 예술인들에게 강렬한 영감을 주었던 첫 번째 법열곡.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1994년 문예회관대극장에서 스승의 예술혼을 이어 그의 제자 이애주 선생이 펼친 두 번째 법열곡, 그 법열곡이다.

당시 인문학자 이두현은 한영숙춤 법열곡을 보고 “불교의식무의 법통이 조선말의 한성준옹으로부터 그 손녀인 한영숙에게 이어져 오늘 그 제자들과 더불어 무대화되었다는 것은 감개무량한 바가 없지 않다”고 하였다.
민속학자 임동권은 이애주춤 법열곡에 대해 “좋은 춤이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춤이 아니라 스스로 내면의 감춰진 세계를 밖으로 내뿜는 춤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애주의 춤이 그러했다”라고 평했다.

고 이애주 선생이 <법열곡>을 세상에 선보인 지 30년이 된 2024년. 그의 제자들이 마음을 모아 스승이 남기고 춤의 원리를 탐색하는 자리를 만든다. 이애주 한국전통춤회는 영산재 전승교육사이자 이애주 선생 생전에 법열곡에 함께 출연한 특별한 인연이 있는 일운 스님에게 오랜 기간 작법무를 학습했다.
“스님, 우리춤의 본질이 여기에 있었네요” 일운 스님이 기억하는 당시 작법무를 학습한 이애주 선생의 말씀을 되새기며 제자들은 쓸데없는 힘을 빼고 춤에 대한 진실한 마음을 담아냈다. 이번 세 번째 <법열곡>의 부제가 ‘마음 하나에 펼쳐진 우주’인 까닭이다.

이번 이애주 한국전통춤회의 <법열곡>은 일운 스님과 지허 스님, 해사 스님, 회정 스님, 기원 스님이 특별출연하여 불교의식무를 함께 하고 이애주 선생의 제자들이 40분 완판 승무에서 궁극의 평화, 법열의 의미를 새기려 한다.
이애주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3주기가 된 올해 그가 남긴 이애주문화재단(이사장 유홍준)이 후원하고 이애주 한국전통춤회(회장 윤영옥, 예술감독 김연정)가 주관하는 이번 공연은 3대에 걸쳐 천착하고 있는 ‘우리춤 원류 찾기’의 여정이다.
이애주 선생은 1954년 국립국악원 전신인 ‘이왕직아악부’의 수장 김보남과의 인연으로 춤을 익히기 시작했다. 서울대학교 진학 후 승무 초대 예능보유자였던 벽사 한영숙의 맏제자로 입문해 1996년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다.
우리 전통춤(승무, 살풀이, 태평춤, 태평무)의 맥을 계승하고 그것의 법통을 수호하는 노력을 평생 다하였다. 한국무용사에서는 한성준 바탕 한영숙 류 이애주 맥이라는 굵직한 계보를 만든 인물로 평가한다.
또한 민주화 열기로 가득찬 1980년대에 이애주 선생은 <바람맞이춤>, <썽풀이춤> 등의 시대춤을 선보이며 예술로써 현실사회에 참여하는 실천적 전범이었으며 그의 몸짓 하나하나가 모여 ‘시대의 춤꾼’이 되었다.
1991년 한국전통춤회를 창립해 전통춤 정립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후진의 교육과 양성을 위해 왕성하게 활동했다. 서울대학교 교수, 경기아트센터 이사장 등을 역임했고 2021년 이애주문화재단을 설립한 후 그해 5월 10일 타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