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량'. 이미지 에스메이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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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명량〉, 2022년 〈한산 : 용의 출현〉을 이은 2023년 〈노량 : 죽음의 바다〉는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영화이다.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죽음을 다룬다. 그런 의미에서 부제로 쓰인 '죽음의 바다' 자체가 영화의 성격을 잘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영화를 보면서 죽음의 바다가 의미하는 바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첫째, 이순신 장군의 죽음,
둘째, 일본이 일으킨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즉 7년 전쟁의 종지부,
셋째, 전쟁은 결국 영원한 승리자도, 패배자도 없고 모든 것을 죽음의 바다가 집어 삼킨다. 어떠한 명분으로도 전쟁은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넷째, 노량해전은 이기기 위한 전투가 아니라 적을 한 명이라도 더 죽이기 위한 전투이다. 즉 왜군 입장에서는 노량의 바다가 죽음의 바다, 무덤의 바다가 되는 것이다.
다섯째, 갑옷을 벗고 북치는 장군의 모습에서 이순신 장군이 죽고자 뛰어든 전투임을 알 수 있다. 이순신 장군 입장에서도 노량의 바다가 죽음의 바다일 수밖에 없다. 영화 <노량>을 통해 우리의 마음속에 이순신 장군이 다시 한번 되살아나기를 바란다.

노량(露梁)해협은 경남 남해군 노량리와 하동군 노량리 사이를 흐르는 남해 바다이다. 노량해협에서 노량해전이라는 역사적인 스토리가 탄생한 것이다.

영화 <노량>의 주요 등장인물은 크게 4명이다. 이순신 장군(김윤석 분)과 일본의 사천왜성 총대장 시마즈 요시히로(島津義弘, 백윤식 분),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정재영 분), 명나라 수군 부도독 등자룡(허준호 분). 그 외에는 순천왜성 총대장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 항왜 군사 준사, 이순신 장군 휘하 군관 송희립, 이순신 장군 부인 방씨, 장남 이회 등이 등장한다.

영화는 오사카성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이순신 : "이렇게 적들을 돌려보내서는... 올바로 이 전쟁을 끝낼 수 없다. 반드시 적들을 열도 끝까지라도 쫓아서... 기어이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어야 한다."

이순신 장군의 삶 자체가 한 편의 영화이다. 대장선에서 이순신 장군이 친 북소리는 응원의 힘이 되어 조선 수군의 사기를 진작하였다. 전쟁을 끝내는 전투, 즉 전쟁을 끝낼 최후의 전투가 바로 ‘노량해전’ 이었다.

노량해전 당시 이순신 장군은 전라좌도 수군절도사 겸 삼도수군통제사로서 오로지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로 가득차 있었다. 또한 적들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아예 뿌리까지 뽑으려는 굳은 열정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해전 당일 왜군을 기습 공격하며 주도권을 잡았고, 도주하는 적들을 끈질기게 추격하여 동이 틀 때까지 치열한 해상전투를 벌인다.  그러던 중 방패병들 사이를 뚫고 날아온 총탄이 왼쪽 겨드랑이를 관통하여, 결국 부하들에게 "싸움이 급하니 내 죽음을 알리지 마라."라는 유언을 남긴 뒤 순국하셨다. 그렇게 자신의 죽음을 숨긴 사이 조명연합 수군은 용맹하게 왜군과 맞서 싸워 마침내 대승을 거두었고, 7년 동안 겪었던 왜란을 비로소 끝내게 된다.

1598년 음력 8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에서 철병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절명하였다. 1년 전 명량(진도 울돌목)에서 조선의 배후를 노리던 왜 수군이 뜻밖에 패배하자 당황한 왜 육군들은 남해안 일대로 일제히 후퇴한다. 그리고 울산, 사천, 순천에 왜성을 쌓고 웅거한다. 이때 순천 왜성(예교성)에 웅거하고 있던 왜군의 주력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는 조명연합수군에 의해 해안 봉쇄까지 당한다. 조명연합 수군은 순천 왜성 바로 지척인 광양만 장도 앞바다까지 들어와 350여 척의 조명연합 함대로 고니시 유키나가를 강하게 압박하였다. 특히 조선 수군들의 공세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그로 인해 고니시 유키나가는 단 한 척의 배도 철병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들 앞에 이순신 장군이 있었던 것이다.

출정한 배 위에서 이순신 장군이 조선 수군 희생자 명부에 적힌 이들을 회상하며 올린 기도이다.

이순신 : “모두가 한마음으로 바라나니, 부디 적들을 남김없이 무찌르게 해주소서. 이 원수를 갚을 수만 있다면 이 한 몸 죽는다 한들 여한이 없을 것입니다.”

조선 수군은 사천왜성 총대장 시마즈 군과 순천왜성 총대장 고니시 군의 협공을 끊어내었고, 이내 조선 수군, 명나라 수군, 시마즈 군, 고니시 군의 함대가 완전히 뒤엉켜 치열한 해상전투가 벌어졌다. 한창 해상전투가 진행 중일 때 이순신 장군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북채를 잡아들고 직접 북을 크게 치면서 아군의 사기를 북돋기 시작한다. 이를 본 송희립은 급히 이순신을 호위한다.

이순신 장군의 북소리와 함께 힘을 얻은 조명연합 수군은 왜군에 대해 점점 우세를 점한다. 그 와중 폐허가 된 채 표류하던 일본군의 배에 살아남아 있던 일본군 병사 한 명이 북을 치는 이순신을 향해 조총을 겨냥한다.  그 병사는 이를 발견한 이회가 쏜 화살을 맞아서 쏘기 직전에 사망하고, 이순신은 아군의 방패 뒤로 쓰러진다. 다행히 총알은 북채에 맞아서 이순신은 무사했고, 송희립에게 계속 진격할 것을 명한다. 이에 희립은 "장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라고 물으며 이번만큼은 명을 받들지 못하겠다고 거부하자 이순신 장군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순신 : ''아직도 모르겠느냐? 이대로 적들을 살려 보내서는 올바로 이 전쟁을 끝낼 수 없다. 반드시, 놈들을 열도 끝까지라도 쫓아서 기어이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어야 한다."

이순신의 결연한 의지에 결국 그의 명령을 따른다. 이순신은 부하에게 새로운 북채를 가져올 것을 명하여 계속하여 북을 치고 왜군의 패색은 더욱 짙어진다.  북소리를 들은 진린은 그의 부하들에게 "적들을 한 놈도 남김없이 쓸어 버리자!" 라고 중국어로 외치고, 조선의 장군들 또한 "장군께서 우리를 독려하고 계신다. 우린 승리할 수 있다!"라고 외치며 전의를 불태운다.

백병전이 한창인 전장에서 이순신을 호위하던 방패들이 잠시 사라진 사이, 갑자기 총소리가 한 번 더 울리더니 이순신 장군의 북소리가 끊긴다. 그러자 싸우고 있던 조선 수군 지휘관들과 진린 등이 왜 북소리가 들리지 않냐면서 의아해하고, 다들 대장선 쪽을 바라보는 찰나 다시 그쪽에서 이순신 장군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일어서며 북을 치기 시작한다.

북소리를 계속 듣고 있는 시마즈 요시히로는 끝이 없다면서 패닉에 빠지고, 쵸주인은 주군인 시마즈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을 보고 마지못해 퇴각을 외친다. 시마즈는 이건 말이 안 된다는 식의 말만 계속 반복하면서 포격을 맞으며 부서져 가는 대장선 안의 방으로 쓰러지듯 들어가 귀를 막으며 쓰러진다.  시마즈는 가벼운 구토까지 하며 누가 저 북소리 좀 멈춰보라고 말하면서 패배의 충격으로 괴로워한다.

시마즈가 있는 곳으로 계속 다가오던 고니시는 셀 수도 없는 배의 잔해들를 보고 계속 울리는 북소리를 들으며 이미 시마즈 군이 박살났다는 것을 직감하고, 결국 시마즈를 돕지 않고 그대로 철수 명령을 내린다. 부하들은 "하지만 시마즈는..."이라 말하지만 곧바로 다른 배들에 명령을 전하며 고니시 일행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배를 돌려 도망친다.

전투가 승리로 끝나고 기쁨을 나누러 진린은 이순신의 대장선으로 넘어오고, 북을 치고 있던 사람에게로 다가간다. 그런데 북을 계속 치던 그는 이순신이 아니라 함께 싸우던 그의 장남 이회였다. 게다가 대장선은 병사들이 승리에 기쁜 게 아닌, 모두 엎드린 채 흐느끼고 있는 침울한 분위기였다. 당황한 진린은 방패로 둘러싸인 지휘대 안에서 침울하게 나오는 송희립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고, 전사한 이순신을 보며 절규한다. 이후 판옥선들이 대장선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렇게 7년간의 잔인한 전쟁이 끝나고 이순신의 장례식이 열린다. 수많은 백성이 장례 행렬 주위에 늘어서서 통곡하고, 아이들은 길가에서 즐겁게 뛰어놀다가 장례 행렬을 지켜본다. 이후 비화가 밝혀지는데, 이순신은 이전에 북소리가 갑자기 끊겼을 때 조총에 왼쪽 겨드랑이 부분을 관통하는 총상을 입고 출혈이 심해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이순신 장군은 다음과 같이 마지막 말을 남기고 순국하셨다.

이순신 : "싸움이 급하다. 내가 죽었다는 말을 내지 마라. 결코 이 전쟁을 이렇게 끝내서는..."

노량 해전이 끝나고, 세자 광해군은 수도 한양에서 순천으로 내려와 고니시가 농성했던 순천성에 입성한다. 광해군은 송희립으로부터 이대로 전쟁을 끝내서는 안 된다는 이순신의 유언을 전해 듣고 이에 동의한다.

광해군 : "이것은 왜인들의 난이 아닌 참혹한 전쟁이다.“

그때 하늘 위에서 대장별이 빛나고, 그 대장별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속할 수 있었을까. 별빛같이 찬란한 민족의 스피릿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통해 위대한 스토리로 창조되었다. 영화 <노량>은 그 위대한 스토리를 스크린에 옮겨 생동감을 불어 넣어 주었다. 이순신 장군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민족의 횃불로 다시 타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