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길수 고구리·고리연구소 이사장(전 서경대 교수)이 우리 역사 3,260년을 침탈하여 중화인민공화국의 국사로 둔갑시켰다는내용을 담은 《중화인민공화국 국사(國史)가 된 (고)조선·부여·고구리·발해》(맑은나라, 2023, 총 658쪽)을 펴냈다.

먼저 저자 서길수 교수는 서문에서 책 이름에 중국이라 하지 않고 ‘중화인민공화국’이라 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역사에서 중국(中國)이 나라 이름으로 쓰인 적이 없었고, 주변국은 다 오랑캐고 자기만 중심 국가라는 교만에서 쓰이거나 사대주의자들이 쓴 이름이었으며, 아직도 그런 절대주의와 패권주의 뜻이 있다.” 그래서 본디 이름인 ‘중화인민공화국’이라고 쓴 것이다.

또한 고조선이란 나라는 없었다. 단군이 세운 나라는 ‘조선’이었는데, 나중에 이어지는 기자조선이나 위만조선과 구별하기 위해 옛 조선(古 朝鮮)이라고 했는데 후대 학자들이 ‘고조선’을 나라 이름으로 쓴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다만 후대 조선과 구별하기 위해 임시로 (고)조선이라고 썼다고 주장한다.

서길수 지음 '중화인민공화국 국사(國史)가 된 (고)조선·부여·고구리·발해' 표지. 이미지 맑은나라
서길수 지음 '중화인민공화국 국사(國史)가 된 (고)조선·부여·고구리·발해' 표지. 이미지 맑은나라

한자로 내려오던 ‘高句麗’는 ‘고구리’라고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많은 사서가 주를 달아 강조하고, 《용비어천가》 《동사강목》 같은 권위 있는 책에서 ‘고구려=고구리’ ‘고려=고리’로 읽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서길수, 《고구려의 본디 이름 고구리》, 여유당, 2019)

《중화인민공화국 국사(國史)가 된 (고)조선·부여·고구리·발해》 이 책은 고구리(高句麗)는 물론 옛 조선(古朝鮮)·부여·고구리·발해 역사가 모두 중화인민공화국의 국사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서길수 교수는 무려 658쪽이나 되는 책을 통해 그 사실을 샅샅이 밝혔는데, 믿고 싶지 않은 충격적인 내용이다. 33년간 고구리를 연구하며 중화인민공화국 역사침탈 최일선에서 싸웠던 경험과 지난 5년간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많은 책과 논문, 그리고 관련 기관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 사실을 샅샅이 밝혔다.

《중화인민공화국 국사(國史)가 된 (고)조선·부여·고구리·발해》의 첫 번째 장에서 이 역사침탈은 중국공산당이 중국사회과학원을 통해 통일다민족국가의 국체 형성과 국경문제를 비롯한 안보 차원에서 기획한 프로젝트라는 것을 밝혔다. 중국공산당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9차 5개년 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고구리사 침탈을 추진하여 1999년 《중국 고대 고구리 역사 총론》을 발행하여 역사침탈의 기본 노선을 세웠다.

그 뒤 2001년부터 시작되는 “10년 열점(熱點) 연구계획” 가운데 하나로 ‘동북공정’이란 프로젝트가 공식 출범하여 본격적인 역사침탈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2001년부터 시작된 동북공정이 2003년 후반기에 한국에 알려지면서 어린아이부터 대통령까지 중공의 역사침탈을 규탄하는 거국적인 운동이 일어난다. 이른바 ‘역사전쟁’은 그 뒤 5년간 계속되는데 이 과정을 서 교수는 3단계로 나누어 자세히 분석한다.

역사 전쟁은 두 나라의 중요한 외교 현안으로 등장하면서 중화인민공화국은 ‘학술적 해결’을 들고나온다. 한국에서도 급히 고구리연구재단을 설립하여 이에 대처하였지만 결국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첫째, 한국 측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의견이 같은 것은 논의하고 다른 것은 뒤로 미룬다(求同存異)”는 전략에 말려들어 단 한 번도 역사침탈을 반박하거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는 서 교수가 양국의 발표 논문을 전부 분석하여 내린 결론이다. 소유권을 다투는 법정에서 우리 측 변호사가 상대방 논리를 반박하고 우리 소유권을 주장해야 하는데 ‘다른 의견은 뒤로 미룬다(存異)’는 작전에 걸려 상대 논리를 인정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둘째, 적군은 국책에 따라 전문가들이 출격하였는데, 우리나라는 급조된 군대인 데다 전쟁 도중 부대와 장수가 바뀌어 우왕좌왕하다가 끝났다. 고대사 연구자들로 꾸려진 고구려연구재단이 1년 반 만에 근대사, 특히 일본사 전공자들이 새로 꾸린 동북아역사재단에 흡수되면서 육지전에 해군이 올라가 싸우는 형국이 되었으니 이길 수가 없었다.

셋째, 우리나라 국책기관이 적국의 논리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의 규탄을 무마시키는 데 힘을 쏟아 적의 침탈을 도와주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중국공산당(중공) 새천년 10년 계획 가운데 하나였던 동북공정은 한국과 공식적인 논의를 통해 진행되었다는 명분까지 갖추어, 10년 계획을 마무리하는 2009년 공식적으로 목표 달성을 선포하였다. 이 점도 서 교수가 동북공정 결과물을 발표한 『동북사지』에서 찾아내 처음 밝히는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동북공정이 고구리사 침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옛 조선(고조선이 아니라 조선이었다)은 물론 고구리의 근원인 부여, 남북국시대 북국인 발해도 모두 중화인민공화국 역사가 되어 우리 역사 3,260년을 침탈하여 자기 국사로 둔갑시켰다는 점.

그렇다면 《중화인민공화국 국사(國史)가 된 (고)조선·부여·고구리·발해》는 무엇을 근거로 하여 우리 역사가 중화인민공화국의 국사(國史)가 되었다고 하는가? 이 책은 역사 교과서와 중화인민공화국 최대 포털 백과사전인 ‘백도백과’의 (고)조선·고구리·부여·발해 서술을 자세하게 분석하여 2009년 역사침탈을 마치고 2017년까지 자국의 역사로 만드는 국사화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즉 B.C.2333 (고)조선에서 AD 927(발해 멸망)까지 3.260년 역사 침탈을 완료했다.

서길수 교수는 이 책의 연구 결과는 중화인민공화국이 우리 역사 3,260년을 자기 나라 국사로 만들었다는 것을 밝히므로 이제 이를 우리는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에 이르렀다고 한다. 역사침탈 동북공정은 끝났으며, 이제 역사독립운동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서길수 교수는 《중화인민공화국 국사(國史)가 된 (고)조선·부여·고구리·발해》에서 역사침탈 이후 현실을 들면서 이것이 한반도 미래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하는 문제로 이어간다.

2004년 <Asia Tomorrow>지가 “고구리 역사도 대만처럼”이라고 경고한 내용을 바탕으로 모든 전쟁의 핑계는 역사문제였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 하마스-이스라엘전쟁, 대만 침공 문제 같은 국제분쟁이 모두 역사적 영토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에서 무슨 문제가 있을 때 필연적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은 (고)조선과 고구리의 수도였고, 발해 영토였던 대동강 이북의 역사적 영토권을 주장하고 나올 것이라는 전망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역사학자뿐 아니라 정치외교학자 군사전문가들도 읽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