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문우회(갈뫼 동인)가 동인지 《갈뫼》 창간호부터 제19집까지를 영인본으로 제작해 《갈뫼》(사문난적, 2023) 3권으로 발간했다.

설악문우회는 강원도 속초를 중심으로 강원도 영북지역(속초 고성 양양)에서 활동하는 문학동인회이다. 1969년 10월 3일 소설가 윤흥렬의 발의로 소설가 강호삼 정영자, 시인 이성선 박명자, 평론가 송병승 등 발의자 외 21명이 발기인 회의를 열고 회의 명칭을 〈설악문우회〉로, 동인지 제호를 《갈뫼》로 결정하면서 출범했다. 이듬해 1970년 4월 25일에 《갈뫼》 창간호를 발간하면서 한국문학 동인지의 역사에 큰 획을 긋게 되었다.

갈뫼 영인본 표지. 사진 설악문우회
갈뫼 영인본 표지. 사진 설악문우회

동인회 창립 당시 속초는 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아 모든 것이 취약한 지역으로 사람들이 먹고사는 일만으로도 몹시 힘들었다. 그 어려운 환경 속에서 문학이라는 깃발을 세웠다. 탁월한 안목으로 문학의 씨앗을 심었고 이를 자양분으로 영북문화의 중심으로 서는 데 모자람이 없었다.

이들은 동인지 《갈뫼》를 딱 한 해를 제외하고 해마다 엮어내 2023년에 이르러 제53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갈뫼》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장수 동인지가 됐다. 창간호에는 시, 평론, 수필, 소설이 실렸는데 54년이 지나는 이즈음에 보아도 손색이 없는 동인지다. 그러나 긴 세월에 창간호를 비롯한 갈뫼 초창기의 동인지들이 종이가 변색되고 제본이 낱장으로 풀어지고 책장이 손으로 만질 수 없이 부서지기에 이르렀다. 이에 상자에 넣어 보관하여 행사 때에만 보관함 그대로 전시하곤 하였다. 다행히 《갈뫼》 제27집부터는 전자책으로 보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창간호부터 26집까지를 영구히 보관하는 방안을 고심하여 영인본 제작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출판비가 문제였다. 그런데 영인본 제작비를 흔쾌이 쾌척한 독지가가 나타났다. 바로 강남베드로병원 윤강준 원장이었다. 그는 설악문우회를 결성하고 동인지 《갈뫼》를 발행한 고 윤홍렬 작가의 아들이다. 윤 원장은 이렇게 아버지가 남긴 작품을 영인본으로 영구히 보관할 수 있게 했다. 마침내 《갈뫼》 창간호~19집까지 3권으로 통합하여 영인본을 제작하였다.

설악문우회 회장 지영희 시인은 “《갈뫼》 영인본 제작에 모든 회원이 한마음이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우리 영북지역 동인 문학의 창시였던 갈뫼의 모습을 영원히 보존하자는 것과 그 어려운 시기에도 뜨거운 열정으로 매진했던 선배 문인들의 문학 정신을 이어가자는 다짐에서였다”라면서 “이 영인본이 곳곳에서 연구자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지방 동인지 발전사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로 활용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