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호종, 기원, 2023, 싱잉볼, 인터렉티브 싱글 채널 비디오, 1_50'. 이미지 아트스페이스 라프
설호종, 기원, 2023, 싱잉볼, 인터렉티브 싱글 채널 비디오, 1_50'. 이미지 아트스페이스 라프

아트스페이스 라프의 8월 전시는 《바다로》이다.  해양 문제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걸음이 되길 바라는 전시이다.

이전부터 바다 오염 등 환경문제에 집중한 작업을 진행해 온 김민지, 설호중, 박용화, 오혜린, 임승균 작가가 전시에 참여했다. 이 다섯 작가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진행하는 '예술인 파견 지원 사업-예술로'(이하 예술로)를 통해 '해양환경공단'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2023년 봄부터 공단과 교류하며 당진 왜목마을, 보령 삽시도를 오가며 바다와 어촌을 만나게 되었다. 바다와 맞닿은 채 작업을 진행해온 작가들은 ‘해양환경공단’의 지원을 받아 해양 환경과 생태 문제에 더욱 몰입한 작품을 선보인다.

김민지 작가는 SF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류세라 불리는 이 시대를 바라보았다. 『우연적인 환상』
은 작가가 2022년 개인전에 맞춰 발행한 앤솔로지 시집으로 여덟 명의 시인의 언어와 사운드아트 작품(QR코드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을 통해 복합적 경험을 선사한다. 시어 속에 자리한 징후와 은유적 장치들은 현재의 우리와 도래할 미래에 대한 상상의 틈을 열어준다.

박용화, 경계에 선 존재, 2022, 캔버스에 유채, 60.6×72.7cm. 사진 아트스페이스 라프
박용화, 경계에 선 존재, 2022, 캔버스에 유채, 60.6×72.7cm. 사진 아트스페이스 라프

전시장 한편에서 싱잉볼(Singing bowl)을 울리면 바다가 나타난다. 싱잉볼의 울림과 잔잔한 파도소리가 교차하는 가운데 드러난 바다는 다양한 쓰레기로 덮여있다. 태평양에 존재한다는 거대한 쓰레기 섬이나 바다생물을 위협하는 쓰레기문제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외면하고만 싶은 현실이다. 설호종 작가는 명상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싱잉볼을 통해 작은 손짓으로 시작되는 소생과 정화의 시간을 보여준다.

이제 바닷가에서 온전한 바다 풍경을 보기는 쉽지 않다. 즐비해있는 건물들과 개발의 흔적은 더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박용화 작가는 2022년 여름 당진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옛 포구의 흔적을 찾았는데, 이미 많이 변해버린 지역에서 옛 흔적을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작가는 이 고독한 시간 속에서 자신을 다시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감응을 담담히 캔버스에 기록했다. 바다 위에 외로이 떠있는 배와 백사장의 갈매기는 바다의 마지막 파수꾼처럼 캔버스에 우두커니 자리 잡고 있다.

임승균, Voyage, 2019, 싱글 채널 비디오, 인쇄된 시. 이미지 아트스페이스 라프
임승균, Voyage, 2019, 싱글 채널 비디오, 인쇄된 시. 이미지 아트스페이스 라프

 

삽시도로 향하는 길, 오혜린과 함께 배에 머물렀던 갈매기는 바다로 향했던 기억을 소환한다. 「a drifting plumbing」은 자연과 인공의 미묘한 경계와 위협을 가시화한다. 산호, 미역, 구름 등의 오브제는 본연의 색을 빼앗긴 채로 박제되어 있고, 파이프에만 색의 흔적이 남아있다. 갯벌은 파이프에 갇혀있고, 깜깜한 밤 오징어를 매혹하던 등은 불꺼진 채 파이프의 일부가 되었다. 투명한 수도관을 따라 재현되는 기억의 파편은 탄소 문제, 백화현상, 수질문제 등 바다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담고 있다. 빠른 시간과 획일화된 삶의 구조 속에서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 볼 때이다.

임승균 작가의 「Voyage」는 대부도 해안에서 헤엄치고 있는 작가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바다에 몸을 맡기고, 때로는 저항하고, 생채기도 얻으면서 임승균은 바다와 호흡을 나눈다. 그리고 임승균 작가는 전시장 중앙에 해양 쓰레기와 자신이 소비한 쓰레기를 모아 인공 못과 분수를 제작했다. 「Tide Pool」은 만조 후 물이 빠지면서 바위 웅덩이에 잔류한 해수가 만든 웅덩이를 말한다. 이 작업은 소비사회가 남기고 간 웅덩이라고 할 수 있다. 관객은 오브제를 덧대어 새로운 물길을 낼 수 있는데, 이 물길을 결국 인류가 대지에 남기는 흔적이 될 것이다.

 

가속되는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은 바다 오염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미 바다와 밀접히 마주한 작가들은 지극히 현실적인 바다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LAF는 아하하아트컴퍼니가 운영하는 실험공간으로 기획자와 작가의 협업을 통해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담론을 수용하고, 실험 가능성을 모색한다. 《바다로》전은 8월 9일부터 9월 2일까지 아트스페이스 라프(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북아현로 63, b1)에서 관람할 수 있다. 관람시간은 수-일요일 11:00-18:00, 매주 월,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