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한국위원회(회장 정갑영)는 8월 8일 세계모유수유주간을 기념해 백종헌 국회의원, 대한모유수유의학회, 한국모자보건학회와 함께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정책 토론회 ‘건강한 생애 첫 출발 1,000일’을 개최하였다. 

이 정책토론회는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 건강 상태, 소득 등 여건에 상관없이 모든 산모와 아동이 건강한 생애 초기를 누릴 수 있는 아동친화적 출생의료환경 조성 방안을 모색하고자 개최되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백종헌 국회의원, 대한모유수유의학회, 한국모자보건학회가 ‘건강한 생애 첫 출발 1,000일’ 공동 개최 했다. 사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백종헌 국회의원, 대한모유수유의학회, 한국모자보건학회가 ‘건강한 생애 첫 출발 1,000일’ 공동 개최 했다. 사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정책토론회에는 유니세프아기에게친근한병원만들기(BFHI) 위원장 신손문 교수(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정병수 아동권리본부장(유니세프한국위원회), 이재희 연구위원(육아정책연구소), 장윤실 교수(삼성서울병원), 이영숙 소장(송파구 보건소), 주성홍 센터장(국립중앙의료원 중앙모자의료센터), 최창원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오영나 대표(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최영준 과장(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등 각 전문가가 참석해 모자보건서비스를 포함한 출생의료환경 현황 및 개선 필요성, 법적 제도적 지원 방안 등 폭넓은 논의를 전개하였다.

모든 아동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누구나 건강하게 태어나고 자랄 권리가 있다. 태내에 있을 때부터 생후 2년까지의 1,000일은 성장 과정 중 가장 급격한 발달이 이루어지며 인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기에 산모와 태아, 아동에 대한 안전한 환경 조성과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모자보건 및 의료 제도 인프라의 미비로 아동의 건강한 발달이 위협받고 있다.

모든 아기는 모자동실과 같은 선진 환경에서 출생하여 지속적으로 모유를 섭취하며 성장할 수 있어야 하지만 모자동실과 모유수유의 이점이 널리 알려지지 않고 시설 설비가 부족하다. 2021년 보건복지부 산후조리 실태조사 분석에 따르면 산후조리원에서 항상 모자동실을 사용한 경우는 전체의 1.8%에 불과하며 산모의 36.5%는 모자동실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모자동실은 신생아 집단 감염을 예방할 수 있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아기와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모유수유 성공률을 높이는 동시에 양육자가 돌봄 역량을 증진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의료 기관의 가족분만실 확대, 모자동실용 병상 설치 및 인력 확보 지원 등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인프라 차원에서는 지역 간 모자의료 격차가 가장 큰 문제이다. 전국 250개 시·군·구 중 산부인과가 없거나 있어도 분만이 어려운 지역 72개 대부분 농어촌 지역이며 이중 산부인과가 전혀 없는 22개 지역은 모두 농어촌 지역이다. 읍면 지역 50%에서 24시간 이용 가능한 병원 응급실이 없고, 보건소가 없는 지역은 21.6%에 이르며 읍면 지역 임산부 59.1%가 거주지와 다른 시·군·구에서 분만을 한다.

이는 분만 인프라가 고도의 시설, 장비, 인력 투입이 필요해 수요가 높은 대도시로 편중되고 있기 때문이며, 산과와 신생아과 의료 인력의 감소 추세와 맞물려 지역 불균형이 커지고 있다.

필수 의료체계의 공백은 특히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고위험 산모 신생아가 증가하여 전국 20곳의 고위험 산모 신생아 통합치료센터, 50개의 신생아 집중치료 지역센터가 지정 운영되고 있으나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산모와 신생아에 특화된 이송 체계도 미비하여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는 이른둥이를 포함한 고위험군 신생아의 생존과 발달을 위해 ‘기증 모유’를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하지만 현재 국내 모유은행은 전무하다. 이전에 국내 유일 공급처였던 강동경희대학교병원 모유은행은 지속적인 운영난과 의료진 부족으로 올해 운영을 중단했다.

임신 여성에 대한 통합 지원 정책 부족도 문제로 지목된다. 미성년 또는 혼외 임산부, 고위험 산모 등 복합위기 가정을 포함하는 보편적 지원은 국민행복카드가 유일하며 공공 상담 체계 또한 부족한 상황이다. 백종헌 국회의원은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 상황에서 힘겹게 태어난 출생아 중에서도 7.2%가 무게 2.5kg 미만의 저체중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부터 아동의 생애 초기 1,000일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아동친화적 출생의료환경 구축을 위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니세프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 만들기’ 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신손문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교수는 “충분한 분만 의료 기관과 유능한 의료 인력, 중증 산모와 신생아를 신속하게 이송할 수 있는 체계가 확보되고 모든 신생아가 모자동실에서 보호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모유를 섭취할 수 있을 때 안전하고 건강하게 발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박형지 사무총장은 “0.78의 유례없는 초저출생 극복을 위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아동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아동의 건강한 첫 출발을 위해 고위험 산모나 미혼부모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며 모든 지역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출생환경이 보장되어야 한다. 토론회에 참석해주신 분들께 존경과 감사를 표하며 유니세프한국위원회도 대한민국 아동의 건강하고 안전한 출생 의료환경 보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