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극단 봄내 연극 '모텔 판문점' 공연 장면. 사진 춘천연극제
시민극단 봄내 연극 '모텔 판문점' 공연 장면. 사진 춘천연극제

5년 동안 지속되어온 춘천연극제의 문화예술인 육성사업에서 배출된 수강생들이 시민극단 봄내를 창단하고 8월과 9월에 잇따라 공연한다.

춘천시민극단 봄내는 (사)춘천연극제 연극아카데미 수강생들이 지속적으로 연극 창작을 하기 위해 지난 6월 자발적으로 만든 시민극단이다. 시민극단에 참여한 23명의 연기 지망생은 각자 연극에 대한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배움에서 그치지 않고, 전문 연출가와 함께 공연을 제작함으로써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연극 활동의 경험을 쌓아 공연예술적 역량을 강화한다. 나아가 지역축제에 참여하여 사업 간의 연계성 도모 및 지역의 문화예술 인프라를 더욱 두텁게 구축해 지역 문화예술을 융성하게 만드는 기틀을 다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춘천연극제는 올해 춘천연극제의 문화예술인 육성사업과 축제를 잇는 커다란 성과 중에 하나가 5년 동안 지속되어온 문화예술인 육성사업에서 배출된 수강생들이 만든 시민극단 ‘봄내’의 창단이라고 밝혔다.

시민극단 봄내. 사진 춘천연극제
시민극단 봄내. 사진 춘천연극제

 

극단 봄내는 79세 최고령 단원부터 31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한데 모여 연극적 창작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시민극단 봄내 단원들의 인생사는 연령대만큼이나 다양하다. 현재 올해 처음 고등학교 연극동아리를 맡은 담당 교사는 자신이 연극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학생들과 호흡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극단에 지원했다.

2022년 12월에 넷째 아이를 출산하고도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연기를 하고 싶어 폴댄스 강사는 자녀 4명과 함께 연습에 참가한다. 결혼으로 공무원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십여 년을 생활하다가 아이들이 성장하자 자신을 찾기 위해 연극무대에 뛰어든 40대 주부도 있다. 지역 방송사 퇴직을 앞둔 기자, 젊은 시절 연극이 하고 싶어 대학로를 기웃거리다 직업군인이 되었지만 연극에 대한 꿈을 버릴 수 없어 틈틈이 희곡을 써 등단한 희곡작가도 참여했다.

그중 누구보다 모든 단원에게 힘이 되는 한 사람이 있다. 현재 유방암 4기 판정을 받은 40대 초반의 조현아 단원이다. 그가 유방암 말기 진단을 받던 날 헤어날 수 없이 우울해하던 현아 씨에게 남편 전해진 씨는 ‘어려서부터 연극이 해보고 싶었다며?’라며 춘천연극제의 연극아카데미에 참여해 보라고 권유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조현아 씨는 연극아카데미 수업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연극아카데미 수료 후 2022년 20분의 시민연극에 도전해 연극무대에 올랐다. 올해는 암투병 집중치료를 받지만 다시 시민연극에 지원했다. 자신의 마지막이 언제일지 모르는 불투명한 하루하루 속에서 누구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 그리고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 아닌 조현아. 오롯이 자신이고 싶다는 바람에서였다. 남편 전해진 씨는 항암치료로 고통스러워할 아내의 든든한 동반자, 응원자 역할을 하고 싶다고 시민연극에 참여했다.

시민극단 봄내는 춘천연극제 축제기간 중에 8월 18일(금)과 8월 19일(토) 두 차례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이어 한국연극협회가 주관하여 올해 8월 29일(화)부터 9월 6일(수)까지 제주에서 개최하는 제2회 대한민국 시민연극제에서 시민극단 봄내는 연극 <모텔 판문점>(작 오태영, 연출 엄윤경)을 9월 3일(일) 오후 7시 30분에 공연한다. 이 시민연극제 응모작 47편 가운데 <모텔 판문점> 등 7편의 작품이 본선에 올랐다.

<모텔 판문점>에서 남한 총각 강남과 북한 처녀 달래는 남북으로 뚫린 땅굴을 통해 서로 사랑을 나누는 연인 사이이다. 그러던 중 달래가 임신을 하게 되고 둘은 결혼을 결심한다. 남북의 정부에서도 한반도 평화의 상징으로 이들의 결혼을 승낙한다.

결혼식장은 남과 북의 군사분계선인 판문점으로 정해지면서 남북의 화해 모드가 고조되자 강남과 달래는 남북 처녀총각들을 중매한다. 하지만 미중 관계가 경색되자 남북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남북 젊은이들이 만날 수 없게 되자 이들은 모두 판문점에 모여 사랑의 축제를 벌이며 휴전선을 제거하여 버린다.

<모텔 판문점>을 통해 한반도 유일의 분단 행정구역인 강원도, 그곳에 살아 숨쉬며 생활하는 춘천시민들이 제2회 대한민국 시민연극제를 맞이하여 진정한 ‘하나’의 의미와 더불어 평화의 메시지를 보낸다.

이렇듯 다양한 스토리를 담고 살아가는 춘천시민이 함께 연극을 만들고 있다. 다양한 이야깃거리와 희로애락이 숨쉬며 오로지 연극적 배움과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무대에 펼쳐놓을 열망으로 극단 봄내 단원들은 오늘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