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지, 원더랜드-별호랑이, 2022, 버려진 양은 냄비, 리벳, 스테인리스 스틸, 스틸 360ⅹ 170ⅹ250cm. 사진 정유철 기자
정의지, 원더랜드-별호랑이, 2022, 버려진 양은 냄비, 리벳, 스테인리스 스틸, 스틸 360ⅹ 170ⅹ250cm. 사진 정유철 기자

광주신세계갤러리 기획전 《떠나보낸, 함께 살아가야 할》展은 인류의 활동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세상을 떠나간 동물들과 그러한 비극적 역사를 멈추고 함께 살아가야 할 동물들을 갤러리로 초대한다.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환경 파괴는 산업 혁명이 시작된 19세기 이래 가속화되어 21세기에 이르러서는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생명 종의 감소가 운석 충돌, 대규모 화산폭발 등이 초래하는 ‘대멸종’에 준할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다른 생명의 멸종을 초래하는 환경파괴는 인류에게도 위기가 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한배를 탄 동료이고, 가장 목소리가 큰 승객인 우리의 잘못으로 일부는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늦었을지라도, 함께 살아가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광주신세계갤러리가 환경의 날을 기념하여 6월 2일 마련한 이번 기획전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자리이다. 참여작가 권도연, 김상연, 이재혁, 정의지, 진관우.

김상연 작가와 정의지 작가는 폐기물을 재료로 생명력 넘치는 동물의 형상을 만든다. 버려진 양은 냄비를 찾아 재활용 센터를 누비는 정의지 작가가 제작한 호랑이들이 전시장 바깥부터 관람객을 맞이한다. 버려진 양은 냄비의 화려한 변신을 볼 수 있다. 그러한 변신을 보노라면 인간의 관점에서 더는 쓸모 없다고 폐기하는 행위가 과연 옳은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정의지 작가가 버려진 양은 식기들을 수집하고 망치로 두드리고 자르고 모서리를 접어 나가는 행위는 양은 식기의 버려진 과거를 이해하고 치유해 가는 과정이며 본인과 도일시되는과정이다. 동물의 형상으로 축적되고 집적된 집합체는 불로써 소성(燒成)과정을 거치면서 상처를 정화하고 순화되어 새로운 의미와 강력한 생명력을 얻는다.”(전시 자료)

김상연, 우주를 유영하는 고래, 2022, 혼합재료, 160 ⅹ60 ⅹ60cm 2EA, 260 ⅹ130ⅹ 100cm 사진 정유철 기자
김상연, 우주를 유영하는 고래, 2022, 혼합재료, 160 ⅹ60 ⅹ60cm 2EA, 260 ⅹ130ⅹ 100cm 사진 정유철 기자

갤러리 안에서는 김상연 작가가 광주광역시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폐기물들로 만든 고래가 넘실대며 쓰레기와 생명 사이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먹이인 줄 알고 계속 먹은 플라스틱으로 인해 죽은 고래가 떠오른다.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매우 유용한 물건이면서 종국에는 처치 곤란한 물건이기도 하다. 이에 작가는 오벨리스크 탑을 설치하여 이를 욕망의 탑으로 명명하였다. 인간의 욕망을 줄이지 않으면 플라스틱 폐기물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전시장 정면 쇼윈도에는 도도, 하와이마모, 솔로몬왕관비둘기와 같이 인류의 사냥과 서식지 파괴로 멸종한 새들을 만날 수 있다. 이재혁 작가가 섬세한 종이 공예를 통해 재현한, 이제는 자연에서 볼 수 없는 슬픈 아름다움이다. 이재혁 작가는 무수히 많은 종 중에도 새에 집중한다. 새는 K-Pg대멸종을 견뎌낸 멸종하지 않은 수각류 공룡이다. 우리는 공룡의 시대가 저물었다고 여기지만 전 세계에는 약 1만 종의 새가 살고 있다. 이는 포유류의 두 배가 넘는다. 하지만 인간의 시대가 도래한 이후 130여종의 새가 멸종했으며, 1,200종이 넘는 새가 멸종위기에 있다.

권도연 작가가 포착한 현장은 인간의 활동이 동물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작가가 순천, 울진, 영주, 부산에서 촬영한 사진은 인간이 바꾼 환경에 적응하고자 필사적으로 애쓰는 사슴, 산양, 여우의 모습을 보여준다. 변화된 환경에서 그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2022년 3월, 사람뿐만 아니라 숲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에게도 큰 피해를 남긴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산불의 현장에서 삶을 이어가는 동물들을 이 전시에서 볼 수 있다.

또 다른 멸종을 막기 위해서는 그들의 존재를 인식하고,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이 첫 번째 발걸음일 것이다. “기록하면 기억할 수 있고, 기록하면 찰나를 영원으로 만들 수 있다. 진관우 작가는 멸종위기 동물의 이름을 반복해서 적으며 동물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작가의 작품은 멀리서 보면 하나의 그림이지만 가까이 보면 빼곡하게 생물의 이름이 적혀있다. 지금도 생물 다양성은 점점 더 감소하고 있고 다양한 위협이 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언급하고 알아줘야 비로소 우리 곁에 남아있을 수 있다.

광주신세계갤러리 기획전 《떠나보낸, 함께 살아가야 할》展은 7월 4일까지 무료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