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극장 개봉하는 드라마 <여섯 개의 밤>은 여행 중 뜻밖의 목적지에 불시착한 여섯 인물의 비밀스러운 하룻밤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내가 사는 세상> <파도를 걷는 소년> 등 대구, 제주 등 지역을 배경으로 다양한 로컬 영화를 만들며 여러 세대를 밀도 있고, 세밀하게 스크린에 담아온 최창환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이다.

<여섯 개의 밤>은 항공편의 경유지에서 24시간 미만의 일시적인 체류를 의미하는 ‘레이오버’ 소재로 지난해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 시네마 부문에 상영되어 주목받았다.

영화 "여섯 개의 밤" 메인 포스터   이미지 인디스토리
영화 "여섯 개의 밤" 메인 포스터 이미지 인디스토리

 

예정에 없던 공간과 시간 속에서 보낸 하룻밤은 여섯 명 각자에게 각각 특별한 의미가 될 터. 물리적으로는 하룻밤이지만  ‘여섯 개의 밤’이 된다. 

불시착을 알리는 기장의 안내방송에 승객들마다 각기 다른 반응을 보여 관객의 눈길을 끈다. 승객들은 내일은 제대로 출발하여 뉴욕에 도착할 것인지 불안해하고 그들을 보는 관객도 슬그머니 긴장하게 된다. 이는 불시착까지는 아니더라도 항공기가 결항하여 공항에 발이 묶이거나 출발이나 도착이 지연되어 뜻하지 않게 호텔에서 묵게 되는 경험을 한 이들이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일박하게 된 하룻밤 연인, 예비부부, 모녀 여섯 명이 호텔에서 체크인한 후 각각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각각 전개된다. 먼저 처음 만난 젊은 남녀는 서로 관심을 보이고 마침내 마음을 열고 연인이 된다. 여자는 처음 만난 남자 앞에서 펑펑 울고 남자는 그런 여자의 슬픔에 깊이 공감한다. 호텔 방에 짐을 푼 예비부부는 곧바로 수영장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호텔 방으로 돌아와 뉴욕에서 일정을 이야기하며 의견대립이 시작된다. 심각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여자는 결혼을 미루자고 한다. 이들은 어떻게 될까? 모녀는 호텔 방에 들어가는 것부터 문제가 있다. 호텔에서 준 키로 문이 안 열린다. 수술하러 미국에 가는 어머니의 관심은 온통 미국에서 사는 아들에게만 있다. 자신을 돌보아주는 딸에게는 관심이 없다. 가장 가까운 사이인 모녀이지만 그렇기에 딸은 엄마에게 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다. 각자 하룻밤, 여섯 개의 밤을 보내고 어떤 이는 그대로 남고 나머지는 다시 뉴욕행 비행기에 탄다. 무슨 일이 있어서 삶은 계속 된다는 것일까? 앞으로 이들의 삶은 어떻게 전개될지, 여운을 남기며 관객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일상에서 떠나는 여행은 평상시에 잊고 살았던 것을 돌아보게 한다. 본격적인 여행에 앞서 예정에 없이 느긋하게 보내는 하룻밤이라면 예기지 않았던 이야기도 하게 될 것이다. <여섯 개의 밤>은 이렇게 뜻밖의 목적지에 불시착한 하룻밤 연인, 예비부부, 모녀 사이의 내밀한 관계의 이면을 섬세하게 파고들어 관객이 공감하게 한다.

이 세 개의 이야기가 시차를 두고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룻밤 사이에 동시에 벌어진다. 영화에서는 각자의 이야기에 배우들의 모습을 겹치게 하여 동시에 일어나는 일임을 보여준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도 힘들구나, 다른 사람도 치열하게 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 대목이다.

<여섯 개의 밤>는 진지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세대와 나이가 다르고, 각각의 사연이 다른 하룻밤 연인, 예비부부, 모녀 이야기가 이어져 계속 새로운 느낌을 준다. 게다가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럽고 뛰어나 몰입감을 한층 높인다.

이 영화는 지난해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 시네마 부문에 상영되어 주목받았고, 강길우, 강진아, 김시은, 변중희, 이한주, 정수지 등 K무비 넥스트 액터스로 회자되는 독립영화 대표 배우 6인의 멀티캐스팅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들의 연기를 보면 한국 독립영화를 대표하는 배우 6인의 멀티캐스팅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연기 앙상블이야말로 영화 <여섯 개의 밤>을 주목해야 한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배우 강길우는 지난해 <온 세상이 하얗다><뒤틀린 집><초록밤>에서 주조연을 맡아 한국 독립영화 대표 얼굴로 활약해 온 탄탄한 연기파 배우이다. 배우 강진아는 <달이 지는 밤> <한강에게><태어나길 잘했어>에서 작품마다 개성 있는 연기로 주목받은 독립영화의 뮤즈 배우로 꼽힌다. 배우 김시은은 <귀향> <빛과 철>에서 섬세하고 절제된 연기로 한층 깊어진 연기 내공을 보여주었다. 배우 변중희는 나이든 어머니 모습 그대로다. 오랜 교직 생활을 접고 배우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독립영화가 발견하고 사랑하는 라이징 뉴페이스 배우라는 평이 어울린다.

배우 이한주는 독립영화 <평평남녀> <그 겨울, 나는>를 비롯하여 상업영화 <헌트>의 조연 등으로 장르를 넘나들며 맹활약하고 있다. 배우 정수지는 단편영화 <2박3일>로 제16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연기부문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며 연기는 물론 연출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배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