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포장 용기에 붙어있는 라벨은 용기의 재활용을 어렵게 만듭니다. 라벨과 함께 혼합되면 재활용 소재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데 특히 페트병이 그렇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의 투명 페트병 재활용률은 72%였습니다.

이는 독일의 재활용률 98%, 일본의 재활용률 89%에 비교하면 낮은 재활용률입니다. 일본은 절취선 라벨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라벨을 떼지 않으면 수거하지 않습니다. 독일은 물에 뜨는 라벨만 사용하도록 하여 라벨을 떼지 않아도 재활용이 쉽도록 하였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절취선 라벨과 물에 뜨는 라벨이 혼재되어 있어 재활용률이 떨어집니다.  

페트병 라벨 등급은 최우수, 우수, 어려움으로 구분된다. 사진 환경부 카드뉴스
페트병 라벨 등급은 최우수, 우수, 어려움으로 구분된다. 사진 환경부 카드뉴스

페트병은 재활용 소재로 아주 가치가 높은 자원이지만 라벨이 재활용에 큰 방해가 됩니다. 라벨을 제거하기 위해 수산화나트륨을 첨가한 물로 잘게 부순 페트병 조각을 여러 번 세척하는 수水분리 공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오폐수가 배출됩니다. 친환경 기업 산수음료 김지훈 대표에 따르면, 폐플라스틱 1톤을 식품용으로 재활용하기 위해 10톤의 오폐수가 배출된다고 합니다.

더욱이 '친환경' 절취선이 있는 PET 재질의 라벨이 붙은 페트병에는 앞에서 언급한 수분리 공정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PET 재질의 라벨은 페트병과 비중, 즉 상대적으로 무거운 정도가 같아 라벨이 분리되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라벨을 제거하고 버리지 않는다면 오히려 재활용을 방해합니다.

페트병 외에도 많은 화장품, 가공식품 용기에 붙어있는 라벨도 제거하지 않고 버린다면 재활용을 어렵게 만듭니다. 유리, 알루미늄 용기에 붙어있는 비닐 라벨은 용광로에 녹이는 과정에서 잔탄 형태로 남아 재활용품의 품질을 크게 떨어뜨립니다. PE, PP 용기도 제조 공정에서 라벨 제거가 어려워 재활용률을 떨어뜨립니다.

일본의 경우 1992년부터 페트병 라벨을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절취선을 만드는 제도를 정착시키고, 소비자가 라벨을 떼지 않으면 수거하지 않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영국, 독일 등의 유럽 국가들은 수분리 공정이 가능한 라벨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최근 국내 기업들이 ESG 경영 기조에 맞춰 무라벨 제품을 내놓고 있다는 점입니다. 무라벨 제품은 생수가 가장 많고, 최근에는 화장품 용기나 요구르트 용기, 과일 포장 용기 등에도 무라벨이 적용되는 추세입니다.

무라벨 제품은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롯데칠성음료 무라벨 생수 판매 수량은 2020년 137만 상자에서 2021년 2,425만 상자로 1670%의 성장세를 보였고, GS25의 무라벨 PB 생수는 한 달 만에 매출이 5배가 증가하였다고 합니다.

이왕이면 무라벨 용기에 담긴 식품을 골라보면 어떨까요? 쓰레기도 줄이고 재활용률도 높이는 지구를 위한 행동이 됩니다. 이처럼 소비자가 친환경을 중시하는 구매 행동을 하는 것은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서 상품 생산 방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실제로 남양유업은 경남 창원시 소재의 북성초등학교 학생들의 용기 개선 요청에 무라벨 발효유 제품을 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만일, 주변에서 무라벨 용기를 적용한 상품을 찾을 수 없다면 라벨을 잘 떼는 습관을 들입시다. '페트병 라벨 제거기'라고 검색하면 저렴한 가격대의 라벨 제거기가 많으니 제거기를 사용하는 방법도 좋습니다. 라벨을 떼는 일이 다소 번거롭겠지만 우리가 버린 용기가 훌륭한 자원으로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