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제천 전통에서 적석단, 고인돌, 신목, 제천사, 장승, 솟대 등의 제천시설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되거나 중첩되었던 모습은 누천년의 긴 역사 속에서 우주의 생명에너지와 교류하며 내 안의 생명력을 깨워내고 밝음을 회복하여 공동체 문화 속에서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홍익의 문화가 어느 한순간도 단절됨 없이 면면히 이어져 왔음을 보여 주었다.

또한, 한국 마을제에 나타나는 대부분의 제의시설들에는 남녀 신격이 존재하는데 오랜 세월 민인에게 할머니·할아버지라는 친근한 이름으로 불리어 왔음을 확인하였다. 이들 제의시설에 투영된 남녀 신격은 여신, 남신 단독으로 모셔진 경우와 남녀 한 쌍이 짝을 지어 모셔진 경우가 있는데, 동북아 선도제천문화의 전통에서 여신은 마고삼신 계통으로, 남신은 삼성 계통으로 볼 수 있었다. 이에 한국 마을제 시설에 나타난 신격을 마고삼신 계통과 삼성 계통으로 나누어 그 구체적인 사례를 찾아 입증해 보았다. 결과 신격이 마고삼신 계통(마고·삼신·여산신)으로 분명하게 드러나는 사례들이 많이 발견되어 ʻ할머니ʼ로 불리는 대부분의 제의시설의 신격적 원형을 마고삼신 계통으로 보게 되었다. 또한 한국 마을제 시설의 신격중에는 삼성 계통(삼성·산신·서낭)으로 분명하게 드러나는 사례들이 많아 ʻ할아버지ʼ라고 불리는 대부분의 제의시설들의 신격적 원형을 삼성으로 보게 되었다.

이외에 한국 마을제 시설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한 쌍의 부부신으로 모셔지는 경우도 허다한데 의미도 모른 채 따로 모시던 것을 음양의 짝을 맞추기 위해 남녀신을 함께 모시고 부부신으로 인식하게 된 것으로 이해된다. 이처럼 한국 마을제 시설에서 의미가 모호한 채 허다하게 나타나는 수많은 할머니신·할아버지신의 원형은 마고삼신-삼성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한국 마을제의 신격 연구의 연장선상에서 한국무속화에 나타난 신격을 분류해 보았다. 무신 체계에 대한 기존의 연구 성과를 살펴본 바 높은 신에서 낮은 신으로의 위계는 공통적으로 확인되었으나 저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여 신격 체계가 혼란스러웠다. 이에 필자는 배달국시대부터 초기 철기시대까지 전승되어 온 선도제천의 신격과 마을제의 신격이 같음에 주목하였다. 무속화에 나타난 신격 체계에 대해서도 동북아 선도제천문화의 기준으로 접근하여 분석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아 한국 무속의 신격들을 새롭게 분석해 보았는데 삼신 계통·삼성 계통·기타 계통으로 분류가 가능하였다. 기타 계통은 우리 선도문화나 민속문화의 원형적 신격과는 다른 계보이기에 이를 제외하고 마고삼신 계통과 삼성 계통만을 살펴보았다. 마고삼신 계통 무속화는 마고삼신 1인·3인 유형, 여성 칠성신 유형, 여성 산신 유형, 여성 제석 1인·3인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었고, 삼성 계통 무속화는 남성 칠성신 유형, 북두-일월·일월 유형, 단군 유형, 남성 산신 유형, 남성 서낭 유형, 남성 제석 1인·3인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이상의 고찰을 통해 우리 민속문화와 무속문화 속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신격의 원형이 마고삼신-삼성임을 알게 되었다. 선도제천문화의 원형기인 환국시대 이래 오늘날까지 수천 년의 시간을 이어오는 동안 ʻ밝음 회복ʼ이라는 본연의 의미는 잊히고 ʻ제재초복ʼ의 기복신앙으로 변질되어 왔지만 한민족 고유의 강고한 제천 전통은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음을 알게 되었고, 또한 우리 한민족은 부지불식중에도 하늘을 경외하며 수많은 제천시설을 만들어 자신 안의 밝음을 회복하고자 노력해온 천손민족이었음을 재삼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지구촌 전체는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극심한 환경문제나 전쟁, 기아는 차치하고라도 코로나-19(COVID-19)라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로부터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은 세상이다. 이젠 나만, 우리 동네만, 우리나라만 안전하다고 해서 영원히 나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세상이다. 한 나라에서 시작된 코로나-19(COVID-19)가 삽시간에 전 세계를 휩쓰는 것을 보며 지구촌에 살고있는 우리 모두는 운명공동체임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지구촌민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하나로 연결된 생명체임을 인식하고 인간 내면의 양심을 밝혀 공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최선의 길일 것이다. 본고에서 살펴온 선도제천문화의 본령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내면의 생명, 밝음을 깨워 세상을 이롭게 하는 홍익문화이다. 선도제천문화를 계승해오고 있는 마을제 문화를 오늘날에 맞게 복원하여 선도제천문화가 제시하는 홍익문화, 밝음의 생명문화를 회복하여 우리 사회가 생명력 가득한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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