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한국에서는 진휼의 목적은 본질적으로 공생이었다. 왕이 안정적으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유교의 천인감응설과는 출발점이 달랐다. 홍익인간의 공생 정신이 이 시대에도 온전히 발현된다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소대봉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은 최근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연구원이 발간한 《선도문화》 제34권(2023. 2)에 게재된 “한국 고대의 진휼과 ‘공생정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고대의 진휼(賑恤)은 정부가 자연재해로 생존이 어려워진 백성을 구제하거나, 자연재해에 관계 없이 사회적 약자를 도와주는 정책으로 나타난다.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연구원 발간 "선도문화" 제34권 표지. 이미지 정유철 기자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연구원 발간 "선도문화" 제34권 표지. 이미지 정유철 기자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연구원은 “선도문화와 ‘공생’ 정신”을 주제로 소대봉 정책위원의 논문을 비롯하여 △한국선도와 ESG 경영의 공생 정신(허성관) △후기구석기의 후반기, 유럽지역 호모사피엔스의 ‘생명-공생문화’(정경희) 3편의 기획논문을 《선도문화》 제34권에 게재했다.

소대봉 위원은 이 논문에서 “삼국시대 진휼을 분석한 선행연구들은 유학을 기초로 한 한나라 동중서가 제창한 천인감응설을 진휼의 사상적 배경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 시각은 천인감응설이 도입되기 전에 있었던 진휼의 사상적 배경을 설명할 수 없다”며 “차이나(China) 문헌을 분석한 결과 천인감응설의 실체도 공생 정신이 아니었다. 천인감응설에 따라 왕이 베푼 선행과 덕행은 사면, 감선, 인재 추천, 간언 청취 등이어서 백성을 굶주림에서 구제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천인감응설은 왕이 안정적으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 이론이었다”고 말했다. 천인감응설(天人感應說)은 군주의 실정(失政)에 대해 하늘이 재해를 내려 꾸짖고 경고하는데도 군주가 반성하지 않으면 나라가 패망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진휼의 목적은 본질적으로 공생이다. 진휼은 군주의 기분에 따라 그때그때 행해지는 일과성 시혜에 그칠 수도 있지만,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시행되면 국가정책이 된다. 이는 공생에 대한 확고한 사상적 바탕을 기초로 할 경우에만 가능할 것이다”라면 그 사상적 바탕으로 ‘선도사상’을 들었다.

그는 “선도사상은 인간을 하늘의 밝고 맑은 기를 받고 태어난 존재로 본다. 모두가 같은 기를 받고 태어났으니 인간은 서로에게 소중하며 평등한 존재이고, 공생은 공동체와 개인 삶의 기본 가치였다. 공생 정신은 진휼로 발현되는데, 선도사상의 홍익인간 정신이 건국이념이었던 단군조선에 진휼이 있었다. 단군조선 건국이념을 계승한 삼국에도 진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삼국시대 진휼은 생명을 구하는 식량제공이 가장 중요한 방법이었다”며 “천인감응설에 기반한 차이나의 진휼이 재이현상을 초래하는 군주의 실정을 회피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과는 전혀 다른 면모였다. 생명을 존중하고 공생하는 선도적 진휼과 군주의 권력유지에 초점을 맞춘 유교적 진휼은 그 출발점이 확연히 달랐다. 선도사상의 핵심인 홍익인간 사상은 국가차원에서 펼쳤던 진휼의 사상적 배경이었다”고 말했다.

소대봉 위원은 “고대 한국에서는 홍익인간이라는 공생정치가 국가 경영 기본원리였다. 현대 자본주의사회가 지속가능한 체제로서 기능하기 위해 공생이 필요조건임은 이제 주지의 사실이다.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한 공생은 단순한 상상의 산물이 아니다. 한민족 역사문화 속에서 공생은 역사의 산물이었고 선도적 진휼을 통해 그 일단을 확인할 수 있다.”라면서 “현대 자본부의 국가에서는 국가정책으로 진휼한다. 재난정책과 복지정책은 공생정신을 제도적으로 반영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천은 전반적인 국민 의식 수준과 정책결정권자에 따라 달라진다. 홍익인간의 공생 정신이 이 시대에도 온전히 발현된다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더욱 높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선도문화》 제34권은 일반논문으로 △울진 후포리유적과 한반도 남부의 신석기 선도제천문화(연구자 최수민) △태백산 제천문화권, 대관령 ‘국사성황사’의 구조 및 신격 연구(박지영) △한국선도의 신인합일 전통에서 바라본 최수운의 시천주사상-《동경대전 과 《용담유사를 중심으로 (김윤숙) △1920년대 한일의 종교지형과 제휴활동-오모토와 보천교의 사례를 중심으로(김철수) △서구적 건강 패러다임과 홍익인간사상의 통합적 사유-건강한 지구촌을 위한 보완적 협력(김광린) 5편을 게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