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치악산 구룡사 계곡을 찾아가는 길, 고요한 학곡저수지에는 새들과 고추잠자리가 노닐고 맑은 물 위로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담겼다.
학곡저수지에서 5km 거리에 원주 8경 중 제1경이라는 천년 고찰 구룡사(龜龍寺)로 향하는 구룡계곡이 있다. 마치 폭포인 양 우렁찬 계곡의 물소리를 따라 황장목 숲길을 걸으면 누대 위에 세워진 구룡사를 마주할 수 있다. 황장목은 나무 중심부분이 누런색을 띄는 단단한 재질의 좋은 소나무로 주로 왕실에서 사용했다고 한다.
구룡사는 신라의 의상대사가 668년(문무왕 8)년에 창건했다고 하니 1,350년이 넘는 역사를 지녔다. 창건 당시 절터 깊은 연못에 9마리 용이 살고 있어 못을 메우고 절을 지으려 하자, 용들이 비를 내려 온 산을 물로 채웠다고 한다. 의상이 부적을 그려 연못에 넣자 연못은 말라버리고 9마리 용이 달아나서 창건 당시는 아홉 구(九)를 쓴 구룡사(九龍寺)였다고 한다.
이후 도선, 무학, 휴정 등 고승이 머물며 영서지방 으뜸 사찰이던 구룡사가 조선 중기부터 사세(寺勢)가 기울었다. 어떤 노인이 “절 입구에 있는 거북바위 때문”이라 해서 거북바위에 구멍을 뚤어 혈을 끊자 더욱 사세가 쇠퇴했다. 이에 거북바위의 혈을 다시 잇기 위해 절 이름을 거북 구(龜)를 써 구룡사(龜龍寺)로 바꾸었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