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와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는 각각 프랑스 나폴레옹과 바빌로니아의 침략에 저항한 로마와 히브리 민족의 역사를 담고 있죠. 많은 작품이 자기들의 역사를 이렇게 보존하고 있는 것이죠. 저도 예술에 태워 우리의 역사를 보존하고 알리고자 합니다.” 

사단법인 K문화독립군 김동규 대표(56)는 뮤지컬을 통해 독립운동을 알리는 자신의 소신을 이렇게 밝혔다.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창작 뮤지컬 '페치카'를 제작한 K문화독립군 김동규 대표. [사진 강나리 기자]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창작 뮤지컬 '페치카'를 제작한 K문화독립군 김동규 대표. [사진 강나리 기자]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 선생의 일대기를 담은 창작 뮤지컬 ‘페치카’를 제작한 그는 올해 전국 20개 학교에서 ‘찾아가는 학교 공연, 뮤지컬로 만나는 독립운동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 9일 K문화독립군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학교를 찾아 뮤지컬 ‘페치카’를 주제로 공연하는 데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 학생들의 반응에 저희도 깜짝 놀랐어요. 스스로 친구들에게 태극기를 나눠주는 봉사도 하고, 무대에 올라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열렬히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습니다. 그걸 보면서 ‘우리나라는 의병의 피가 흐르는 의병의 나라가 맞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학생들과 함께 창작 뮤지컬 '페치카'를 공연하는 김동규 대표(중앙). [사진 K문화독립군]
찾아가는 학교 공연 중 원주문화원에서 치악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창작 뮤지컬 '페치카'를 공연하는 김동규 대표(중앙). [사진 K문화독립군]

공연에 학생들도 직접 참여하는지요? 학교에서 공연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 제가 짧게 설명하고 뮤지컬 주요 레퍼토리를 진행하는데 두 곳 정도 학생들을 참여시킵니다. 유튜브에 올린 뮤지컬 ‘페치카’ 영상을 보며 학생들이 노래를 열심히 연습해서 함께하는 모습은 감동이죠. 물론 뮤지컬을 보여주기에 음향과 조명이 적절하지 않아 학교 측에서도 고민이 많아요. 하지만 열악한 현장 상황과 달리 의외로 집중도가 높습니다. 원주에서는 교육지원청과 원주문화원이 연대해 전문공연장에서 학생들이 공연했는데 좋은 모범이 되었죠. 앞으로 가능한 예산을 확보해 찾아가는 학교공연을 통한 독립운동 교육을 늘려나가고자 합니다.

무대에서 ‘대한독립 만세’를 부르는 학생들, ‘우리나라는 의병의 피가 흐르는 의병의 나라가 맞구나’ 감동

‘찾아가는 학교 공연’ 기획은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요?
- 코로나로 인해 학생들이 직접 공연을 관람할 수 없었기에 기획했는데 홍보를 시작하자마자 전국 20개 학교가 신청해 금방 마감이 되었어요. 지난 6월 24일 강원도 도계전산정보고등학교를 시작으로 벌써 2,000여 명의 학생들과 만났고, 11월까지 3,000명 정도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독립운동사 교육을 뮤지컬로 제공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우리 사회에 보훈의식이 높아지고 보훈 문화가 확산되어야 하는데 저는 그 출발지를 학교로 보았습니다. 뮤지컬 페치카처럼 문화예술을 접목한 독립운동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이 의병정신으로 깨어나면 아직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식민잔재도 청산이 가능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큽니다.

김동규 대표는 지난 6월부터 오는 11월까지 전국 20개 학교에서 '찾아가는 학교 공연, 뮤지컬로 만나는 독립운동이야기' 를 진행한다. [사진 K문화독립군]
김동규 대표는 지난 6월부터 오는 11월까지 전국 20개 학교에서 '찾아가는 학교 공연, 뮤지컬로 만나는 독립운동이야기' 를 진행한다. [사진 K문화독립군]

K문화독립군이란 이름이 독특합니다.
- (하하) 그렇죠? 만약 이름을 다시 짓는다면 ‘K문화광복군’이라고 했을 겁니다. 우리 문화와 역사는 고유하고 유구하기때문에 어느 나라에서 독립하기보다 빛을 되찾는다는 게 더 어울리니까요. K문화독립군이 추구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 한국적 가치(K-Value)를 바로 세워 잘 가꾸고, 타 문화를 존중하면서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인문적 가치를 음악을 통해 공유하자는 인문정신운동입니다.

김동규 대표께서 K문화독립군을 기획한 계기는 무엇인지?
- 이탈리아에서 약 10년간 음악 유학 마치고 ‘주세페 김’이라는 예명으로 아내(김구미 씨)와
팝페라 그룹 듀오아임을 결성해 활동했죠. 외국 음악 위주로 공연하면서 한국 고유의 소재로 창작된 대중성 있는 공연이 적어 늘 아쉬웠습니다. 2013년에 창작 K팝페라, K크로스오버 창작 공연을 하는 공연 단체 랑코리아를 설립할 때부터 추구한 것이 ‘K문화독립운동’이었죠. 
한국의 문화, 역사를 소재로 다양한 음악을 창작해나가면서 후원인들이 모여 2017년에 사단법인 K문화독립군을 설립해 국가보훈처의 인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현재 K문화독립군은 랑코리아 단원과 문인, 화가, 사진작가, 직장인, 기업인 등 뜻을 같이하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구성원 33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민족대표 33인을 상징하는 인원이죠.

창작 뮤지컬 ‘페치카’를 제작했는데 독립운동가 중 특히 최재형 선생을 선택한 이유는? 
- 뮤지컬 ‘페치카’는 2019년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고, 2020년 최재형 선생의 순국 100주기를 앞두고 널리 알리자는 취지로 제작했습니다. 랑코리아가 2015년부터 공연에서 안중근 의사와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를 노래해 왔는데 안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배후에서 전폭 지원한 동의회 총재 최재형 선생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까웠죠.
나라를 잃은 망국인으로서 자수성가한 기업인인 최재형 선생이 조국을 위해, 정의를 위해 조건없이 재산과 목숨을 바친 의병 정신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화를 통해 황금만능주의, 영웅주의, 그리고 이기주의에 젖은 우리 사회가 선생의 정신을 본받기를 바랐어요.

최재형 선생 다룬 창작 뮤지컬 ‘페치카’ 초연, 관객 3천 명 만세소리, 
“독립운동가들의 영령이 함께 하고 있구나” 큰 보람

연출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
- 독립운동가들의 항일투쟁 성과보다는 망국인 디아스포라로 자수성가한 소년 최재형의 꿈과 희망, 패배할 수밖에 없는 싸움인 줄 알면서도 앞으로 나아간 인간적 고뇌, 가족과 동료들을 위해 홀로 일본군에 투항하여 죽음을 택하는 휴머니즘, 그리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고려인 디아스포라들의 애환과 현재까지 풀지 못한 우리 사회의 고민에 비중을 두었습니다.
(디아스포라는 고국을 떠나는 사람, 집단의 이동을 뜻하며, 본래 팔레스타인 지역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지칭한다)

2019년 2월 2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창작 뮤지컬 '페치카' 완작 초연 공연. [사진 K문화독립군]
2019년 2월 2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창작 뮤지컬 '페치카' 완작 초연 공연. [사진 K문화독립군]

뮤지컬을 창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 사실 오페라는 고전 낭만주의의 꽃이라면 뮤지컬은 현대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하죠. 재무적 고충이 무척 커서 아내가 많은 고생을 했죠. 2017년부터 이상백 시인, 권오경 감독과 함께 셋이서 매주 모여 끝장토론을 해가며 시나리오를 쓰고 제가 예술감독과 작사, 작곡, 편곡, 지휘와 배우까지 맡아 마침내 완성했죠. 2018년 7월 KBS홀에서 쇼케이스 공연을 했고, 2019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초연을 했어요.
지금 되돌아보면 불가능에 가까운 기적이었습니다. 주변 지인과 배우들조차 안중근, 조마리아를 주인공으로 하면 모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최재형 선생을 주인공으로 하면 망한다고 다들 우려와 걱정으로 만류했죠. 그런데 막상 작품과 노래가 나오고 공연 연습을 하면서 배우들이 노래와 눈물로 하나 되었어요. 세종문화회관을 메운 3천 명의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나 만세를 외친 순간 독립운동가들의 영령이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독립운동과 휴머니즘이라는 어려운 주제임에도 배우들과 많은 관객이 감동의 눈물로 공감하는 것을 보고 힘든 과정이었지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2편에서 계속]

2편 “대한민국 역사는 인문·예술 소재의 보물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