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서구 역사학계가 중국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한국 관련내용을 어떻게 서술하는지 《케임브리지 중국사》 시리즈를 분석한 연구서 〈구미학계의 중국사 인식과 한국사 서술 연구〉가 24일 발간되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지난 2020년과 2021년에 걸쳐 재단 내외 연구자들이 ‘케임브리지 중국사 시리즈 전편의 종합적 분석과 논평’을 주제로 추진한 공동연구의 성과를 담은 결과물을 발간한 것이다.

동북아역사재단은 24일 미국과 유럽 역사학계의 중국사 및 한 일관계 인식이 담긴 《케임브리지 중국사》시리즈를 지난 2년 간 분석한 연구서 〈구미학계의 중국사 인식과 한국사 서술 연구〉를 발간했다. [사진=동북아역사재단]
동북아역사재단은 24일 미국과 유럽 역사학계의 중국사 및 한 일관계 인식이 담긴 《케임브리지 중국사》시리즈를 지난 2년 간 분석한 연구서 〈구미학계의 중국사 인식과 한국사 서술 연구〉를 발간했다. [사진=동북아역사재단]

《케임브리지 중국사》시리즈는 구미 지역에서 출판되는 세계 역사 시리즈 중 가장 권위 있는 영문 출판물의 하나이다. 총 17책 중 1978년 제10책(청말淸末 편)을 가장 먼저 출판한 후 최근 2019년 11월 제2책 육조(六朝, 220~589)편까지 출판해 완간을 앞두고 있으며, 40년 간 연구 성과를 망라해 집적한 결과물로써 저자들의 통찰이 여전히 빛을 발한다.

분석한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서구 역사학계가 중국의 천하질서를 담고 있는 정치적 허구성을 지적하고 현재적 관점에서 정치적으로 역사를 해석한 점을 비판했다. 중원의 일부 또는 전부를 정복통치한 북방민족인 거란과 금, 대하(서하), 몽골에 대한 한족 중심적 시각을 비판하고 북방민족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동북공정, 서북공정, 서남공정 등 역사공정을 통해 주변 민족과 나라의 역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하려는 시도를 비판한 것이다.

특히, 한중간 역사 해석에서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부분에 대해 한국 입장과 유사한 시각을 보인다. 고구려를 한국의 선행국가로 인식하며, 발해는 고구려를 계승한 국가로 이해했다. 또한 중국 중심적인 역사관을 배척하고 고구려와 신라, 발해를 당시 중국에 버금가는 발달수준의 국가로 서술했다. 전체적으로 동북아시아 국제관계에서 한반도 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아울러 일본이 주장하는 임나일본부의 허상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한국전쟁에 대해서도 비교적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반면, 중국학계는 서구학계를 상당히 의식해 서구학계의 시각을 비판하고 문제점을 제기하는 서평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어 중국학계의 학술 네트워크를 통해 일부 중국 측 입장이 반영된 연구 성과도 구미학계에서 출간되고 있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또한, 각 권별 한국사에 대한 서술이 간략하고 단편적이라는 공통된 지적은 국내 학계가 직시할 과제이다. 대다수 서구 동아시아사 전공자들이 언어상 제약 때문에 주로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된 연구 성과를 인용했고 한국학계의 연구 성과는 극히 미미하게 반영된 점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서구학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개념과 용어로 접근한 한국사 영문 서적을 다수 발간해 고대 동아시아 역사의 다양성과 상호 작용성을 새롭게 발견하도록 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 

현재 케임브리지 한국사 시리즈가 아직 출간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한국 학계와 구미 학계 간 적극적인 학술 교류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