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원 작가의 네 번째 개인전 ‘THE SELF - 길 빛 관계’전이 12월 4일부터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이길이구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설치 작품을 주로 전시했다. 설치작품 <Untitled>(2020)는 <On the Road>(2018)의 테이핑작업과 <物我一體 : Landscape> 시리즈의 연장이다. 이와 함께 전작보다 색채와 물성이 더해진 사진작품도 함께 선보였다.

황성원 Sungwon Hwang, Untitled, C-Print, 2020. [사진제공=이길이구갤러리]
황성원 Sungwon Hwang, Untitled, C-Print, 2020. [사진제공=이길이구갤러리]

 

황성원 작가는 “예상치 못한 삶의 여정에서 경험한, 지금도 겪으면서 알아가고 있는 인생길에서 따뜻하게 다가왔던 빛이 오늘도 살아가게 하는 위로와 격려가 되기를 바라는 작품이다”고 말했다.

‘THE SELF - 길 빛 관계’는 빛과 함께한 작가의 인위적인 움직임의 결과로 만들어진 오묘하고 몽환적인 이미지를 선보인다. 어디로 향할지 도저히 가늠하기 어려운 렌즈가 사물에 부딪혀 만든 결과, 즉 빛의 파장과 충돌을 마다하지 않고 시시각각 사물의 다양성과 만나 새로운 그 무엇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황성원 작가의 사진 작업은 피사체에 대한 단순한 시각적 재현을 거부하는 동시에 기타 조형 매체와 같이 사진이 작가의 일방적 자기표현이라는 관점 역시 부정한다. 작가의 작업은 피사체와 작가 사이의 우연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피사체라는 타자와 나 자신이 서로 무의식적으로 만나 이루어지는 일종의 대화를 사진으로 기록한다.

황성원 Sungwon Hwang_Untitled C-Print, 2020. [사진제공=이길이구갤러리]
황성원 Sungwon Hwang_Untitled C-Print, 2020. [사진제공=이길이구갤러리]

무엇을 찍는지 의식되지 않고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카메라 렌즈를 열어두고 찍는 과정을 통해 무엇인가가 사진이 된다. 그렇게 해서 사진에는 의식된 과거의 기억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사고나 창조적 관념으로 가득 차 있다. 의식적 내용이 사라져서 끝내는 무의식이 되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 번도 의식화되어 본 일이 없는 새로움이 작가의 작업에는 녹아 있다.

무의식적이고 때로는 비현실적이고 비합리적기도 한 이 사진은 속도와 행위가 좀 더 더 강화되면서 일상적인 현실세계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그렇게 하여 탄생한 작품 명은 “Untitled” 로 이름을 부여받는 대신 경계가 없는 자유를 누리길 바라는 마음을 보여준다. 매분 매초 다른 빛과 작가의 인위적인 행위, 그리고 순간의 온도와 공기는 매번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존재 자체만으로도 이미 작품은 유의미한 어떤 것이 되며 아울러 짙은 회화적인 성격을 드러낸다.

황성원 Sungwon Hwang Untitled, C-Print, 2020. [사진제공=이길이구갤러리]
황성원 Sungwon Hwang Untitled, C-Print, 2020. [사진제공=이길이구갤러리]

 

작가는 이처럼 사진 작업에 회화적인 요소를 부여해왔다. 작가가 무의식중에 잡아낸 피사체들은, 사진의 결과물은 오로지 색채, 흔들림, 빛, 무수한 선들의 흔적으로 가득한 추상회화를 연상시킨다. 서로에게 스며들어 새로운 것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속성의 결과물이 작가의 사진작업이기도 하다. 황성원 작가는 자신의 사진작업을 이렇게 말한다. 

황성원 Sungwon Hwang Untitled, C-Print, 2020. [사진제공=이길이구갤러리]
황성원 Sungwon Hwang Untitled, C-Print, 2020. [사진제공=이길이구갤러리]

 

“순식간에 완성되고 에디션을 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입니다. 학창 시절, 복사미술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복사미술이란 그 당시 제가 붙인 명칭입니다. 사진도 그런 점에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사진 찍는 거 안 좋아합니다. 찍혀서 혹은 찍어서 남는 것보다 사라지는 편을 선호했거든요. 물론 다 그런 건 아닙니다만, 생각지도 못한 지나간 시절의 사진을 발견했을 땐 또 그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사진 작업을 하게 된 계기는 몸이 좋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통증으로 몸을 쓸 수 없으니 최대한 시간을 단축할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무거운 것은 엄두조차 안 나서 단렌즈를 사용합니다. 인생이란 참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사진 작업을 할지 어떻게 알았겠어요. 카메라가 저의 손이 되어 줘서 감사해요.”

“예상치 못한 삶의 여정에서 경험된, 지금도 겪으면서 알아가고 있는 인생길에서 따뜻하게 다가왔던 빛이 오늘도 살아가게 하는 위로와 격려가 된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번 전시를 통해서 황성원 작가의 시선과 세계관을 통해 우리 자신의 자아를 재해석하며 위안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