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학원에서 강의를 할 때는 앞줄에서 눈빛을 반짝이는 10여 명의 아이만 예뻤어요. 엄마가 시켜서 억지로 앉아 있으면서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들은 그다지 예쁘지 않았죠. 지금은 세상의 잣대가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 보게 됩니다. 어떤 아이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고 나니 어떻게 안 예쁠 수 있나요?”

올해 청소년 뇌교육 전문가로 17년 차를 맞는 국가공인브레인트레이너 배선옥 원장(BR뇌교육 안동지점). [사진=김경아 기자]
올해 청소년 뇌교육 전문가로 17년 차를 맞는 국가공인브레인트레이너 배선옥 원장(BR뇌교육 안동지점). [사진=김경아 기자]

국가공인브레인트레이너 배선옥 원장(BR뇌교육 안동지점, 52세)은 2003년 당시 학원에서 수학, 컴퓨터 정보처리기사 과정 등을 강의했다. 기력이 없고 잔병치례가 많던 그는 주위 권유로 브레인명상을 시작했다.

“건강을 되찾고부터 함께 명상하던 분들과 복지촌에 뇌교육 봉사활동에 참가했죠. 지적장애 때문에 보호헬멧을 쓴 아이들이 뇌교육 수업을 하고서 너무나 행복해하는 얼굴이 계속 여운이 남았죠. 편견 없이 보게 되고 힘들어도 뿌듯한 마음이었죠. 그런데 아들에게는 그게 잘 안되더군요. 당시 초3이던 아들은 12월생이어서 수영이든 미술이든 3월생인 친구보다 모든 면에서 더뎠죠. 저는 여러 가지를 시키며 독촉하는 엄마였어요. 명상을 하면 내면이 채워지는데 막상 생활에서는 잘 안되더군요.”

그때 아동청소년 두뇌코칭 전문기관인 BR뇌교육이 주최하는 7박 8일간 진행되는 뇌교육 교사연수를 제안 받았다. 단순히 내 아이를 잘 키워보겠다는 바람으로 교육에 임한 그는 뇌교육5단계를 체험하면서 자신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발견했다.

“제가 완벽주의자였어요. 제사가 있으면 일주일 전부터 청소를 하고, 손님이 오면 대청소를 하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서 칭찬을 받는 게 삶의 보람이었죠. 남에게 보이고 인정받는데 온통 집중해있더군요. 제 내면을 꺼내놓는 게 어려웠지만 소중한 나를 알게 되니 나 자신을 사랑하고 주도적인 나로 살겠다는 결심도 섰죠. 제가 막내였는데 부모님, 그 다음 남편에게 의존하고 있더군요.” 그 이후 아들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가 서서히 변화해갔다고 한다.

뇌교육으로 성장한 아이들의 사진을 빼곡히 게시한 배선옥 원장이 아이들을 소개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뇌교육으로 성장한 아이들의 사진을 빼곡히 게시한 배선옥 원장이 아이들을 소개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2004년 안동에는 지점이 없어 방문수업을 주로 했다. 첫 학생은 초등학교 3학년과 5학년 형제로 자유로운 뇌교육 수업을 좋아했고, 어머니는 아이의 변화를 점검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에 만족했다. 초창기 그는 매일 밤 12시까지 교안을 습득하고 머릿속에 상황을 그려보며 준비했다.

“집 앞에서 벨을 누르기 전에 깊은 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는데 지금 돌아보니 0점 조절을 하고 수업을 들어갔던 것 같아요. 때로는 제 아이를 잘 키워보겠다는 마음에 교육을 받았는데 바쁘다보니 소홀해진다는 생각에 이번만 하자고 마음먹은 적도 많았죠. 하지만 변화하는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 그리고 저를 신뢰해서 꾸준히 아이를 맡기는 부모님의 마음이 17년 간 계속할 수 있게 했죠.”

그는 2006년 안동지점을 신설해 원장이 되었고 선생님들과 함께 안동지역 청소년 뇌교육 확산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 “당시 지도자 교육을 앞두고 신입회원 25명의 목표를 세웠어요. 많은 아이들에게 뇌교육을 경험하게 해주겠다는 열정으로 뛰었고 해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어떻게 했지?’ 하고 놀랄 정도였죠.”

배선옥 원장은 그동안 많은 아이들과 만나 그들의 성장을 함께 했다. 어머니가 교육기업 본부장이었던 중2 성민(가명)이는 어깨가 구부정하고 호흡이 고르지 못했다. 어릴 적부터 다양한 학원에서 많은 것을 배웠던 성민이는 글씨도 학원에서 배웠다고 했다. 그런데 수업후 표현지에 글씨를 희미하게 2~3자 정도밖에 적지 않았다. 글씨 하나를 써도 잘 써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

공부는 잘 했지만 이기적인 경향이 있어 놀이도 본인이 이길 수 있는 놀이만 하려했다. 배 원장은 아이의 제안을 기꺼이 수용해주었고, 일대일 수업을 하면서 매일 누워서 하는 뇌체조인 ‘와공연단’을 함께 하며 에너지순환을 돕고 뱃심을 길렀다. 몇 달이 지나자 어머니가 “아이가 자세가 많이 좋아졌어요.”라고 먼저 변화를 이야기했다. 성민이는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행동했고 자신을 편안하게 표현하며 웃기 시작했다. 아이를 지켜본 어머니는 “내가 아이에게 너무나 많이 강요했어요.”라며 변화했다.

배선옥 원장은 좋은부모 힐링캠프 트레이너로 활약하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배선옥 원장은 좋은부모 힐링캠프 트레이너로 활약하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부모님이 모두 교사였던 재영(가명)이는 초등학교 2학년생이었다. “그림에 색을 칠하지 않아 어머니께 여쭈었더니 어두운 방에서 혼자 너무나 우울해하고 있는 모습에 놀라 소아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배 원장은 재영이에게 자신감 영재 프로젝트를 했다. 밖에 나가 시민들에게 “저는 자신감을 기르기 위해 나왔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하고, 큰 소리로 자기소개를 하는 것이었다. 할머니 다섯 분이 이를 지켜보고 서명지에 ‘장차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꿈나무가 되라’며 많은 칭찬을 했다.

용기를 얻은 재영이는 자진해서 빵집에 가서 자기소개를 했고 빵 선물을 받기도 했다. 어머니가 반장선거를 권해도 나가지 않던 재영이가 180도 달라져 4학년 때 스스로 선택하고 선거에 나가 당선이 되었다.

배 원장은 대형마트 문화교실과 학교 공교육 강의도 나갔다. “자율형사립고 교장선생님의 요청으로 1,2학년의 정규수업으로 격주 토요일 3,4교시를 맡아 진행했죠. 교장선생님이 방학 중 열리는 뇌교육 교사연수 과정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연수 초기 ‘나를 어떻게 바꾸겠나’ 싶어 팔짱을 끼고 지켜보기만 했는데, 체험형 교육 중 신뢰게임을 하면서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셨다고 하더군요. 뇌교육에 대한 신뢰가 깊었죠. 수업을 받은 학생 중 소심하고 조용하기만 하던 아이가 자신감을 찾아 HSP브레인올림피아드에도 출전해 수상하고 전교 학생회장이 되었죠. 부시 미국대통령이 왔을 때 안내를 맡기도 했는데 그 아이는 뇌교육 수업을 하면서 ‘선택하면 이룰 수 있다’는 걸 계속 체험했다고 하더군요.”

학교에서 화풀이 캠프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본인 제공]
학교에서 화풀이 캠프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본인 제공]

그는 학생들 중 다른 선생님이 맡기 어려운 아이를 담당했다. “요즘은 틱 장애나 ADHD성향을 가진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죠. 그런데도 부모님은 성적에 연연한 경우가 많습니다.”

한번은 부모님과 형제가 지점을 방문해서 뇌파검사와 성향검사를 진행하려고 했는데 초등학생인 아이는 조절이 되지 않아 소리를 질렀다. 부모님은 ‘아이가 머리가 좋다. 항상 성적이 상위권’이라며 별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가 “학교생활이 되나요? 아무리 1등을 해도 친구들과 교류가 안 될 텐데요?”라고 물으니, 아버지는 “맞습니다. 도와주세요.”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배 원장은 “긍정적인 아이는 금방 좋아지는 반면, 부정적인 아이는 변화가 더디더군요.”라고 했다. 그는 학교 폭력과 집단따돌림으로 인해 우울증에 빠져 있던 학생을 담당한 적이 있다. 아이가 위험한 선택을 한 적도 있다고 했다. 개인수업을 진행했는데 아이는 매사에 관심이 없고 어떤 이야기에도 믿지 않고 의심을 했다. 아이의 마음이 닫혀 있어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어려웠다.

배 원장은 어머니를 초청해 함께 HSP 뇌교육수업을 했다. 어머니는 처음해보는 뇌교육 수업임에도 몰입을 통해 뇌의 능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확신을 얻은 어머니 덕분에 계속 다니면서 아이는 매일 단전강화체조와 굴렁쇠를 하며 허약했던 아이가 단단해졌고 표정이 밝아졌다. “아이에게 ‘네게 직관력이 있다는 걸 알겠어?’ 라고 물으니 ‘예’라며 빙그레 웃었어요. 아이가 남들을 믿지 않았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을 믿지 않았던 거죠. 자신을 믿게 되니 비로소 의욕이 생기고 공부도 잘 할 수 있게 되었죠.”

배선옥 원장은
배선옥 원장은 "아이는 부모의 기준과 가치관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다. 부모가 긍정보다 부정적인 언어를 쓰면 아이도 따라간다."고 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그는 교육에서 부모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뇌교육 수업을 하면 아이는 분명 변화하는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부모님과 함께 합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는 부모님의 기준과 가치관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죠. 부모님이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언어를 쓰면 그대로 따라갑니다.”라고 했다. 

배 원장은 부모를 대상으로 뇌교육을 이해하고 체험함으로써 아이의 변화를 함께할 수 있도록 좋은부모 힐링캠프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예전에는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과 웃음을 되찾아 주는 것이 보람이었는데, 지금은 부모에게 조금 더 집중합니다. 좋은부모 힐링캠프에서 굳어 있던 표정이 풀리며 변화하는 모습에 울림이 큽니다. 앞으로 제가 하고 싶은 것은 아이와 부모가 바른 가치관으로 홍익하며 행복을 찾아갈 수 있게 뇌를 가치 있게 활용하도록 돕고 싶습니다. 뇌교육을 통해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