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한 문명이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 시한은 앞으로 8년! 2028년 화석연료 문명의 종말이 온다. 그 이후 인류의 삶은 어떻게 될까.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이에 관해 화석연료의 필연적 종말, 그리고 현대 인류에게 필요한 새로운 에너지 혁명, 즉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담아 펴낸 책 『글로벌 그린 뉴딜』이 번역돼 이번에 (주)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현시대 전 지구적인 중대 과제인 ‘기후변화’와 관련해 세계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을 다룬다.

이번 신작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무사히 헤쳐 나가고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릴 에너지 혁명과 ‘그린 뉴딜 계획’, 즉 탄소 제로 스마트 그린 인프라의 밑그림을 제시한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신간 "글로벌 그린 뉴딜"에서 2028년 화석연료 문명의 종말을 예견하고 새로운 문명에 맞는 녹색 경제로 방향 전환을 제안한다. [사진=민음사]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신간 "글로벌 그린 뉴딜"에서 2028년 화석연료 문명의 종말을 예견하고 새로운 문명에 맞는 녹색 경제로 방향 전환을 제안한다. [사진=민음사]

 ‘그린 뉴딜 계획’은 전 세계의 미래, 인류, 같이 살아가는 생물, 공동의 행성을 위한 새로운 비전이다. ‘그린 뉴딜’이라는 이름은 1930년대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원한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과 유사한 비상 대책이라는 의미로 친환경 녹색 성장에 빙점을 두고 지은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전 지구적 비상사태에 직면하여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의 젊은 세대는 그린 뉴딜에 관한 여론을 주도하며 사회를 혁명적으로 바꿀 대담한 정치 운동의 어젠다를 설정하고 있다. 최대 유권자 그룹을 형성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 세대)와, 그다음의 Z세대(1990년대 이후 출생 세대)가 이제 기후 변화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고 나서고 있다.

2019년 3월 15일, 100만 명이 넘는 Z세대 학생들이 전례 없는 1일 파업으로 교실을 박차고 나와 가두시위에 들어갔다. 선배인 밀레니엄 세대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전 세계 128개국에서 벌어진 2000건 이상의 시위 행렬에 동참한 것이다. 이들은 정부의 기후변화에 대한 무관심에 항의하며 탄소 이후 그린 시대로 돌입하기 위한 글로벌 변혁을 요구했다.

기후변화는 인류가 사상 처음으로 스스로 “멸종 위기의 생물종”으로 인식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미 깨닫기 시작한 젊은 세대는, 실용주의적이고 변화에 둔감한 기성세대에 앞서 환경문제의 위험을 직시하고 있다. 그린 뉴딜은 젊은 세대, 즉 오늘날 미국의 지배적인 집단인 밀레니엄 세대와 Z 세대가 국가의 방향을 돌려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어젠다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촉구하는 강력한 탄원이다.

그린 뉴딜이 논쟁의 화두로 부각하는 동안 비즈니스 공동체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변화, 향후 글로벌 경제의 근본을 흔드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저자는 경제의 주요 부문들이 빠르게 화석연료에서 이탈해 갈수록 저렴해지는 태양력과 풍력 에너지로 갈아타고 있으며, 그에 따라 새로운 사업 기회와 고용이 발생하는 중이다. 또한 “좌초 자산”이 발생한다. “좌초 자산”은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채굴되지 않고 남게 되는 모든 화석연료 포함, 버려지거나 폐기되거나 포기되는 송유관과 해양 플랫폼, 저장 시설, 에너지 생산 설비, 예비 발전소, 석유화학 공정 시설, 그리고 화석연료 문화와 밀접하게 결합된 모든 산업이다. 화석연료를 더는 쓰지 않게 되면 그와 관련된 산업은 줄줄이 무너질 것으로 보는 건 너무 낙관하는 거다.

리프킨은 화석연료 산업과 관련 산업에서 발생할 수조 달러의 좌초 자산이 2028년경이면 탄소 버블을 터트리며 화석연료 문명의 붕괴할 것으로 예측한다. 즉 지금으로부터 8년 이내에 태양열과 풍력이 훨씬 저렴해지면서 화석연료 업계와 결전을 치른다는 것이다.

"글로벌 그린 뉴딜" 표지 . [사진=민음사]
"글로벌 그린 뉴딜" 표지 . [사진=민음사]

 

리프킨은 지구온난화에 가장 책임이 있는 4대 핵심 부문, 즉 정보 통신 기술(ICT)과 텔레콤 부문, 전력(에너지) 및 전기 유틸리티 부문, 운송 및 물류 부문, 건축물(주거와 상업·산업·기관 건조물) 부문이 화석연료 산업과 절연하고 저렴하고 새로운 그린 에너지를 채택하게 될 것이며, 화석연료 산업 안에서 100조 달러에 달하는 자산이 좌초될 것으로 예측한다. 2차 산업혁명 인프라를 구성했던 위의 4대 부문은 이미 지난 10년 동안 화석연료 문명과 손을 끊고 녹색 에너지와 청정 기술과 재결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모습을 책에서는 사례를 들어 소개한다.

산업 부문 가운데 가장 많은 에너지와 전기를 사용하고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s Technology) 부문’에서 화석연료를 분리하고 녹색 에너지에 재투자하는 과업에는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들이 앞장서기 시작했다. 2018년 4월 애플은 세계 곳곳에 산재한 자사의 모든 데이터 센터가 이제 재생에너지로 가동된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2017년 자사의 데이터 센터에 100퍼센트 재생에너지 사용을 달성했다. 현재 재생에너지 인프라에 총 35억 달러를 투자하는 방식으로 20개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운영하다. 페이스북도 같은 해에 향후 건립하는 모든 새로운 데이터 센터를 100퍼센트 재생에너지로 가동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자동차 산업’이 화석연료로 구동되는 내연 차량에서 녹색 재생 전력으로 구동되는 전기 차량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을 도시계획에 반영하고 있다. 2019년 4월, 로스앤젤레스의 시장 에릭 가세티는 운송의 미래를 제로 배출 경제로 전환하는 도시계획을 공표했다. 가세티는 2025년까지 로스앤젤레스시의 모든 차량 중 25퍼센트, 2035년까지는 80퍼센트를 전기 차량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 뿐만 아니라 운송 부문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세 가지 요인, 즉 ‘휘발유 차량에서 녹색 에너지로 구동되는 전기 및 연료전지 차량으로’의 이행, ‘차량 공유 서비스’로의 전환, ‘자율 주행 차량’의 도입이라는 세 가지 주요 변화는 각각 그 자체만으로도 혁신적이며 기존 운송 부문을 파괴하기에 충분하다. 그것들이 서로 힘을 합쳐 전 세계에 걸쳐 이동성과 물류의 완전한 격변을 일으키며 “좌초 자산”을 남기고 있다.

전 세계적인 그린 뉴딜 대중운동과 동시에 부각된 탄소 버블과 화석 연료 좌초 자산의 발생 전망은 향후 20년에 걸쳐 탄소 제로에 가까운 생태 시대로 인프라가 전환될 가능성을 열어 주고 있다. 리프킨은 지난 25년 동안 유럽연합과 중국에서 그린 뉴딜 유형의 전환을 직접 구현한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경제를 개혁하고 지구상의 생명체를 살리기 위한 획기적인 비전과 실행 계획을 제시한다.

리프킨은 역사상 위대한 경제적 변혁은 커뮤니케이션 매개체와 에너지(동력원), 그리고 운송 메커니즘라는 세 요소가 만났을 때 만났을 때 발생한다고 한다.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1 · 2차 산업혁명은 수명이 다해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3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다. 디지털화한 커뮤니케이션 인터넷과 태양열 및 풍력 전기를 동력원으로 삼는 디지털화한 재생에너지 인터넷, 그리고 녹색 에너지로 구동되는 전기 및 연료전지, 자율 주행 차량으로 구성된 디지털화한 운송 및 물류 인터넷이 상호작용하며 수렴하고 있다. 이는 사물 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플랫폼을 기반으로 삼으며 현대 사회와 경제에 변혁을 알리고 있다.

그린 뉴딜의 기반은 어떠한 것인까. 그린 뉴딜 스마트 인프라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설계 및 구축 기술을 동반한다. 인프라 기반이 중앙집중식이 아니라 분산된 운영 방식에 중점을 두며, 지적재산권으로 폐쇄하는 대신 네트워크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분산적이고 개방적이며 투명하게 설계된다. 마지막으로, 분산되고 개방되며 투명한 시스템은 그 운영이 수직으로 통합되지 않고 수평으로 규모가 확장될 때 가장 효율적이고 생산적일 수 있는 특징을 지닌다. 스마트폰이 있고 인터넷만 연결되면 전 세계 수백만 기업 및 웹 사이트와 빅데이터에 즉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이니, 세계 곳곳 수십억 인구가 각자의 지역에서 매우 적은 고정비용이나 제로에 가까운 한계비용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에서 직접 관계를 맺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인프라 혁명은 항상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십이며, 공공 자본과 민간자본, 사회적 자본의 적절한 혼합으로 모든 수준에서 정부와 산업, 시민사회를 결합하는 건전한 사회적 시장경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리프킨이 말하는 가장 심오한 수준의 인프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새로운 에너지원, 새로운 방식의 운송 및 물류, 그리고 새로 조성되는 환경을 결합하여 지역사회가 좀 더 효율적으로 경제활동과 사회생활, 거버넌스를 관리하고 거기에 동력과 이동성을 부여하게 만드는, 기술과 사회의 접합이다.

그래서 이 책의 말미에 그린 뉴딜 탄소 제로 인프라 구축을 위한 23가지 핵심 안건을 제안한다. 미국 연방 정부주도로 이뤄져야 할 탄소세 인상, 화석연료 보조금 삭감, 스마트 전력 그리드 인프라 준비 등 구체성을 띈 그린 뉴딜 법안으로, 미국 내에서의 계획 실행을 위한 리프킨의 제안이다. 사실, 『글로벌 그린 뉴딜』은 2028년 화석연료 문명 종말에 대비하여 미국 경제의 방향전환과 ‘탄소 이후 전환’를 위한 대담한 경제 계획이다. 리프킨은 과감하게 전환하라고 한 것은 미국이 이제 출발선에 섰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탄소 제로 녹색 경제로의 전환을 주도한 것은 5억 800만 명의 인구가 모여 사는 EU였다. 이름도 동일한 ‘그린 뉴딜’이라는 유사한 운동(미국 역사상 가장 큰 공공사업 프로젝트인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에서 영감을 얻어 유럽 경제를 녹색 시대로 전환하는 운동에 이름 붙였다)은 EU에서 이미 10년 전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는 운동으로 EU회원국 정당들 사이에 강력한 구호로 자리잡았고 2019년에는 EU집행위원회 의장과 유럽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총선거의 핵심 주제로까지 부상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어서 근래 몇 년 사이에 14억 명에 가까운 인구를 보유한 중국이 탄소 후 시대로의 전환 계획을 앞세우며 요란하게 등장했다. 모든 산업 분야를 2차 산업혁명 인프라에서 분리해 새로 부상하는 3차 산업혁명 인프라와 재결합시키는 것, 디지털로 상호 연결된 녹색 시대로 나아가는 선두에 EU와 중국이 서 있으며 이제 인구 3억 2700만 명의 미국이 그 대열에 합류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글로벌 그린 뉴딜"  [사진=민음사]
"글로벌 그린 뉴딜" [사진=민음사]

 

 

미국은 2018년 11월 총선 기점으로 젊은 세대의 의원들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경제 방향을 수정하는 동시에 친환경 사업 및 고용을 창출하는 데 헌신하기 시작했다. 2019년 2월 7일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 의원, 에드 마키 상원 의원이 그린 뉴딜 결의안을 공동발표했다. 이 결의안에 지지 서명을 한 명단에는 버니 샌더스 포함 민주당 주요 대선 후보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전 부통령인 앨 고어를 위시한 주와 지방 정부 관료 300여 명도 대열에 합류했다. 그린 뉴딜은 이제 미국에서 진보 정치인 중심으로 힘을 키우는 가운데, 젊은 유권자들, 특히 강력하고 새로운 밀레니엄 세대와 Z 세대가 주도하는 정치혁명의 부상에 힘입어 결실을 맺으려 하고 있다.

지구 생태계를 지속할 새로운 경제 발전 모델, 그린 뉴딜의 세계적인 확산과 EU와 중국에 이은 미국의 등장을 우리는 주시하면서 이 문명의 전환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특히 리프킨의 제안을 그린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하는 국가의 정보와 기업 들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새로운 사업과 고용 기회를 창출하고 녹색 에너지에 투자하기 위한 인프라 마련의 기초가 되는 구성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