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여기야 여기! 엄마 여기 있어” “△△야! 왼쪽으로 돌아서 와. 거기 장애물 있어” 몹시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도 눈을 꼭 감은 아이들은 용케 자신의 엄마 목소리를 알아듣고 장애물을 피해 달려가서 엄마와 손을 잡았다. 지난 5월 8일 어버이의 날을 맞아 경찰서 특수소년범 청소년과 부모가 참가하는 캠프에서의 한 장면이다.

인천뇌교육협회 김정희 처장. [사진=김경아 기자]
인천뇌교육협회 김정희 처장. [사진=김경아 기자]

이 캠프의 트레이너는 인천뇌교육협회 김정희 사무처장. 캠프에서 김 사무처장은 명상을 지도하며 “세상의 부모는 자식을 낳았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고 하고, 아이는 엄마를 ‘하늘만큼 땅 만큼 사랑해’라고 한다. 그건 배우지 않아도 다 안다. 엄마는 심장이 뛰는 한 널 사랑해. 엄마는 심장이 멈춰도 널 사랑해”라고 전했다. 참가한 아이들은 “엄마가 날 이렇게 사랑하는지 몰랐다.”고 했고 엄마들도 “내 아이의 목소리에 이렇게 집중해본 적이 없었다.”며 행복해 했다.

인천지역 초‧중‧고교에서 청소년 감정코칭, 진로특강, 학습코칭, 가족힐링 등을 활발하게 전개하는 인천뇌교육협회 김정희 처장은 “가족힐링 캠프를 할 때 감동이 크다. 엄마‧아빠‧아이들이 명상을 하고 난 후 부둥켜안고 많이 운다. 뇌교육이 아니라면 어떻게 2시간 만에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힐링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김 처장은 뇌교육을 하면서 좋은 점을 “아이들의 인성을 깨우는 과정이 나 자신에게도 치유의 과정이었다.고 했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좋은 관계를 맺지 못했다. 4살 때 작은 오해로 몹시 맞았고, 어머니는 자주 매를 들었다. 그에게 엄마는 무섭고 미운 존재였는데 그걸 드러내지 않으려 억눌렀다. “뇌교육을 통해 제 경험을 들여다보고 치유하면서, 계모 밑에서 자란 어머니가 사랑받지 못한 상처가 있었고, 그분 나름대로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뇌교육 가족힐링캠프. 오른쪽 아래는 경찰서 주최 가족힐링캠프. [사진=인천뇌교육협회]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뇌교육 가족힐링캠프. 오른쪽 아래는 경찰서 주최 가족힐링캠프. [사진=인천뇌교육협회]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사회에 뛰어들어 20여 가지의 일을 했다. 일을 잘 한다고는 듣지만 마음속에서는 항상 “이건 아닌데. 이렇게 살면 되는 걸까?”라는 질문이 들었다고 했다. 손발이 저려 헬스를 해보아도 안 되었는데 남편이 호흡명상을 권했다. “제가 명상수련을 하면서 비로소 마음이 열려 평생 비밀로 간직했던 지난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다음날 내가 새로 태어난 날이라는 마음에 생일케이크를 가져가 축하했다.”고 한다.

그때 뇌교육 강사를 권유받고 활동하면서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을 김 처장은 ‘독립심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가슴 속에 얽힌 감정으로 자신을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라고 생각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어머니 밑에서 보호받다가 남편에게 보호받는다고 생각했다. 뇌교육을 하면서 내 인생을 책임지겠다는 결심으로 경제적으로도 독립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때 남편은 회사 일로 어려움을 겪고 타지에 가야했는데, 그는 아들과 남아 생활했다. 물론 어려움이 많았다. 낯선 사람 만나는 것이 두려워 잘 나가지 않던 그는 조금 더 용기를 내고 변화했다. “호흡명상수련 중 연단을 하며 한계를 넘는 훈련을 많이 한다. 이를 악물고 해냈던 것이 힘이 많이 되었다.”고 했다.

당시 제일 힘들었던 것은 ‘뇌교육’의 예전 명칭인 ‘뇌호흡’이 알려지지 않아서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 시간을 ‘견뎌냈다’고 표현했다. 2015년 4월 인천뇌교육협회 사무처장을 맡은 김 처장은 “지금은 격세지감을 느낀다. 한번 뇌교육수업을 한 학교가 단발성으로 그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벌써 4년 째, 3년 째 요청이 와서 진로캠프, 감정코칭, 가족캠프 등을 나가는 학교가 있고, 학교 간에 서로 소개해서 제안서를 보내지 않은 학교에서도 강의요청이 들어온다. 지난해 서부교육청에서 유치원 교과연구회 강연을 했더니, 올해는 동부교육청에서 연락이 왔다. 학교의 요청이 많아 강사가 부족할 지경”이라고 했다.

김정희 처장이 지난해 인천광역시 서부교육청이 주최한 공립유치원 교과 연구회에서 강연하는 모습. [사진=인천뇌교육협회]
김정희 처장이 지난해 인천광역시 서부교육청이 주최한 공립유치원 교과 연구회에서 강연하는 모습. [사진=인천뇌교육협회]

김 처장은 올해 인천뇌교육협회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가 ‘인재양성’이라고 했다. “현재 30여 명의 강사가 활발하게 활동한다. 매주 목요일 강사양성 과정을 열어 뇌교육 강사를 확보할 예정이다. 공교육 기관에서 강의를 한 이력은 강사들에게는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커리어가 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만난 아이들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들 중에는 엄마 때문에 힘들어 하던 초등학생이 있었다. “그 아이와 방파제에 나가 가슴 속 상처를 돌에 실어 바다에 많이 던졌고, 그 아이와 부둥켜안고 많이 울었다.”고 했다. 또,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가 과자를 친구들과 전혀 나눠먹지 않으려 해서 따로 불러 물으니, “집안 형편이 어려워 자기 몫으로 과자 한 봉지를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그 아이는 항상 자기 몫을 다 먹도록 했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 아이가 달라졌다.”는 그는 “어른들의 잣대로 아이를 재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인천뇌교육협회 김정희 처장이 학교에서 진행하는 뇌교육 과정. [사진=본인 제공]
인천뇌교육협회 김정희 처장이 학교에서 진행하는 뇌교육 과정. [사진=본인 제공]

얼마 전 인천 옥련여고 뇌교육 동아리에 강의를 갔을 때, 초등학교 때 그와 만났던 아이가 달려와 “선생님 덕분에 많이 변했다.”고 해서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뭔가에 도전할 때 두려움이 많은 아이였는데 함께 신체단련을 해서 힘도 키우고, 마음껏 자신의 목소리를 내도록 지도했다. 정말 예쁘고 당당하게 컸다.”

그는 뇌교육 수업의 장점을 잘 짜인 커리큘럼에만 있지 않다고 했다. “뇌교육의 원리에는 아이의 뇌를 깨우고 홍익인간으로 인성을 회복하고자 한 철학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런 철학을 가진 강사들이 지도하는 게 남다르다.”고 했다. 강의가 잡히면 계속 머릿속에서 어떤 교육생이 올지, 어떤 메시지를 통해 그 사람을 깨울지 끊임없이 시뮬레이션 한다고 했다. “그런 마음이 통하는 것 같다. 한 학교에서 교장선생님께서 교육 참관을 하시더니 ”이런 좋은 교육을 그 강의료만 드리기 미안하다.”고 했다. 이번에 경찰서도 처음에 예산이 책정되어있지 않은데 재능기부를 해주면 안 되겠냐고 제안했다. 그런데 교육을 마친 후 예정된 강의료의 2배를 주면서 오히려 ‘많이 드리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더라.”고 했다.

김정희 인천뇌교육협회 사무처장은
김정희 인천뇌교육협회 사무처장은 "아이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어른들 또한 성숙한 의식으로 있는 인정하는 교육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김정희 처장이 꿈꾸는 앞으로의 교육의 미래는 무엇일까?

김 처장은 “처음 공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났을 때, 교실 안에만 갇혀서 지식으로 경쟁하는 교육환경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그는 미래 교육에 관해 “어른들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 아이들이 있는 그대로 자신을 인정하는 교육이 되었으면 한다. 아이는 어른의 요구에 원하지 않아도 ‘아니오’라고 못하고 가슴에 오랫동안 꽁꽁 가두어 두기도 한다. 아이가 ‘나는 그거 싫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그것을 인정해 줄 수 있는 어른 문화가 되었으면 한다. 그러려면 어른들이 보다 성숙해져야 한다. 뇌교육을 통해 청소년과 어른, 어르신에게 성숙한 의식을 교육하고 행복한 교육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