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옥한 들판과 기름진 토양이 지세가 조금만 높아도 열흘의 가뭄에 이미 타 들어감을 걱정해야 하니, 백성들이 양식을 마련하기 어려운 것도 괴이할 게 없다. 요사이 나는 책을 읽는 여가에 여러 서적들을 살펴보다가 천 번 생각한 끝에 터득한 바가 있어서 한 가지 방법을 창안하여 완성시키고 '자승차'라 이름을 붙여 사람의 힘을 수고롭게 하지 않고도 이익을 얻게 하였다."

19세기 전반 수도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전남 화순에 살던  실학자 규남 하백원(河百源, 1781~1844) 선생이 '자승차(自升車)'를 만든 이유를 설명한 글이다.

▲ 국립중앙도서관이 개최한 규남 하백원의 실학사상 전시회에서 규남 선생 후손들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국립중앙도서관>

 자승차는 가뭄이 심할 때 흐르는 강물의 힘을 이용하여 낮은 곳의 냇물을 '자동으로 끌어올려 높은 곳의 논으로 대주는 기계'로 요즘 말로 하면 자동 양수기다. '기구를 편리하게 쓰고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넉넉하게 하여 백성의 생활을 나아지게 한다'는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실학사상을 가장 잘 실천한 조선후기의 작품 중 하나가 바로 규남의 자승차 제작과 그 그림 설명서인 '자승차도해(自升車圖解)'의 저술이다.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임원선)은 27일(금) 오후 디지털도서관 대회의실에서 국립중앙과학관 윤용현 전시관운영팀장을 초청하여 '규남 하백원이 만든 과학기구, 자승차'를 주제로 고문헌강좌를 마련한다.

 우리나라의 전통 과학기구에 관한 최고 전문가인 윤 팀장은 규남 선생의 자승차가 조선시대 세종대의 자격루(自擊漏) 이후 시도된 두 번째의 자동화 기기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수차기술이 우리보다 앞서있던 중국, 일본 등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발명품"임을 강조하면서 "작동원리와 구조, 동력 전달 방식 등에서 근현대적 과학기술의 원리가 적용되어 우리나라 관개수리 과학기술사에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것"으로 평가한다.

한편 국립중앙도서관은 ‘규남 하백원의 실학사상, 전남 화순에서 꽃피우다’를 주제로 7월 31일(일)까지 본관 6층 고전운영실에서 고문헌 전시를 개최한다. 자승차(自升車)의 그림 해설서인 ‘자승차도해(自升車圖解)’ 등 규남 선생의 저서를 포함하여 24종 64점을 만나볼 수 있다.
 

 강연 후에는 본관 6층 고전자료실에서 ‘규남 하백원의 실학사상, 전남 화순에서 꽃피우다’ 전시를 참가자들과 함께 둘러볼 예정이다. 고문헌강좌 참가는 국립중앙도서관 누리집(http://www.nl.go.kr/)의 ‘공지사항’ [행사안내]에서 직접 신청할 수 있다. (전화 문의: 02-590-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