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종말에 관한 예언은 기독교가 그 본산지다.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다는 것이 상식인데 동서양 모두가 그렇게 보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시무종(無始無終) 즉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이것을 순환론이라 하는데 기독교에서만 역사의 종말을 주장한다. 그런 종말론이 이제는 과학자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으니 심상한 일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기후가 변하여 인류가 살지 못하게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로라 하는 과학자들의 말이니 아무도 반대할 수 없다. 지난 2015년 11월 말에 파리에서 열린 기후회의에는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지구의 평균온도가 앞으로 4도 이상 올라가면 21세기 말에 인류의 운명은 끝난다고 하였다. 중국의 시징핀 주석은 기후회의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중국만의 임무가 아니라 인류공동의 임무”라고 하였고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후손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하였다. 온실가스 배출국 제1위가 중국이요 2위가 미국이니 책임져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아마 온난화의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지구의 기온이 4도 더 올라간다면 21세기 말까지 세계의 해면수위가 2m 이상 상승한다. 그러면 남태평양의 섬 국가들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것이고 브라질이나 네덜란드의 연안 지역과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지역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광대한 지역이 모두 수몰될 것이다. 그러면 미국의 뉴욕, 영국의 런던, 아시아의 홍콩과 상해 등지가 모두 바닷물에 잠기는 것이다.

무서운 예언이다. 일본열도는 물론 한반도의 서해안도 수몰 예정지다.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남극  이외의 전 세계에 열파(熱波)가 몰아쳐서 세계의 주요 식작물(食作物)의 수확량이 감소한다. 인도의 소맥이나 미국의 옥수수 수확량이 60% 수준까지 감소하게 된다. 그리고 한국을 강타하는 태풍과 해마다 미국을 강타하는 허리케인은 한층 더 무서운 세력으로 확대하여 불어 제낄 것이며 산에서는 대규모의 산불이 일어나고 바다에서는 아무리 어망을 던져도 고기가 잡히지 않아 어업을 포기하여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물 공급이 끊기고 동식물이 전멸하고 전염병이 만연하여 어린이 사망률이 늘어나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것이 있는데 지금 이란 이라크 시리아의 난민이 왜 고국을 떠나야 하느냐 하는 점이다. 시리아는 물이 마르고 지하수까지 말라 농업생산량의 3분의 2가 줄어들어 살 수가 없어 떠난다. 농사를 짓지 못하고  가축이 말라 죽어 없어지고 곡물가가 올라가 주민이 영양실조로 죽고 아이들은 병들어 죽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구 온난화의 피해는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 모든 나라에서 빈곤층을 골라 못살게 군다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1%의 인구가 99%의 재물을 소유하고 99%의 인구가 1%의 부에 매달려 살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빈부의 격차가 심한 때는 유사 이래 한 번도 없었다. 거기다 더해서 모든 전쟁이 지하자원 석유 석탄 천연가스를 차지하기 위해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지금 중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슬람국가(IS)의 테러전쟁은 겉으로 보기에 기독교와 이슬람의 종교전쟁이지만 사실은 에너지 전쟁 즉 석유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세계대전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총기난사 사건이 증가했다 하여 갑자기 총기 판매를 금지할 수 없듯이 우리도 갑자기 자동차 판매를 중단할 수 없다. 석탄과 석유 그리고 천연가스를 쓰고 싶은 대로 써서 하늘과 땅의 노여움을 산 국가가 바로 19세기와 20세기에 산업혁명을 주도한 서구의 선진국들이었다. 지금 기후 변동으로 인하여 지구가 뜨겁게 달아올라 대규모의 산불이 일어나고 하늘에서 물벼락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 모두 그 결과다. 우리나라는 올해 여름에 유례없는 가뭄에 시달려 저수지의 물이 말라붙었다. 이런 기후변동의 원인 제공자는 미국과 영국 그리고 서유럽 여러 나라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들은 책임지지 않는다. 그동안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얼마나 많은 석탄과 석유를 썼는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가?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혜택보다 피해를 본 나라다.

돌이켜 보면 인류의 위기란 주제를 놓고 과학자들이 처음 회의를 연 것이 1967년의 일이었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의 일이다. 이 모임에서 나온 결론이 유명한 로마클럽 보고서인 「성장의 한계」 일명 「인류의 위기」였다. 당시 유엔사무총장 우탄트는  "인류의 위기는 앞으로 1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하였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소리를 듣지 않았다. 지금의 유엔사무총장은 우리나라 반기문 씨인데 설마 하여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그의 임기 중에 재난이 일어난다면 그 책임을 우리가 져야 한다는 말이 나올지 모른다. 그러니 반기문 씨는 웃고 돌아다닐 때가 아니다. 산업화와 제국주의로 인해 폐허화 된 지구를 두고 인류는 어디로 갈 것인가. 물 한 방울 나지 않는 달이나 화성으로 갈 것인가.

만일 제국주의 침략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한국이 세계종말의 책임을 진다면 하느님이 웃을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서냉전으로 인한 미소 양국 간의 군비경쟁, 그로 인한 환경오염이 오늘과 같은 기후 변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자원의 고갈, 인구의 폭발적 증가, 핵무기 등 대량학살무기 발달의 책임을 우리가 도맡는다면 그런 웃음거리는 없을 것이다. 이런 일을 기우라 할지 모르지만 북극의 빙하가 내려앉고 있고 백곰이 살 곳을 잃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TV에서 보면서 장차 우리도 바다 물속에 고향을 잃고 헤맬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해야 할 때다. 지금 백곰 걱정할 때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고향을 잃고 서울에 나와 오도 가도 못하는 타워 아파트에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리고 더 무서운 비극은 사람들이 마침내 정규직을 잃고 아무 보장도 없는 비정규직에 매달려 일생을 마치게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비정규직으로 장가들어 아이를 낳아도 귀여운 아이를 대학까지 보내지 못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15년 전인 2001년 새해를 맞아 "우리는 다가올 21세기가 행복한 시대가 될 것이다"라고 힘차게 선전하던 김대중 대통령의 말에 우리는 속고 있는 것이다. 대도무문(大道無門)을 외치던 대통령도 소리 없이 세상을 떠났다.  우리는 지금 장기불경기와 저성장의 늪지대를 끝없이 걸어가게 되었다. 우리의 앞날은 하늘 천天 따 지地에 가물 현玄 누르 황黃이라는 천자문 신세가 되었다. 21세기는 캄캄한 공황의 시대요 지구 종말의 시대인 것이다.

옛날 같으면 벌써 농민반란이 일어나고 동학란이 일어났을 일이다.  미국의 뉴욕무역센터를 자폭하는 비행기가 나타나는 세상이 되었다. 얼마 전 미국의 뉴욕 시민들은 “월스트리트를 점거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데모를 벌였다. 그러나 언젠가 수미균평위(首尾均平位)의 시대가 올 것이라 믿는 서울 시민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살고 있다. 우리도 오늘의 위기를 걱정하고 극복해 나가갈 책임이 있다. 한국의 유식한 대학교수들은 올해를 혼용무도(昏庸無道)의 해로 정했다고 한다. 드디어 대도의 나라가 무도의 나라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대문을 닫아도 도적이 이미 집안에 들어와 있으니 무도한 천지가 되었다고 풀이하라는 말로 해석해야 할 것 같다.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가? 당신들에게도 죄가 있는 것이 아닌가 묻고 싶다.

 

 

▲ 박성수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박성수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역사학과, 고려대학교 대학원 사학과를 졸업하였다. 성균관대학교 문과대 부교수와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실장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편찬부장을 역임했다. 현재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로 있다.

저서로 「독립운동사 연구」, 「역사학개론」,「일본 역사 교과서와 한국사 왜곡」, 「단군문화기행」, 「한국독립운동사론」, 「독립운동의 아버지 나철」 ,「한국인의 역사정신」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