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Assassination)’이 개봉한 지 7일 만에 4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대일항쟁기 1933년 중국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 작전을 둘러싼 독립군들과 임시정부 대원, 그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까지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독립운동의 거목 백범 김구, 약산 김원봉이 등장한다. 이들은 암살작전의 목표로 친일파 사업가 강인국과 조선주둔 일본군 사령관 가와구치를 택한다. 암살단 안옥윤(전지현), 속사포(조진웅), 황덕삼(최덕문)은 암살 임무를 수행한다. 
 
최동훈 감독은 2006년 ‘타짜’ 개봉 당시 이름 없는 독립군의 사진에서 ‘암살’의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암살단 3명은 가상의 인물이다. 하지만 암살단처럼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무명의 독립군은 많았다.
 
현재 국학원 한민족역사문화공원(충남 천안시)에는 이들의 정신을 기리는 ‘무명독립군 용사’ 동상이 세워져 있다. 국학원은 지난 2002년 창립한 이래 13년 이상 독립군 체험과 민족혼 교육 등 나라사랑 인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궁금했다. 광복 70년을 앞두고 인성교육강사들은 영화 ‘암살’을 어떻게 봤을까? 
 
▲ 영화 암살 포스터
 
친일파를 두둔한 초등학생이 떠올라!
 
송시내 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교육국장은 지난 28일 강사 3명과 함께 영화 암살을 봤다. 시민연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나라사랑 국경일 이야기, 독립현장 답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송 국장은 “한 강사는 영화를 보면서 펑펑 울었다. 정말 가슴이 아프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 아픈 이야기는 무엇일까?
 
“영화에서 도련님(하와이 피스톨, 하정우)이라고 따라 다니던 영감(오달수)이 안옥윤(전지현)에게 ‘우리 잊으면 안 된다’라고 하는 것이 주제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 친일파는 응징당하지만 사실 응징 당하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친일파) 후손들이 사학계, 종교단체, 기업계에 지금도 있다. 김원봉(조승우)은 월북했기 때문에 묻혔던 인물이다. 김원봉은 해방 이후 친일파 노덕술에게 뺨을 맞고 모욕을 당했다. 사흘 동안 울었다고 한다.”
 
의열단 동지였던 유석현 선생의 회고록에 따르면 김원봉은 조국에 돌아왔지만 친일 경찰들이 반공투사로 둔갑해서 독립운동가들을 빨갱이로 몰고 잡아들였다고 한다. 김원봉은 1947년 2월 노덕술에게 체포돼 갖은 고문을 당하고 뺨을 맞는 등 수모를 당했다.
 
송 강사는 강의 중에 만난 어느 초등학생의 이야기를 전했다.
 
“6학년 학생이 어차피 나라가 힘이 없는 데 친일하는 것이 가족에게 더 낫지 않느냐고 질문을 하더라. 충격이었다. 나라가 힘이 없는데 친일파를 욕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영화에서도 친일파가 자기를 합리화하는 대목이 나온다. 우리가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겠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지만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죽고 나서의 평가가 무서운 것이다. 친일파는 죽으면 매국노라고 부른다. 25살에 돌아가신 윤봉길은 우리가 기억한다. 많은 독립운동가는 육신(肉身)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효충도의 도(道)까지 이룬 분이다. 이제 학생들에게 도라는 것, 정신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영화를 보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게 됐다.“
 
송 강사는 영화 덕분에 신흥무관학교 등을 학생들에게 쉽게 가르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어 김원봉을 비롯해서 많은 독립운동가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해방은 되지 않았다. 아베 노부유키(阿部信行)는 조선인이 제 정신을 차리려면 100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제 광복 70년이다. 일제에게 빼앗긴 정신을 되찾아야 한다.”
 
▲ 친일파 사업가 강인국과 조선군 사령관 가와구치를 처단하기 위한 암살단이다. 왼쪽부터 속사포(조진웅), 안옥윤(전지현), 황덕삼(최덕문)이다.(사진=영화 '암살' 스틸컷)
 
영화가 재밌다는 관객을 보고 울었다!
 
김다한 인성교육강사(서울)는 영화를 보고 가슴이 먹먹했다. 
 
“독립군이 밀정(密偵)이 되는 과정이 안타까웠다. 우리 국민끼리 싸우는 거잖아요. 만일 (일본군의) 총이 나의 머리를 겨눈다면 독립군이 될 것인가? 밀정이 될 것인가? 자문이 들었다. 극장 엘리베이터에서 젊은이들이 재밌다고 웃는 모습을 보고 감정이 북받쳐서 울었다. 우리 국민이 또 다른 위기가 왔을 때 나를 포함해서 독립군이 될 수 있을까? 젊은이들이 영화를 보고 깊이 깨우칠 수 있는 역사교육이 필요하다.”
 
김 강사는 다음 날 아침 국회의사당에서 브레인힐링동호회원을 대상으로 국학기공을 지도했다.
 
“마음가짐이 달랐다. 영화를 보고 정신이 차려지더라. 당시에 비하면 우리는 평화롭게 일을 하고 있다. 오늘은 정말 소중한 기회이구나. 그러한 마음으로 지도했다.”
 
김 강사는 “국민 한 사람이라도 깨우는 것이 독립”이라며 “역사교육과 평화의 리더십으로 인성을 갖춘 사람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염정범 강사(경남 통영)는 “21세기 독립군이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봤다”라며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군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정우 교육국장(서울국학원)은 아내와 영화를 봤다. 그는 “가슴이 아프다. 동족끼리 친일하고 반일하면서 싸우는 거 아니느냐”라며 “그러한 역사가 해방되고 나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세정 강사(서울)는 “‘도둑들’ 이라는 영화를 만든 감독이라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스토리나 배우들의 연기력이 좋았다. 강의로 다뤘던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님처럼 사는 삶과 이완용처럼 사는 삶이 비교가 됐다. 민방위 강사들에게 추천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