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감정의 주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것은 뇌의 변연계라고 했다. 이 부위와 연계하여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뇌 회로를 만들면 감정 조절에 도움이 된다. 뇌의 사령관이라고 할 수 있는 전전두엽을 활성화하여 흥분하는 변연계, 특히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는 편도체를 진정시킬 두뇌 훈련이 필요하다.

운동을 해서 근육을 만들면 더 강하고 건강한 신체를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뇌 훈련을 하여 감정을 바라보고 조절하는 신경 회로도 단련할 수 있다. 우리는 뇌에는 가소성이 있기에!

 

감정 조절을 잘 하도록 돕는 방법은 전문가의 심리 상담이나 그림 치료와 같은 심리치료법, 명상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을 수 있다. 간단한 방법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사회신경과학 분야의 권위자인 매튜 리버만의 연구진은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간단한 방식을 소개했다. 연구진은 이것을 ‘감정 라벨링(labeling)’이라고 했는데, 예를 들면 ‘나는 지금 분노를 느껴’라는 식으로 서술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뇌 부위의 활동이 증가되고, 편도체가 진정된다고 한다.

리버만은 또한, 명상을 하는 사람들이 이런 뇌 기능이 뛰어나고 복내측전전두엽(게이지가 손상되었던)이 활성화된다고도 하였다.

명상이 감정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많이 알 것이다. 요즘은 그에 대한 실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구글, 애플, 삼성과 같은 세계적 기업도 사원들의 정신 건강과 두뇌 훈련을 위해 명상을 사내에 도입하고 있다.

신경심리학자인 릭 핸슨은 명상의 신경과학적 원리에 대해 풀어낸 그의 저서 <붓다 브레인>에서 평정심을 찾기 위해서는 이해하는 마음과 그런 의지, 고요한 마음 상태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뇌의 부위로 전전두엽(PFC)과 전대상회(ACC)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한다.

특히 릭은 평정심을 찾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의식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억제하는 게 아니라, '단지 반응하지 않는 것'이라 한다. 전전두엽이 '변연계의 감정 반응을 억제하라'고 명령하는 게 아니라 그저 일어나는 반응에 '그럴 테면 그래라'라고 내버려두는 것이다. 7편에서 설명한 것처럼 스트레스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대비하도록 만들어진 뇌의 본능을 생각해보면, 특이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전대상회는 특히 자기가 집중을 유지하는지 감시하는 기능을 한다. 우리가 감정을 바라보려고 마음먹었을 때 이것이 잘 유지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해 주는 것이다. 위치상으로는 전전두엽과 변연계 사이에 위치한다. 뇌에 일어나는 감정에 일일이 대응하거나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바라보고 인식하는 관찰자와 같은 힘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 전대상회(피질) 일러스트레이션·이부영. 뇌교육 매거진 '브레인' 게재

자신의 뇌에 일어나는 일 (아니 우리가 뇌를 직접 볼 수는 없으니까), 의식에서 일어나는 일을 한 발짝 물러서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감정을 바라본다'라는 게 이해가 잘 안될 수도 있다. 감정을 '모자'라고 생각해 보죠. 뇌에서 어떤 감정이 일어나는 것을 머리에 모자를 쓰는 것으로 비유해 보자. 그 모자를 쓰고 있으면 어떤 모자인지 잘 모른다. 모자를 손으로 들고 벗어서 눈앞에 가져와 보자. 빨간 색인지, 파란 색인지, 더러움을 탔는지 등을 잘 볼 수 있다.

즉, 거리를 두고 관찰하면 내가 쓰고 있던 것이 분노의 모자인지 혹은 기쁨의 모자인지 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연습을 많이 해서 팔이 튼튼하다면, 그러니까 신경 회로가 잘 이어져 있다면 훨씬 쉽게,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 어떤 모자를 쓰고 있나요?

학자들은 이것을 '재인식(reperceiving)' 능력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알아차림, 초탈(超脫) 이라고 하는 개념과도 비슷하다. <감성지능>의 저자이기도 한 대니얼 골만은 명상이 재인식하도록 하는 기제에 대해 '명상의 첫 번째 깨달음은 대상과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이 서로 별개라는 것'이라고 하였다.

동양의 정신적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명상이지만, 이에 대한 연구는 서구가 주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최근 국가 및 많은 연구 기관이 뇌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좋은 논문이 많이 나오고 있다.

2011년에는 서울대학교병원과 한국뇌과학연구원이 공동 연구를 통해 발표한 한국 고유 명상의 효과가 국제 저명 학술지 <뉴로사이언스 레터 Neuroscience Letter>에 게재되어 주목을 받았다. 앞서 인도 요가, 티베트 불교 명상 등이 국제 학술지에 실린 적은 많지만, 우리나라 전통 원리를 바탕으로 한 명상연구가 게재된 것은 처음이었다.

공동 연구의 책임을 맡았던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강도형 교수는 “한국식 명상을 규칙적으로 한 그룹이 일반 건강 그룹에 비해 스트레스 감소 및 긍정적 정서 반응, 스트레스 조절력 등이 높아 정신건강 증진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도 그런 정신문화 유산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뇌에 대해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뇌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흔들리는 감정도, 바뀌기 힘들다는 성격도 뇌를 통해 고쳐 나갈 수 있다는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다.

 

물론 운동 첫날에 백덤블링을 할 수 없듯이, 감정 조절을 위한 두뇌 훈련을 시작했다고 해서 극적인 변화가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꾸준히 하면 변화시켜갈 수 있다. 원하는 이상적인 성격이 있다면 지금부터 감정을 바라보고 조절할 수 있도록 ‘뇌 근육’을 단련하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