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포털 DAUM 뉴스펀딩에서 '뇌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자'라는 목적으로 진행했던 기획 프로젝트 <내 맘대로 '뇌' 맘대로>입니다. 기사 일부를 재편집하여 올립니다.
(원문 링크 바로가기
http://m.newsfund.media.daum.net/episode/447)

'스트레스' 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이 너무 빽빽해서, 드라마 <미생>의 박 과장보다 더 미운 상사가 내 눈앞에 있어서, 최근 명절날 오랜만에 만났던 가족이 속을 박박 긁어 대서…. 속상한 일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에 관한 눈에 띄는 연구가 있다. 결혼이라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스트레스가 50이라면, 다른 상황에서는 어떤지 측정한 것이다. 워싱턴 의과대학의 토머스 홀름과 리처드 라헤 박사가 사람들이 변화에 적응할 때의 어려움을 측정하는 등급을 개발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394명을 대상으로 하여 정리한 것인데, 여러분과도 비슷한지 한 번 생각해보자.

 

이렇게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크고 작은 스트레스가 우리 삶에 날마다 수두룩하게 널려 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우리 뇌를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그때는 자기도 모르게 격한 반응을 한다. 숨이 거칠어지고 심장이 빨리 뛰며,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 나간다.

뒤돌아서면 후회할 것을, 왜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 왜 이럴 때는 평범한 것도 더 삐뚤어지게 보이는 걸까? 우리 뇌에서 스트레스를 감지하면 '비상!' 명령을 내리기 때문이다.

뇌의 비상 상황 시나리오를 좀 더 들여다보자. 뇌가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경고음을 울리면, 우리 몸에 퍼져있는 교감신경계는 화재경보기처럼 번쩍거리며 신호를 전달한다. 그리고 내분비계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뿜어낸다.

교감신경계는 우리 몸에서 전기 신호를 보내는 자율 신경계의 주요 축으로 주로 흥분과 긴장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내분비계는 뇌하수체, 부신과 같이 혈액으로 호르몬을 분비해서 몸이 신체가 잘 기능하도록 하는 기관들이다. 생물 시간에 이름을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해부학적으로는 구분되지만 이런 상황에서 매우 긴밀하게 작동한다.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이런 교감신경계가 흥분하고, 내분비계에서도 특히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축)이 '비상이다! 경계 태세를 갖춰라!'라며 호르몬을 뿜어낸다.

 

그러면 심장이 더 많은 혈액을 펌프질할 수 있게 하는 에피네프린과 혈액을 큰 근육으로 보내는 노르에피네프린이 뿜어져 나온다. 그리고 폐를 확장해 빠르게 기체교환을 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숨을 몰아쉬고 얼굴도 빨개지는 것이다.

몸의 반응을 보니 뭔가 준비한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마치 <어벤저스> 영화의 캐릭터 '헐크'가 흥분해서 어마어마한 근육과 난폭한 성미를 장착하는 모습 같다. 즉, 스트레스를 받았으니 '싸우거나 도망가게(흔히 투쟁 - 도피 fight-flight 반응이라고 합니다)' 할 몸의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 싸울래? 아니면 도망갈래?

사실 이런 스트레스 반응은 생명을 위협하는 맹수가 있는 자연에서 생존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신체 반응이었다. 적을 만나면 더 세게 펀치를 날리거나, 더 빨리 도망가야 하기 때문이다. 혈압은 높이고 근육의 혈액 양을 증가시키면서, 신진대사율을 높여 '준비!' 자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문제는 현대사회에서는 그런 스트레스 상황이 너무 빈번하게 자주 있다는 것, 그리고 반응이 생기는데도 그것을 표출하지 못하고 만성화되어 신체적으로 이상이 온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이 일일이 상태를 표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처음에 봤던 스트레스 표에서도 일상적으로 겪게 되는 다양한 상황이 나오듯이, '왜 이렇게 밖에 못하나?'라고 호통 치는 상사의 명치를 세게 치거나, '결혼 준비가 너무 복잡해'라며 도망가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몸이 붉으락푸르락 하는 동안 뇌 속도 바빠진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또 다른 호르몬인 코티솔은 면역계를 억제해 상처로 인한 염증이 덜 생기게 하는 일을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 중심부의 편도체가 더 자극되어 내분비계를 더욱 활성화하고 코티솔을 더 많이 분비하게 한다. 

▲ 해마와 편도 (일러스트레이션·차귀령. '브레인' 게재)

그런데 코티솔이 과도하게 높은 상태가 유지되면 뇌의 해마와 편도가 균형을 잃어 객관적인 상태를 벗어난다. 앞 편에서 감정적 반응을 하는 편도와 맥락을 고려하는 해마를 소개한 바 있다.

특히 해마에는 코티솔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많은데, 코티솔 농도가 짙어진 상태가 오래되면, 수용체 자체가 활동을 멈춘다. 그래서 해마의 기능도 위축되고 기억능력이 저하된다. 해마는 앞뒤 맥락에 대해 이해하고 기억을 하도록 돕는데, 이게 잘 안되니 상황을 정리해서 보기도 힘들어진다.

반면, 편도는 더욱 날뛴다. 진화적으로 보면 위험한 상황에서 더 예민해질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기는 하다. 그러나 문제는 편도가 과민해지면서 더 급하고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편도는 특히 부정적인 정보에 집중하고 반응한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우리에게 더욱 큰 공포와 분노를 안겨주는 것이다. 이때의 전전두피질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향한다. 그래서 이럴 때는 무슨 말을 들어도 기분 나쁘게 들릴 때가 많다. '배알이 꼬였다'라는 말처럼 말이다.

특히 요즘처럼 크고 작은 스트레스가 곳곳에 도사리는 상황에는 편도체가 과도하게 민감해지고 해마는 제 기능을 못 하는 나쁜 조합이 만들어지기 쉽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괴롭다는 감정적 기억은 기억 깊숙이 자리 잡은 암묵기억에 기록되고, 정확한 사실기억은 잊혀진다. 그래서 '뭔지 모르지만 막 화나는' 상태가 된다.

이제 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신도 모르게 발끈하고, 자꾸 돌아서서 이불킥할(잠자리에 누워 후회로 이불을 차는) 일이 늘어나는지 이해되지 않는가?

그런데 이렇게 스트레스가 우리 몸을 점령하게 내버려두면, 정말 살기 힘들어질 것이다. 매사에 '스트레스 때문이야'라고 해명할 수도 없다.

고맙게도 우리 몸속에는 비상경보 반응뿐 아니라 그와 비상해제를 할 수 있는 상반된 반응도 존재한다.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방어체계, '이완 반응'이다. 간단히 말해서 몸의 긴장을 풀고 싸우거나 도망가지 않아도 좋다고 알려주는 기능이 있는 것이다.

이어지는 글에서 이완 반응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조해리 뇌과학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