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포털 DAUM 뉴스펀딩에서 '뇌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자'라는 목적으로 진행했던 기획 프로젝트 <내 맘대로 '뇌' 맘대로>입니다. 기사 일부를 재편집하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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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newsfund.media.daum.net/episode/386 )

'빽빽이' 혹은 '깜지' 를 들어본 적이 있을까? 노트 한 면에 빽빽하게 글씨를 쓰면서 외우는 공부법이다. 영어 단어 암기할 때나, 한자 과목 수업할 때 선생님께서 '이거 10번 씩 써와' 하는 과제를 주셔서 했던 기억이 난다. 학창 시절에 한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효과가 있었나?

 

많은 이들이 시간 오래 걸리고, 팔 아프고, 흑이 묻어 팔꿈치가 새까매지도록 썼는데, 다음날 되면 또 까먹고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한다. 반면 도움 되었다는 사람들도 있다. 과연 차이는 무엇일까?

반복은 뇌를 훈련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지만, 함정이 있다. 뇌가 효율을 가장한 게으름을 피운다는 것이다. 익숙해지면 뇌 영역의 딱 필요한 부분만 사용하려고 한다. 그래서 종이를 채워야 겠다는 게 목적이 되면 뇌가 용케도 알아내고 기억 대신 기계적인 손 운동 부위만 가동한다.

손은 우리 뇌와 정보를 주고받는 최고의 기관인데, 단순히 반복 노동만 하게 한다면, 마치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6를 들고 문자만 주고받는 꼴인 것이다. 뇌가 깨어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상황과 낯선 동작들을 해야 뇌가 자극되고 훈련 된다.

이번 편에는 손과 뇌의 관계를 알아보고 뇌를 깨우는 손 체조를 알아보자. 먼저 손이 뇌와 얼마나 밀접한지를 알아보려 한다.

 

 팬필드의 뇌지도 출처 = 일러스트레이션·이부영- 뇌교육 매거진 브레인 게재

뇌 위에 사람이 누워있는 것 같다. 캐나다의 신경외과 의사 와일더 팬필드와 에드윈 볼드레이가 몸의 다양한 부위가 대뇌 어디에 대응하고 있는지를 조사하여 형상화한 그림이다. ‘팬필드의 뇌지도’라고 불린다.

오른 쪽이 신체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왼 쪽은 그 뇌 부위를 자극하면 움직여지는 운동 지도를 그린 것이다. 뇌가 두개골 안에 꼭꼭 숨겨져 있기 때문에, 신경 세포와 전기 신호를 주고받는 것은 뇌의 중요한 소통 방법이다.

뇌 입장에서 신체에서 뇌로 전해지는 감각은 뇌에 입력 신호, 뇌에서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출력 신호와도 같다. 이 그림은 대뇌의 일부분인 일차 운동, 감각 피질에 그려진 것이지만 이 감각 신호가 뇌의 다른 부위로도 전달된다.

감각 부위의 얘기를 좀 더 해 보자. 그림이 클수록 그 쪽 부위의 감각이 더 많이 발달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얼굴, 특히 입술의 감각이 크다.

불안할 때 입술을 만지거나 키스를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입술에 이완과 만족감을 주는 부교감 신경섬유가 분포하고 있어서 입술을 만지면 그게 자극되는 것이라 한다. 입술의 감각이 뇌에도 큰 영향을 준다는 것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 얼굴만큼 큰 부위로 나오는 게 있다. 바로 손이다. 다섯 손가락과 손바닥. 너무 일상적이라 깨닫지도 못하는 분들도 많다, 손을 느끼고, 움직이게 하는데 뇌의 상당한 부분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입력, 손은 대단한 뇌의 정보원

사실 손은 뇌로 굉장한 정보를 보낸다. 귀여운 강아지를 손으로 한 번 만나보자. 강아지를 들었을 때 전해지는 압력과 들어올릴 때의 운동 감각, 보들보들한 털에서 느껴지는 촉각, 배를 쓰다듬을 때 전해지는 따뜻하고 기분좋은 온도, 장난치다가 강아지에게 물릴 때 전해지는 통증... 이것이 뇌로 다 전달되는 신호이다. 
             

 

심지어 이런 감각을 다 느낄 수 있도록 피부에는 각각의 센서가 있다. 압력이나 빠른 진동을 느끼는 파치니 소체, 자극의 위치 변화를 감지하게 하는 루피니 소체, 통증에 민감한 자유신경말단 등이다.

손바닥과 손등에 분포도 달라서 손의 감각 반응도 달라진다. 우리가 손을 통해 환경을 인지하는 감각은 이런 감각 요소가 합쳐진 느낌이다.

출력, 손을 움직이는 뇌 운동영역

운동 영역도 보자. 손을 비롯해 몸을 움직일 때는 뇌의 여러 부위가 동원된다. 우선 운동영역이라는 게 있는데, 이곳에 신호가 전해지면 해당 신체의 근육이 움직인다. 근육도 신경세포의 전기신호를 받아서 수축 혹은 이완한다. 이 운동영역에 장애가 생기면 마비가 생기기도 한다.

 

▲ 침팬지의 운동영역 뇌지도. 신체의 각 영역에 대응하는 운동영역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출처 = 손과뇌, 제공 = 바다출판사)

운동피질로 신호가 전해지면 바로 몸이 반응한다고 설명했는데, 운동을 하다가 덜컥 실수를 해버리면 안될 것이다. 그래서 뇌 속에 운동을 조절하는 안전 장치도 있다. 운동 영역 바로 앞에서 동작이 부드러워지도록 도와주는 전운동영역과 복잡한 움직임을 할 수 있게 계획을 하는 보조 운동영역이다. 그 외에도 정교한 운동을 하는 데에는 뇌의 여러 부위가 협동 작업을 한다.

계획, 손을 잘 움직이게 하는 사령탑 전전두엽

이렇게 손이 움직이는데 입력과 출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출력을 할 수 있게 계획도 해야한다.

대표적인 일본 뇌과학자인 구보타 기소우는 <손과 뇌>라는 책에서 이 관계를 잘 설명하고 있다. 뇌는 손의 미세한 감각 정보를 종합해서 어떤 환경인지 파악하고, '오므려라' '벌려라'와 같이 목적에 따라 손을 잘 움직이게 해야 한다. 이 때 인간 뇌의 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는 뇌의 가장 앞부분, 전전두엽이 등장한다.

인간의 전전두엽은 어떤 영장류보다도 훨씬 크다. 많은 학자들이 생명체가 위험을 피하거나 에너지를 잘 얻기 위해서 뇌의 진화를 했다고 보고 있다.

 

뇌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외부의 환경 정보(적이 오는지 vs 먹이가 있는지)와 자기 내부의 기억(사자는 위험하더라 vs 사과는 맛있더라)을 잘 통합해서, 적절한 행동 신호를 운동(도망가자! vs 먹자!)을 출력하는 것이다. 즉, 적합한 문제 해결을 위해 시간과 공간적 정보를 잘 조합하는 것이다.

이런 뇌의 여러 부분들이 몸, 특히 손과 뇌와 엄청난 정보를 주고받기 때문에 손을 잘 쓰는 것만으로도 뇌의 여러 부위를 자극하는 훈련이 된다. 하지만, 빽빽이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계적인 운동은 소용이 없다. 집중을 하면서 전전두엽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최고 차원 정신 기능까지 자극하는 것이다.

뇌를 깨우는 손가락 체조

그렇다면 뇌를 훈련하는 간단한 손 운동을 해보자.  달리기를 하려면 옷도 신발도 갈아입어야 하지만, 이런 손 운동은 지금 스마트폰만 놓으면 바로 할 수 있다.

 

- 손가락이 보이도록 주먹을 가볍게 쥔다.
- 왼손의 새끼 손가락과 오른 손의 엄지 손가락을 동시에 편다.
- 폈던 손가락을 접고, 반대로 왼손의 엄지와 오른 손의 소지를 동시에 편다.
- 동작을 반복해 보자. 익숙해지면 노래에 맞춰서 해 보셔도 좋고 응용 동작도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내 손인 듯 내손 아닌 내 손같은 분도 계실 것이다.
평소에 쓰지 않는 동작을 하는 것은 집중을 불러일으키고, 반복되면 뇌의 새로운 시냅스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낯설더라도 동작이 익숙해지도록 반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재주를 키우는 다른 실험에서 한꺼번에 훈련하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조금씩 반복하는 것이 실력을 키우는데 좋다는 것이 밝혀졌다.
 
오늘따라 손이 더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다. 많은 학자들은 이렇게 손이 발달하면서 뇌가 발달했고, 또한 뇌가 발달하면서 손의 움직임이 정교해져서 문명까지 발달했다고 설명한다. 두 손을 쓰는 인간이기에 도구를 만들어 냈고, 현대에는 인공 팔까지 만들어 내고 있지 않은가?

손 운동으로 뇌를 깨워 활력있는 삶을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