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포털 DAUM 뉴스펀딩에서 '뇌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자'라는 목적으로 진행했던 기획 프로젝트 <내 맘대로 '뇌' 맘대로>입니다. 기사 일부를 재편집하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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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newsfund.media.daum.net/episode/340 )

최근 '갑질'이 이슈이다. 올해 초 항공사 전 부사장이 승무원을 함부로 대하고, 세계도 놀라게 한 '땅콩리턴' 사건으로 법정에 섰다. 그뿐 아니라, 사회의 '을'로 대변되는 백화점 주차직원, 마트 납품업체, 서비스업 종사자 등에 대한 '갑'의 물리적, 심리적 폭력이 문제되고 있다.

▲ 때아닌 땅콩(사실은 마카다미아)이 '갑질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권력자의 횡포인 '갑(甲)질'의 문제 중 하나는 자신을 '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대방의 심리에 대한 공감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 편에서는 '공감'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 한다.

권력이 뇌의 반응을 바꾼다

갑질의 여러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로 '뇌세포의 활성화'이라는 새로운 관점이 있다. 캐나다 연구팀은 '권력이 다른 사람에 대한 뇌 반응을 바꾼다'는 연구로 주목을 끌었다.

연구자들은 사회적 힘에 대한 뇌활동을 보기 위해 실험 참가자들을 무작위적으로 나눴다. 한 쪽은 자신이 명령하는 사람이 되었던 경험을 적게 하여 힘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였고, 또 한 쪽은 도움을 요청했던 것을 적어 힘이 없는 것 처럼, 또한 대조를 위해 다른 팀은 중립적으로 느끼게 유도하였다.

그리고 각각 영상으로 한 손이 고무공을 쥐어짜는 행위를 관찰하게 하면서 뇌의 운동 공명 활동을 측정했다. 이 실험팀이 주목한 '운동 공명'은 인간 뇌의 두정-전두엽 부위의 거울 시스템이다. 뇌 속에 있는 거울이라니, 흥미롭지 않은가?

우리 뇌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그것을 자신이 할 때처럼 반영하여 활성화되는 뉴런이 있다. 다른 사람의 행동, 감정, 그리고 그 속의 의도를 자기 뇌에서도 비추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 높은 권력이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낮은 권력이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보다 영상을 보면서 공명을 적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결과, 자신이 힘이 있다고 회상한 사람들의 뇌에서는 낮은 파워가 있다고 생각한 사람에 비해서 영상을 볼 때 뇌의 동조화 현상이 낮게 일어났다. 즉 자신이 권력이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잘 공감하지 못한다는 신경학적인 메커니즘을 실험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 연구는 2013년 미국 심리학회지에 발표되었다.

뇌 속의 거울, 타인과 나를 비추다

공감의 중요한 중추인 '거울 신경(mirror neuron)'은 이탈리아의 저명한 신경심리학자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와 파르마 대학의 동료들이 마카크 원숭이를 연구하다가 처음 발견했다.

전운동피질 중 아래쪽 영역이 원숭이의 뇌에서 스스로 땅콩을 깔 때와 같이, 눈 앞에서 실험자가 땅콩을 까는 것을 볼 때, 혹은 그 소리를 들을 때에도 모두 활동했다. 즉 타인이 행동한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거울 신경이 작동했던 것이다.

원숭이에게서 확인된 거울 뉴런 영역은 인간으로 보자면, 언어와 관계되어 있다고 알려진 뇌 영역인 브로카 영역이다. 공감 뉴런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 과학자들은 "신경과학의 비약적인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놀라워했다. 지나친 확대 해석에 대해 경계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공감'에 거울 뉴런이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 당신은 지금 어떤마음입니까? (마카크 원숭이)

그럼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뇌 속의 거울이 작동하는 것일까?

신경과학 분야에서 선구적 인물로 꼽히는 마르코 야코보니(Marco Iacoboni)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모방하는 동안 거울 뉴런과 감정을 느끼는 영역의 해부학적 연결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실험 대상자들이 다른 사람의 얼굴을 관찰하는 동안 자기영상공명장치(fMRI)로 뇌의 활동을 측정하여 거울 뉴런 영역, 뇌섬엽, 변연계가 동시에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 현재까지 밝혀진 거울뉴런의 위치, 그리고 이와 연결된 뇌 영역들

1편에서 감정을 처리하는 주요한 영역으로 변연계를 설명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편도체가 활성화되었다. 그리고 뇌섬엽은 섬(insula)라고도 하는데, 뇌 양옆의 측두엽이 접혀있어서 겉으로는 보이지 않고 숨어있는 부위이다. 신체 내부감각을 표상하는 부위로 배고픔, 통증, 중독 등 정서 인식의 기초를 제공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거울 뉴런은 우리가 다른 사람을 볼 때, 마치 자신이 그 감정의 얼굴 표정을 하고 있는 것처럼 발화한다. 그리고 그 뉴런들은 변연계로 신호를 보내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느끼도록 한다. 즉 자신의 내적 모방에 의해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야코보니는 거울 뉴런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그의 저서 <미러링뉴런>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공감은 신경학 뿐 아니라 심리학적 관점으로도 볼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타인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읽어내는 능력을 마음이론(Theory of Mind, ToM)이라고 한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감각 운동과 변연계의 감정 정보가 함께 타인의 행동과 감정을 읽어내는 마음이론의 사고 과정에 엄청난 정보를 제공한다.

우리가 정보를 보고 들으며 학습을 통해 추측을 하면, 단 몇 초 사이에 우리의 몸과 느낌을 통해 이를 다시 시험해 본다. 내적 모방이라는 것이다. 이런 과정으로 우리가 타인의 상태를 공감하고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3-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