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습관’이라는 우리 뇌의 전기 회로를 알아보았다. 다이어트, 금연 등의 습관을 바꾸기 위해 이런 회선을 재배선해보자. 자극에 의해 새로운 신경 연결을 만들어내고 또한 새로운 신경을 자라게 하는 능력을 '신경가소성'이라고 한다. 정말 뇌 회로를 바꾸는 게 가능할까? 여기에 관해서는 런던 택시기사들이 답을 해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한국에서는 내비게이션 혹은 모바일 지도 없이 다니는 운전자분을 찾기가 힘든데, 길 찾아가는 게 사실 뇌의 근육(!)을 단련하는 대단한 훈련이다.

 

영국 런던에서는 택시기사 면허증을 받으려면 약 2만 5천 개의 도로와 수천 개의 광장을 다 외워야 한다. 익히는 데만 보통 3~4년 걸린다고 한다.

런던의 뇌 과학자들이 택시 기사 18명과 버스 기사 17명의 뇌를 조사했다. 나이, 학력, 운전 경험, 지능 등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택시기사들의 대뇌 측두엽 '해마(hippocampus)' 부위는 유독 커졌다. 해마는 뇌 중간 부분의 변연계 (1편 손바닥 뇌 모형에서 엄지손가락 부분)로, 맥락을 이해하게 하고 학습과 기억 등 인지 기능을 담당한다.

지난해 노벨상 수상자들이 바로 이 해마 속에서 장소를 찾게 도와주는 세포를 발견했던 연구로 수상했다. 정해진 노선을 다니는 버스 기사와 달리 택시 기사들은 장소를 탐색하고, 기억해내면서 '훈련'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정신적인 훈련으로 뇌의 구조를 변화시킨다는 것에 신경과학자들도 매우 놀라워했다.

 

그렇다면 이 신경가소성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도 알아보자. 놀라거나 충격받았을 때 하는 ‘뇌에 불이 번쩍하는 것 같았다’는 표현이 있다. 자극은 뇌에 전기 신호가 잘 전해지도록 ‘점화’를 한다. 신경 세포가 점화될 때 세포의 통제센터인 신경핵의 유전자가 활성화되어 발현된다. 그러면 시냅스 연결을 새롭게 형성하거나 강화해주는 특정 단백질이 생산된다.

이것이 신경가소성이 발휘되는 과정이다. 특히 주의 집중과 새로움, 경험, 유산소 체조, 정서적 각성 등은 이 신경가소성을 향상해준다.

그뿐이 아니다. 반복된 훈련은 축삭돌기를 둘러싼 지방 막인 미엘린 수초의 형성을 자극한다. '수초화'는 마치 전기선에 전기 절연 테이프를 감는 것과 같다. 전기 공사를 할 때도 전선에 검정 테이프를 감듯이 1화에서 설명한 신경세포의 축삭에 수초가 감기면서 전기신호의 누수를 방지하는 것이다. 뉴런을 타고 흘러내려 가는 점화의 속도를 백 배 까지도 빨라지게 할 수 있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닌가?

그리고 신경 줄기 세포를 자극해서 뇌에 완전히 새로운 뉴런들로 분화시킬 수도 있다. 체험으로 이렇게 평생 시냅스가 형성되고 수초가 발달할 뿐 아니라 뉴런도 만들어질 수 있다. 이것이 뇌가 변화될 수 있는 신경 가소성이다.

즉, 체험은 뉴런을 반복적으로 점화시켜 유전자를 발현하고 단백질을 생성하며 뉴런의 유전적 조절 과정과 뇌의 구조적 연결을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새로운 체험을 하는 것은 뇌를 훈련하는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반복할수록 전기누수가 방지되면서 더 매끄럽고 정교하면서 빠른 행동을 할 수가 있게 된다.

자전거를 처음 탈 때는 휘청거리고 넘어지지만,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어 된다!' 하며 스스로 달리게 된 것. 젓가락질을 처음 하는 어린이는 서툴지만, 익숙해지면 콩도 집어 먹을 수 있다는 것, 바로 그 덕분이다.

강수진, 김연아, 박지성은 몸은 물론 뇌를 훈련한 것이다

일상생활 뿐 아니라 전문가의 역량도 물론 이런 신경가소성이 작용한 것이다. 발레리나 강수진 단장, 전 피겨 국가대표선수 김연아, 축구선수 박지성 등의 '발사진'을 보신 적 있는가? 이들이 얼마나 치열하고 반복된 연습을 해서 세계 정상의 자리에 섰는지를 알려준다. 그 정도로 몸을 훈련했다는 것은 뇌를 훈련한 것이기도 하다. 이들의 신경 세포에 얼마나 빼곡히 수초화가 이루어졌을지 짐작해볼 수 있다.

▲ 강수진 단장의 발은 그녀가 얼마나 무용을 사랑하며 열정적으로 연습해왔는지를 말해준다 (출처 =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인플루엔셜 제공)

처음에는 자신도 모르게 어떤 습관에 대한 신경회로가 형성되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신경가소성의 원리에서 알 수 있듯이 의지를 갖추고 새로운 것을 반복하고, 정서적으로 각성하거나, 의도적으로 주의를 집중하는 등의 상황에서 신경이 점화되면 새로운 시냅스 연결을 강화할 수 있다. 이렇게 뉴런들 사이에 시냅스 연결이 강화면서 체험으로부터 학습이 이뤄진다.

예를 들면 필자는 아침에 일어나기 위해 새로운 자동 회로를 만들고 있다. 잠들기 전에 '알람이 들리면 일어나서 춤을 춘다'고 다짐하고 잔다. 그리고 알람에 몸을 일으키면, 자동으로 눈도 못 뜬 채로 노래를 틀고 춤을 춘다. 그러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정신도 든다. 이불의 ‘포근함’ 대신에 ‘춤의 즐거움’을 택했다. 좀 우습지만, 이렇게 해서 기상 성공률을 70%가량 끌어올렸으니 꽤 성공적인 셈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뇌의 가소성'을 발휘하시기 바란다. 뇌의 원리를 생각하면서 흡연이나 음식으로 얻는 만족대신 다른 보상을 스스로에게 주면서 좋은 습관도 만들고 새해 목표도 달성해 보면 어떨까?

뇌활용 TIP 둘!
올해 꼭 바꾸고 싶은, 혹은 만들고 습관은 무엇인가? 언제 그 행동을 하게 되는지(자극), 어떤 행동을 하는지(반복 행동),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보상) 스스로 관찰해 보자. 자극과 보상은 전과 같이 하되 반복행동을 바꾸면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출처 = 습관의 힘, 찰스 두히그>

글. 조해리 뇌과학 전문기자 hsave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