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뇌’ 맘대로] 사람들은 뇌의 10%만 사용한다? (1)편에서 이어집니다.

 

손으로 만든 뇌 모델
저명한 신경과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다니엘 시겔(Daniel J. Sigel)은 그의 저서 <마음을 여는 기술, Mindsight>에서 손으로 쉽게 뇌를 이해할 방법을 소개했다. 엄지를 손바닥 가운데를 향하게 접고, 나머지 손가락을 살며시 감싸보자. 손에 우리 뇌를 대입하면 이해하기 훨씬 쉬울 것이다.

우리 뇌는 수직적으로 크게 세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팔에서 손목까지가 우리 척추를 타고 올라온 뇌의 신경이 길게 연결된 척수라고 할 수 있다. 거기서 연결되는 손바닥은 뇌의 가장 안쪽 부분인 뇌간이다. 엄지손가락의 위치는 우리 감정과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변연계 부위이다. 그리고 나머지 네 손가락이 뇌의 바깥 부분인 대뇌피질 부분이다.

우리 뇌를 이렇게 뇌간(안), 변연계(중간), 대뇌피질(바깥)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눈 것이 폴 맥린(Paul Maclean)이라는 학자의 3중 뇌 모델이다. 세부적인 구성은 학자마다 의견이 다소 다르다.

- 뇌간: 호흡, 심장박동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고 생존에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동기 체계의 근본을 이룬다. '파충류의 뇌'라고도 불린다.
- 변연계: 두려움, 분노 등 행동을 유발하는 감정을 만들어내고 면역체계를 포함한 내부 환경을 감시한다. 애착 형성과 섹스, 스트레스 반응 등을 조절한다. '포유류의 뇌'이다.
- 대뇌피질: 뇌 그림에서 쭈글쭈글한 주름이 있는 곳으로 추론, 문제 해결, 동작 등을 조절한다. '신 포유류의 뇌' 혹은 '신피질'로도 불린다. 전두엽, 두정엽, 후두엽, 측두엽 네 개의 엽으로 나뉜다.

인간의 뇌 안에 파충류, 포유류, 인간의 진화과정이 모두 담겨있다는 게 흥미롭다. 특히 인간에 이르러 확연히 발달한 것이 대뇌피질이다. 이 피질을 구분하는 각 엽의 대표적인 기능에 대하여도 간단히 알아보자.

 

손 모델에서 손등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후두엽(occipital lobe)은 뇌의 뒤(後)쪽에 있으며, 눈으로 본 정보를 받아들이는 영역과 가까워 주로 시각 정보를 분석하고 통합한다. 뇌의 양옆(側)으로 두툼하게 올라온 것이 측두엽(temporal lobe)이다. 귀의 위치와도 가깝다. 청각 정보가 일차적으로 전달되는 부위이다. 인지 기능과 기억 기능을 조절하기도 하다.

두정엽(parietal lobe)은 뇌의 위(頂)쪽 부분에 있다. 신체 자극의 위치나 강도 등을 감지하는 체감각과 시각, 청각의 감각 정보를 통합하여 공간에서 자신의 위치나 신체 부위의 위치 등을 인식하는 곳이다. 운동을 기획하고 신체지도가 그려지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수학이나 물리학을 공부할 때 그래프나 입체적 사고를 잘하셨다면, 이 영역이 발달했다고 볼 수 있다.

전두엽(frontal lobe)과 두정엽은 뇌 중심의 깊은 주름인 중심구로 구분된다. 전두엽은 그 앞(前)쪽에 있는 부분이다. 운동에 관여하고 계획 기억력·사고력 등을 고등 인지와 행동을 조절한다.

특히 전두엽에서도 가장 앞부분을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이라고 한다. 손 모델의 손가락 끝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엄지손가락(변연계) 위에 있으며, 손바닥(뇌간)과 닿아있고, 손가락(피질)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정보 처리 부위가 가까운 곳이다. 그래서 대뇌피질 변연계 뇌간에서 전달되는 내부의 정보와 외부 환경의 정보를 묶어 하나의 균형 잡힌 시스템을 만들어 낸다. 또한, 뇌가 계획한 내용을 실제로 실행시키는 데 관여한다.

안타깝게도 20세기 중반에는 전두엽의 기능을 이해하지 못해서 우울증, 공황장애 환자 등을 대상으로 이를 잘라내는 시술이 세계적으로 퍼지기도 했다. 사실 이 부위가 감정을 조절하고 상대방과 공감을 이루는데 아주 중요한 부위인데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인류가 뇌에 대해 지금과 같은 정보를 쌓게 된 것은 불과 20~30년 정도에 불과하다.

앞으로 실생활에서 뇌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어떻게 하면 뇌를 훈련하고 더 잘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뇌활용 TIP 하나!
이번 화에서 뇌의 각 부위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뇌의 각 부위를 불러주는 것은 좋은 뇌활용 방법이 되기도 한다. 앉거나 누워서 자신에게 편안한 자세를 하고 호흡을 안정시켜 보자. 눈을 감고 천천히 각 부위를 부르면서 떠올려 본다. ‘뇌 중심부에서 생명활동을 하는 뇌간, 그보다 위에는 따뜻하고 좋은 감정을 만드는 변연계, 가장 바깥쪽에서 생각을 하게 하는 피질’…. 대뇌피질의 네 개 엽도 마찬가지이다. 편안한 호흡과 함께 뇌를 쉬게 하면 뇌와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