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포털 DAUM 뉴스펀딩에서 '뇌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자'라는 목적으로 진행했던 기획 프로젝트 <내 맘대로 '뇌' 맘대로>입니다. 기사 일부를 재편집하여 올립니다.
(원문 링크 바로가기
http://m.newsfund.media.daum.net/episode/316 )

2015년 새해 첫날, 아침에 출출해서 편의점을 찾았다. 들어서자마자 들었던 말, "아이고, 4,500 원? 뭐 이리 비싸? 올해는 진짜 담배 끊어야겠네." 편의점 직원과 한 남성분이 놀라며 하는 얘기였다. 이번에 담뱃값이 많이 올랐다더니 새해 목표로 '금연'하시는 분들이 많겠구나 싶었다.

다이어트, 독서, 금연, 운동…. 매년 단골 목록에 오르는 새해 목표이다. 그런데 '작심삼일'이라는 말처럼 쉽지 않다. 뭔가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하면, 자신도 모르게 예전대로 돌아와 버린다. 이렇게 많은 사람의 발목을 붙잡는 것, 바로 '습관'이다. 습관에 굴하지 않고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뇌의 놀라운 특성을 알아보자.

 

뇌의 효율적인 지름길, '습관'

뇌 측면에서 보자면, 습관은 굉장히 편리하게 만들어진 지름길이다. 반복된 자극에 대한 자동화된 공정이라 다른 생각과 판단의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좋은 뇌의 특성 중 하나가 좋은 습관을 지닌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1화에서 언급했다시피 뇌는 굉장히 똑똑한 기관이다.

뇌가 자극이나 정보를 서로 의미 있게 연결하거나 기계적으로 묶는 인지 과정을 '청킹(chunking)이라고 한다. 이것이 습관이 형성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런 기능이 없다면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러 가서 수도꼭지를 열어 물을 틀고, 비누에 거품을 내서 얼굴을 씻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하는 모든 과정에 뇌가 일일이 바쁘게 신호를 보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 소비를 줄일 방법으로 자동화 루트를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교(MIT)의 앤 그레이빌 교수팀은 뇌의 습관 회로에 관한 연구로 유명하다. 이들은 대뇌피질 안쪽에 있는 대뇌 기저핵(basal ganglia)이 습관과 관련이 되었음을 밝혔다.

 

1화에서 뇌의 구조를 소개했었는데, 그것을 떠올려보자. 우선 처음에는 어떤 일을 인지하면서 행동하기 때문에 뇌 앞부분인 전전두엽과 위쪽의 두정엽, 즉 대뇌 피질에서 반응한다. 그리고 어떤 보상을 받게 되면 중뇌가 활성화된다.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해 쾌감이 느껴지도록 하는 부위이다. 행동이 반복되고 익숙해질수록 피질 아래쪽의 기저핵이 이 기능을 거의 담당한다.

그러니까 나중에는 생각하지 않고도 일정한 행동으로 쾌감을 얻으면서 그것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는 것이다. 밥을 먹으면 양치를 하는 간단한 행동부터 운전할 때 좌우를 살피는 등의 꽤 정교한 행동까지도 간편하게 처리한다.

▲ 니코틴에 대한 열망 회로 (제공 = 갤리온 출판 <습관의 힘>)

여기서 문제는 좋은 습관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습관의 뇌> 저자인 찰스 두히그는 담배를 피우는 것도 ‘니코틴’이라는 보상에 갈망하는 습관으로 설명한다. 담배를 피우다 보면, 담뱃갑을 보는 자극만 있어도 무의식중에 담배를 꺼내 물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습관을 ‘반복된 자극에 대해 반복된 행동으로 보상을 받으려는 열망’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식사 후 한 개비씩 피우는 이들은 ‘밥’이라는 자극 후에는 항상 자동으로 ‘식후 땡’ 생각이 난다지 않던가?

필자도 매년 꾸준히 새 마음으로 (자꾸 실패를 하다 보니) 도전하는 목표가 있다. 바로 아침 일찍 기상하는 것이다.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은데, 손은 저도 모르게 알람(자극)을 자동으로 끄고(반복행동), 포근한 이불의 온기를 잠깐 누리려다 보면(보상) 어느새 출근길 ‘달려라 하니’가 되고 만다.

신경가소성과 수초화, 뇌를 바꾼다.

OTL... 그러면 계속 포기해야 하는가? 아니다. 고맙게도 우리 뇌는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뇌에는 신경 회로가 형성되어 있다. 전기가 통하는 길, 전선과도 같다. 도널드 헵(Donald Hebb)이라는 학자의 '함께 점화되면 함께 연결된다'라는 말이 이를 설명해 줄 수 있다. 헵은 함께 점화되는 뉴런들이 모여 '세포군(cell assembly)'이라는 집단을 형성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 세포군을 구성하는 뉴런들은 자극이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점화될 수 있다. 이러한 자극이 계속되는 결과가 바로 기억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생각이란 세포군의 연속적인 작용이다. 이것이 우리가 학습하고 기억하는 작용을 설명하는 토대라고 한다. 이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다음 화에서 이어서 설명하고자 한다.

조해리 뇌과학 전문기자 hsave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