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엄마 사이의 공감

얼마 전, 언니네 가족을 만났다. 언니의 등을 살짝 만졌는데, 언니가 간지러운지 큰 소리로 웃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3살 조카가 갑자기 까르르 웃는 것이었다.

장난을 친 것도 아니고 자기를 보고 웃은 것도 아니었지만, 세 살배기 아이는 엄마의 웃음만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조카는 정서적으로 가장 가까운 존재인 자기 엄마의 감정과 상태에 즉각적으로 공감을 한 것이다.

 

사실 공감과 모방은 진화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갓 태어난 아기와 보호자를 보면 특히 알 수가 있다. 아기와 엄마는 즐거움과 슬픔의 얼굴 표정을 서로 모방한다.

자기 아기와 다른 아이의 사진을 보고 있을 때, 그 아기의 표현을 따라할 때, 엄마들의 거울 뉴런, 뇌섬엽, 변연계 영역은 활발히 움직였다. 엄마의 거울 뉴런이 감정적 뇌 중추에 아기 얼굴 표정의 정보를 전하면서, 공감을 통해 아기의 감정을 이해하게 하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실험에서 특히 엄마는 자신과 무관한 아기보다 자식에게 더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보고되었다.

공감 잘하는 아이, 사회적 역량 뛰어나

혹시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춤을 추던 남자, '매튜'를 아시는지? 영상 배경으로 유명 관광지와 함께 한국, 북한의 모습도 보여서 반가웠다. 유투브에서 화제가 되더니, 모 카드 CF에서도 등장해 우스꽝스러운 춤을 보였었다.

재밌는 건 이 남자가 웃으면서 처음에 어색하게 춤을 추자 곁에 있던 현지인들도 하나 둘 씩 모여 단체 막춤을 추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과정으로 섭외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엉뚱하지만 순수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따라하고 싶은 건 세계 공통의 정서인듯 하다. 싸이의 단순하면서도 신나는 말춤을 세계인들이 즐겼던 것에도 공감이 한몫 했을 것이다.

 

이렇게 혼자 시작한 춤이 여러 사람, 사회로 전염되듯이, 공감은 개인의 감정 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 발달심리학자인 미렐라 다프레토는 공감을 할 때, 아동의 뇌도 성인의 뇌와 같은 패턴을 보이는지 실험을 하여 똑같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그리고 공감을 잘 하는 아이일수록, 감정을 표현하는 타인을 지켜보는 동안 거울뉴런 영역이 더 많이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표했다. 아이의 대인관계 역량 또한 이때의 거울 뉴런 영역의 활동과 상관관계가 있었다. 즉 사회적 역량이 뛰어나 교우 관계도 좋은 아이들이 공감을 잘했다는 것이다.

반면 자폐증 환자의 증세도 거울뉴런으로 설명하는 학자가 많이 있다. 이들은 모방을 하는 동안 본질적으로 건강한 자원자들과 같은 뇌 영역이 점화된다. 그러나 전두엽 거울뉴런 활성화는 지연되는 것을 보였다. 두정엽과 전두엽 거울 뉴런 사이의 신경적 의사소통 역시 매우 늦었다. 이 실험을 비롯한 많은 실험이 자폐증 환자의 거울 뉴런 결함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자폐 아동에게 그냥 놀아주는 어른보다 자기를 따라하는 어른과 있었던 아이들이 훨씬 더 '사회적 행동'을 많이 보여주고, 놀이에 더 몰입했다. 그리고 모방되었던 아이들이 같이 있던 어른과 더 가까이 접촉하면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집에서 이런 방법으로 개선을 해볼 수도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처럼, 지식만으로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수 없다. 최근에 한 연세 높으신 분이 보내주신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에 ‘성공한 인생’ 중 하나가 연락하고 찾아갈 친구가 있는 삶이라고 보냈다. 공감으로 더 좋은 관계를 만들고 행복한 삶을 만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