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포털 DAUM 뉴스펀딩에서 '뇌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자'라는 목적으로 진행했던 기획 프로젝트 <내 맘대로 '뇌' 맘대로>입니다. 기사 일부를 재편집하여 올립니다.
(원문 링크 바로가기
http://m.newsfund.media.daum.net/episode/366 )

새벽 6시 반에 눈 비비며 일어나 7시 반까지 등교,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학교 수업, 야간자율학습 9시에 마치면 11시까지 인터넷 강의 혹은 학원 수업 야간자율학습, 집에 와서 씻고 잠깐 놀다보면 새벽 1시 취침...
18살 한 여고생의 하루이다.

 

 

학교생활을 묻는 질문에 한 남자 고등학생은 "감옥같다." 라고 말했다. 새벽부터 집을 나서서 밤까지 공부, 공부, 공부... 시험을 치면 성적대로 줄 세우는 게 싫다고 했다. 학부모님도 한숨을 내 쉬지만, ‘안타깝지만, 참고 견디라는 말 밖에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안타깝지만 이 모습은 한 학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근데 이렇게 앉아만 있는다고 정말, 공부를 잘 할까?

미국도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공립학교에서 수학, 과학, 영어 수업은 늘리고 체육 수업은 조금씩 줄여나갔다. 그런데 일리노이주 네이퍼빌의 한 고등학교에서 공부가 아닌 특별한 체육시간을 가지면서 학생들의 성적이 눈에 띄게 올랐다.

보통 체육시간에 농구나 야구 등 게임 중심의 수업을 하면 공이 자신에게로 오기를 기다리거나 응원을 하며 서있는 시간이 많다. 그래서 필 롤러라는 체육교사는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매주 한 번 있는 체육 시간에 오래달리기를 시켰다.

그런데 달리기를 잘하는 학생도 있고, 못하는 학생도 있다. 열심히 해도 못한다고 하면 하기 싫어지기도 한다. 롤러가 잘 못 뛰는 학생에게 시험 삼아 심장박동을 측정을 했더니 187이 나왔다. 열두 살짜리의 최대심장박동 수치가 약 209이니, 정말 힘껏 달렸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다른 학생들에게도 각각의 심장박동을 측정하여 각자의 수준에 맞게 하도록 했다.

 

이렇게 매일하자 학생들이 건강도 눈에 띄게 좋아졌는데, 생각지도 못한 데서 또 효과가 나타났다. 바로 성적이요. 학생들의 학습력이 높아진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네이퍼빌 지역의 다른 학생들에게도 이 체육 수업이 전해졌다.

당시 국제적으로 수학 과학 성취도를 비교하는 테스트 팀스(TIMSS)에서 학생들은 놀라운 성적을 냈다. 이때 38개국 23만 명 학생들이 참여했는데, 네이퍼빌 학생들이 과학영역 1등, 수학 6등을 한 것이다. 미국 전체 학생이 과학 18등, 수학 19등을 했으니 상대적으로 매우 우수하였음을 알 수 있다.

평범했던 이 학생들의 뇌를 바꾼 것은 무엇일까?
바로 '운동' 이다.
공부 잘하는 방법을 찾는데, 왠 운동? 그 이유를 차차 알아보자.

좋은 뇌의 첫 번째 비결, 운동

앞서 뇌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뇌가 좋아지고, 뇌를 잘 쓰는 법을 알아보려고 한다.

뇌를 잘 활용하는 방법, 그 첫 번째는 "'머리'가 아니라 '몸'을 써라."이다.

"어떻게 하면 머리가 좋아지나요?"라고 물어 오시는 분들이 많다. 질문의 의미를 들여다보면 보통 기억력, 학습력이 좋은 것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님이 성적을 높이기 위해 공부 잘하는 법을 많이 물어보신다. 또한, 요즘은 성인이 되어서도 ‘평생학습’을 해야 한다고 뇌에 관심도 많다.

"운동이 몸에도 좋으니 뇌에도 좋겠지, 당연한 거 아니야?" 하는 독자분 있으실 텐데, 그렇다. 그런데 운동이 특히 기억을 잘 할 수 있는 뇌를 만들어 준다는 것도 아는지?

'체력이 좋아지니까', '스트레스를 해소하니까'와 같이 간접적인 이유도 있지만, 운동은 뇌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까지 미친다. 말하자면 신경세포가 자라도록 '성장촉진제'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집에서 화초를 기를 때에도 잘 자라지 않고 시들하면 영양제를 놓는다. 영양분이 많고 튼튼한 나무는 땅에 뿌리를 내리기도 쉽고 가지와 나뭇잎을 더 뻗어 햇빛 영양분을 받기에도 훨씬 좋다.

운동은 뇌 속에 그런 천연 영양제를 만들어준다. 신경세포가 잘 자라 다른 세포로 정보를 전달하도록 성장을 돕는 인자를 많이 생성하게 하기 떄문이다. 특히 기억의 저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를 더 튼튼하게 한다.

우선, 기억이라는 것을 보자. 기억이 저장되고 회상하는 과정은 모두 신경세포의 신호를 거친다. 1화에서 설명 드렸던 뇌세포 간의 연결, 시냅스를 통해 우리 뇌에서는 정보가 전해진다. 그러니까 학습이 이뤄지려면 우선 신경세포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신경세포가 성장, 분화할 수 있게 하는 물질이 신경세포 성장인자 NGF(Nerve Growth Factor)이다. 신경세포가 잘 자랄 수 있게 도와주는 촉진제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신경세포들 사이의 시냅스 근처에 있다가 혈액순환이 빨라지면 방출된다. 또 이 과정을 도와주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호르몬이 신체 곳곳에서 분비되어 새로운 신경세포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

나무뿌리가 잘 내리고 가지를 잘 뻗으면 열매도 튼실하지 않을까? 우리 뇌 속에도 신경세포가 잘 자라면 기억, 제어와 같은 작용을 잘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운동을 할 때 신경세포 성장인자가 이런 호르몬과 함께 뉴런을 활성화 한다. 그래서 더 많은 신경전달물질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기억을 저장하기 위한 연결을 두껍게 강화해준다. 특히 장기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버드 의대 교수인 존 레이티 박사는 <운동화 신은 뇌>라는 책에서 이 과정을 설명한다. 그 외에도 많은 학자들이 운동의 효과를 전한다. 운동이 기억력과 집중력, 수업 태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운동은 뇌의 ‘성장 촉진제’

우리 몸에 이렇게 기능을 조절하는 물질이 많은데, 특히 신경가소성에 연관된 촉진제가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뇌유리신경성장인자)이다. 뇌에서 만들어져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들고 기존의 세포 기능을 개선하는 일을 한다. 뇌 신경이 변화할 수 있다는 신경가소성(2편 중)을 기억해 보자.

이런 촉진제가 뉴런의 연결을 더 튼튼하게 하고 뇌세포가 죽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니까 BDNF가 많을수록 기억을 하는데도 유리해지는 것이다.

▲ BDNF 처리를 한 신경세포 수상돌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수나 밀도가 더 증가하였다는 연구가 있다(출처 = Sanchez et al., (2006). BDNF increases synapse density in dendrites of developing tectal neurons in vivo. Development (Cambridge, England), 133(13), 2477-2486.

뇌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기억을 할 때 여러 부위가 관여를 하는데, 그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부위가 바로 '해마'이다. 이전에 파충류의 뇌로 설명한 변연계에 있는 부위이다. 운동은 해마가 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막을 만들어준다. 우선 해마의 BDNF 유전자 수와 단백질이 많도록 한다. 스트레스 때문에 해마의 BDNF 분비가 감소되는 것을 막아준다.

운동이 이런 촉진제와 보호막을 만들어주니 뇌의 기억 작용에 굉장히 도움이 되는 것이다.

어떤 운동이 좋은지는 이어지는 글에서 살펴보자.

글. 조해리 뇌과학 전문기자 habit0411@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