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포털 DAUM 뉴스펀딩에서 '뇌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자'라는 목적으로 진행했던 기획 프로젝트 <내 맘대로 '뇌' 맘대로>입니다. 기사 일부를 재편집하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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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newsfund.media.daum.net/episode/478)
 

터미널에서 차를 기다리다가 다투는 남녀를 보았다. "내가 그러지 말라고 그랬지" "너는 별 것 아닌거로 화내더라. 그냥 다르게 생각해도 되잖아." "내가 싫다잖아. 넌 왜 내 마음을 몰라주니? 됐어, 나 안 가" "야 그건 그거고, 할 건 해야지"

지나가면서 들은 거라 앞 뒤 상황은 알 수 없었지만, 감정때문에 인간관계에 힘든 일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에 대해서 자유로운 사람은 많이 없을 것 이다. 간혹 "감정이 주체가 안 된다"는 표현을 한다. 분노나 슬픔, 사랑과 같이 강력한 감정을 느껴보신 경험, 다들 있을 것이다. 적절한 감정은 삶을 풍요롭게 해주지만 심할 경우 실수를 하게 하거나 삶을 피폐하게 만들기도 한다.

 

 

'난 성격이 급한데 고쳐지지 않는다' 혹은 '나는 내성적이라 사람들과 친해지기 어렵다'하는 푸념이 남의 이야기 같지는 않다. 이런 성격은 날 때부터 정해진 것일까? 감정을 원하는 대로 바꿀 방법은 없을까?

미국 철도 공사 감독 일을 했던 한 남성이 이 이야기의 실마리를 열어줄 것이다. 당시 25살의 그는 성실하고 영리하며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누구와도 관계가 좋을만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런데 어느 날, 철도 부설을 위해 바닥의 암석을 다지던 작업 중 순간적인 실수로 현장에 있던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하였다. 그 충격으로 2m의 철 막대기가 그의 뇌 속을 그대로 관통했다. 아찔한 사고에 그의 두개골과 뇌 일부가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1,840년대 실존 인물인 피니어스 게이지의 이야기이다. 그의 담당했던 할로 박사는 쇳조각과 부서진 뼛조각을 빼고, 붕대로 그의 머리를 감쌌다. 엄청난 상처였기에 동료들은 그가 죽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게이지는 살아났고, 밥을 먹고 집을 찾아가는 등 일상생활을 되찾은 듯 보였다. 약 4개월 후에는 환영을 받으며 복직할 수도 있었다.

▲ 피니어스게이지에 대한 연구를 담은 책 <쇠막대가머리를뚫고간사나이> 출판사 논장

그러나 멀쩡해 보이던 게이지는 사고 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책임감 있게 일을 하던 그는 변덕스러워졌고, 거짓말을 하거나 사람들을 막 대하기도 하였다. 유능했던 그가 우유부단하고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성격이 너무 바뀌어 동료들이 '더 이상 게이지가 아니다'라고 할 정도였다. 결국 그는 해고되었고 간질 발작으로 치료를 받다가 사망하였다.

피니어스 게이지는 뇌 특정 부위의 손상이 성격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며 뇌과학 역사에서 매우 유명한 인물이 되었다. 뇌와 마음에 대한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시대에 그의 사례는 뜨거운 논란이 되었다.

사실 이렇게 뇌의 기능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것은 인류 역사상 오래되지 않았다.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를 만들 때 뇌는 버려 버렸던 것은 놀라운 일이다. 혹시 영혼이 살아나 육체를 찾을 때를 대비해 몸과 심장 폐등의 각종 장기는 잘 보관했지만, 뇌는 콧물을 만드는 기관 정도로 인식해서 버렸던 것이다.

게이지가 살았던 당시에는 뇌가 그 정도로 괄대 받지 않았다. 하지만, 뇌의 특정 부분과 감정, 성격의 관계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었다.

그리고 100여 년이 지난 1994년 미국 아이오와 대학의 신경과 교수였던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와 그의 아내 한나 다마지오는 논란의 주인공인 게이지의 두개골을 3차원으로 입체화하였다. 뇌과학자인 다마지오 부부는 게이지의 두개골과 다른 전두엽 손상 환자들의 뇌와도 비교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게이지가 손상되었던 부위는 전전두엽의 일부인 복내측 전전두엽(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이다.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고 목표와 일치하는 행동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하는 부위이다.

▲ 복내측전전두엽 일러스트레이션·이부영. 뇌교육 매거진 '브레인' 게재

이 부위는 구조상 전전두엽 중에서도 안쪽에 위치하여 감정과 관계된 변연계와 매우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교류하고 사회적으로 상호 작용을 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를 통해 게이지가 선택에 앞서 망설이거나 사람들과 관계를 잘 하지 못하게 된 것이 이러한 뇌기능이 손상되었기 때문이라 일부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아직도 분노나 슬픔 등 여러 성격이나 감정이 뇌의 특정 어느 부위와 연관되는지에 대한 세밀한 부분에 대한 논란은 뇌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분분하다. 기질은 타고난다고 하지만, 감정 작용이 뇌 작용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밝혀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처음에 언급했듯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긍정적인 답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신경 가소성 등에 대해 공부하면서 뇌는 새로운 자극, 운동 등에 의해 점차 새롭게 변해 간다는 것을 알았다.(2편 링크) 뇌에서 일어나는 작용이라면 뇌를 훈련함으로써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다음 편에서 감정을 조절할 방법을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