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난 25일 네팔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5천여 명이 숨지고 8천여 명이 다쳤다고 한다. 지난해 4월 우리나라에서 세월호 참사로 300여 명의 목숨을 잃은 것은 네팔에 비하면 16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은 1년 동안 옷과 가슴 속에 노란리본을 달고 상주(喪主)로 지냈다.

네팔의 피해는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인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네팔의 GDP는 196억 달러로 세계 107위였다. 가난한 나라에 80년 만에 생긴 대지진은 국가 위기의 사태가 아닐 수가 없다. 이럴 때는 정말 ‘하늘도 무심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무엇보다 지진 참사가 2000년 이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4년 인도네시아 대지진은 수마트라 섬 근처 바다 밑에서 규모 9.1 강진으로 22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2005년 파키스탄 대지진으로 7만 5천 명,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으로 8만 7천 명, 2010년 아이티 대지진은 20만 명,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1만 5천 800명이 사망했다.

22일 지구의 날을 기념한 지 3일 만에 터진 네팔의 참사는 단순히 지구의 환경보존을 넘어 지구시민으로서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은 이웃집에 불이 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구조에 나서는 것처럼 이웃나라 네팔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나 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가 아니더라도 나설 사람이나 국가가 많을지 모른다고 외면할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특정 민족이나 인종만을 섬기라는 것도 아니요, 모든 인간을 차별 없이 이롭게 하라는 건국이념 홍익인간(弘益人間)에 반하는 것이다.

타이타닉호가 침몰할 때 존 스미스 선장이 승무원들에게 "영국인답게 행동하라(Be British)"고 말했다. 항해사와 기관사 모두 남은 구명조끼마저 승객에게 벗어주고 바다 속에 사라졌지만 그들의 정신은 인류사에 길이 보전되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가 침몰할 때 선장은 승무원에게 “한국인답게 행동하라(Be Korean)”고 말하지 않았다. 희생자들은 “가만히 있으라”라는 선내 방송을 듣고 있다가 희생됐다. 올해 네팔의 참사에 대해서 우리조차 가만히 있다면 인류사에 가장 불편한 기억이 될 것이다.

이제 침몰하는 네팔호를 구조하기 위해 “지구시민답게 행동하라(Be Earthcitizen)”라는 말이 필요할 때다. 2001년 6월 15일 지구시민의 날을 만든 한국인이지 않은가? 네팔인은 외국인이 아니라 같은 지구인이라서 돕는 것이다. 유대교의 율법서인 탈무드에서 '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세상을 구하는 일이다’는 말과 같다. 지구시민을 구하는 것이 곧 지구를 구하는 일이다. 지금이 바로 행동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