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거친 파도에도 굴하지 않게. 드넓은 대지에 다시 새길 희망을 안고 달려갈 거야 너에게! 세상에 도전하는 게 어려울지라도 함께 해줄 우정을 믿고 있어! 우리는 지구별의 미래희망!" ('질풍가도' 쾌걸근육맨 OST)

목청껏 불러대는 노래에 10대의 넘치는 혈기가 느껴진다. 아이들은 가사 내용을 온몸과 마음으로 표현해내겠다는 듯하다. 무슨 말을 하든 "아니요" "싫어요" "귀찮아요"로 일관하는, 흔히 떠올리는 무기력한 10대들이 아니다. '꿈의 1년'을 선택한 벤자민인성영재학교 2기의 제2차 중앙워크숍에 다녀왔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교장 김나옥, 이하 벤자민학교)의 제2차 중앙워크숍이 지난 21일부터 1박 2일 동안 사단법인 국학원 충남 본원에서 열렸다. 460여 명의 전교생을 반으로 나누어 제2차 중앙워크숍의 두 번째 순서였다. 인천 대전 광주 부산 경기 경남 등 총 10개 학습관에서 233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이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지구인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청소년들이 그것도 평일에 교실 대신 국학원에 모여 '워크숍'을 하게 된 것은 벤자민학교 만의 특별한 교육 덕분이다. 벤자민학교는 1년 동안 시험도 숙제도 교실도 없이 세상 속에서 스스로 선택한 분야에 대해 탐구하는 대안학교다. 다양한 전문분야의 멘토를 만나 조언을 듣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경제활동을 체험한다. 17~19세를 대상으로 최초의 '완전자유학년제'를 실시하고 있다.

부모든 교사든 누군가로부터 '시킴을 당하는' 입장에 있던 아이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해야 하는 벤자민학교에서 보낸 첫 한 달은 어땠을까. 워크숍에서 만난 대부분의 아이들은 "예전 같으면..."이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나와서 마이크를 잡고 발표를 하지도 않았고, 예전 같으면 엄마와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스스로 선택한 아이들이 특히 빛을 발한 것은 바로 이번 워크숍에서 진행된 '2015 세계교육포럼(WEF) 기념 세계시민교육 스피치 및 공모전'이었다. 워크숍 둘째 날 오후에 진행된 대회는 지역에서 예선과 본선을 거쳐 지역학습관 '대표선수'로 출천한 아이들이 무대에 올랐다. 대회는 유엔공보국(UN-DPI) 비영리국제단체인 국제뇌교육협회(IBREA)와 지구시민운동연합, 청소년멘탈헬스인성교육협회가 후원했다.

▲ 벤자민학교 제2차 중앙워크숍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 기념 세계시민교육 스피치 및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임현승 양(좌)과 이다정 양(우).

인천학습관 이다정 양은 길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포옹을 하며 마음을 나누는 '프리허그(Free Hug)'한 이야기를 전했다. 다정 양은 "딱 봐도 이리저리 치여 사느라 힘들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보였다. 그 분을 따뜻하게 안아드리면서 그분의 영혼까지 느껴졌다"며 "나도 그 분도 힐링되는 의미있는 경험이었다"고 했다. 이어 "외국인, 아이, 어르신 할 것 없이 프리허그를 통해 세계인 누구와도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다"며 "한 사람의 작은 행동이라도 지구를 바꿀 수 있다. 그런 사람이 바로 인성영재, 세계시민 아니겠는가"라고 당차게 밝혔다.

멋진 포스터를 그려 큰 호응을 얻은 경기북부학습관 임현승 양은 "결국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하늘과 땅과 사람은 물론 동물과 자연 모두가 조화로운 세상이 세계시민이 만들 세상이라고 생각한다"고 공모전에 출품한 작품을 설명했다. 현승 양은 지구에서 자라난 큰 나무에 세계 각국의 국기를 나뭇잎으로 붙이고 동물들을 그려 아래에 'WE ARE THE ONE(우리는 하나)'이라는 메시지를 적었다. 현승 양은 이번 포스터를 만드는 데 한 달이 꼬박 걸렸다고 했다.

▲ 벤자민학교 아이들이 대한단무도협회 함대건 이사의 지도에 따라 한민족의 선도무예 단무도를 체험하고 있다.

아이들은 한민족의 선도무예 '단무도'를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스스로 선택하는 1년을 제대로 보내기 위해서는 선택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력', 즉 '체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도를 맡은 대한단무도협회 함대건 이사는 "아무리 멋진 꿈이 있고 목표가 있어도 몸을 움직여서 실제로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진짜가 되지 않는다"며 "뇌와 연결된 몸을 내가 자유롭게 조절함으로써 내가 원하는 것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감각을 깨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아이들이 단무도의 기공 동작을 어려워했다. 책상에 앉아있던 시간이 길었던 학교 생활,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자세가 구부정해진 탓이다. 그래도 몸을 통해 자기 자신에게 진지하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김나옥 교장이 'B.O.S(Brain Operating System)'에 기반한 뇌교육 원리를 학생들에게 전하고 있다.

벤자민학교 김나옥 교장은 "벤자민학교는 무한한 가능성을 펼쳐낼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몸소 체험하고 또 도전해나가는 학교"라며 "시간과 환경을 아이들 스스로 선택하고 디자인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 또한 이에 대한 다양한 포부를 품고 있었다. 부산학습관 홍승연 양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힘들어하고 부담스러워하는데 많은 아이들 앞에서 말한다는 게 나에게는 아주 큰 도전"이라며 "벤자민학교에 입학한 이상,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선택했다. 피하기보다는 즐기는 홍익 인성영재가 되겠다"고 했다. 전북학습관 김노훈 군은 "예전에는 내가 기분이 나쁠 때 항상 다른 사람을 탓했다. 변명하고 핑계가 많아지니까 인간관계가 어려웠다"며 "이제는 내가 나를 바라볼 여유가 생기면서 상황을 모면하는 대신, 나와 상대방을 이해하는 힘이 생겼다"고 전했다.

이번 워크숍에서 아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두 가지. 하나는 나의 꿈과 1년간 진행할 벤자민프로젝트에 관해 부모님께 '비전 브리핑'하기. 다른 하나는 1시간 동안 열심히 화장실 청소를 한 뒤 인증샷을 찍는 것이다. 김완주 부장교사는 "선진국에서는 리더십 교육의 하나로 주변 정리정돈, 청소 트레이닝을 한다"며 "집이나 지역학습관, 그 외 자주 방문하는 곳의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아이들이 다양한 가치와 성찰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3월 개교한 벤자민학교는 세상을 학교 삼아 다양한 직업 체험과 봉사활동, 사회 참여활동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인성영재를 양성한다. 벤자민학교는 오는 5월 말 개교하는 서울교육청의 ‘오디세이학교’의 모델이기도 하다. 학교의 다양한 활동은 이미 5만뷰를 넘어선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공식유튜브채널(youtube.com/benjaminschoolkr)에서 볼 수 있다.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