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순 개천사 입구(사진=윤한주 기자)

개천사는 전라남도 화순군 춘양면에 있다. 근처에 변천리가 있는데, 이곳의 계곡이 개천골이다. 개천사에서 등산로를 따라 30여 분 올라가면 능선 사거리가 나오는데 왼쪽이 개천산(497m)이다. 개천산과 개천골 그리고 개천사까지……. ‘하늘을 열다’라는 이름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디지털화순문화대전에 따르면 “개천산의 유래는 남북국시대 말에 형성된 개천사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라며 “『조선지지자료朝鮮地誌資料』에는 중조산(中條山)으로 나오며, 『여지도서』에는 능주목 서이면(西二面)에 개천사라는 지명만 나온다.”라고 밝혔다.

개천사에 도착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시냇물이 흐르고 산 아래 고즈넉하게 자리한 절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절의 유래는 도의선사(道義禪師)가 828년에 창건했다고도 하고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창건했다고도 하지만 모두 후대의 기록이다.『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개천사를 기록했다. 조선 초기까지 사찰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전쟁으로 소실과 복구가 반복됐다. 1597년 정유재란(丁酉再亂)과 1948년 여순사건(바로가기 클릭)이 그것이다.

▲ 화순 개천사 천불사(사진=윤한주 기자)

개천사 주지 보원 스님은 “당시 절은 주민들의 정신적 구심이었다. 10년 이상 절이 없자 김태봉(金泰奉) 씨가 주민들의 협조로 암자를 모시면서 발전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1963년 대웅전과 요사채가 중수됐다. 이후 1990년대에 들어서 대한불교조계종 21교구 송광사로 등록됐다. 현재 개천사는 17〜18세기에 제작된 5기의 부도(향토유산제24호)가 남아 있다. 또한 천연기념물 제483호로 지정한 비자나무 숲이 있다.

그런데 이곳에 비석과 제단이 있어 주목된다. 사찰 입구로 오르기 전에 왼쪽을 보면 ‘조국통일기원비’가 서 있다. 동학대종원(東學大宗院)에서 1993년에 세운 것이다.

이 단체는 동학에 뿌리를 두고 있는 종단이다. 천진교(天眞敎)로도 알려져 있다. 창시자 수운 최제우(水雲 崔濟愚, 1824〜1864)와 2대 해월 최시형(海月 崔時亨, 1827∼1898)의 순교 이후 김연국과 손병희가 천도교(天道敎)라는 교명을 선포했으나 뜻이 맞지 않아 결별한다. 이후 3대 김연국(金演局)은 상제교(上帝敎)를 세운다. 4대 김덕경은 1958년 교명을 천진교(天眞敎)로 개명했다. 5대 김진묵으로 이어졌다.

▲ 동학대종원이 세운 조국통일기원비(사진=윤한주 기자)

개천사에는 한국전쟁 때 불에 타고 사라진 은적암 터가 있었다고 한다. 수운 선생이 이곳에 은거하면서 경전을 집필했다는 것. 충남 청양군에 본부를 두고 있는 천진교 관계자는 “(5대) 김진묵 선생이 조국통일을 기원하면서 전국 성지마다 38개 정도의 비석을 세웠다”라며 “1년에 1번씩 성지 순례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운 선생이 은신한 곳은 화순 은적암이 아니라 남원의 교룡산성 은적암이다. 1861년 경주 관아에서 수운의 활동을 중지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수운은 용담을 떠나 울산, 부산을 거쳐 전라도 남원으로 갔다. 동학․천도교와 천진교 사이에서 성지를 둘러싸고 인식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조국통일기원비 안쪽으로 들어가면 조그만 제단이 바위 위에 차려져 있다. 천진교 측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보원스님은 밤 중에 무속행위가 있었다고 말했다.

▲ 화순 개천산 등산 안내도(사진=윤한주 기자)

타 종교인들이 사찰 내 성지를 조성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했다. 보원 스님은 “이곳이 개천사가 아닙니까? 불교가 들어오기 전에도 단군신앙이 있었겠죠. 불교에도 산신각, 칠성각이 있습니다. 우리 고유의 민간신앙을 수용했습니다. 그런 차원으로 봅니다.”라고 답했다.

개천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찰이 또 있는지 물었다.

“충주에 개천사라는 터가 있는데 폐사됐습니다. 천안에도 개천사라는 사찰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천년고찰로는 여기가 유일합니다.”
 

■ 화순 개천사(바로가기 클릭)

1. 주소 : 전라남도 화순군 춘양면 가동리 480
2. 전화 : 061-373-1301

*취재에 도움을 준 김재월 화순문화원장님과 관계자에 감사드립니다.